[기고]간호인력 1인당 환자수 제한 의료법 개정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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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간호인력 1인당 환자수 제한 의료법 개정안에 관하여
  • 병원신문
  • 승인 2018.03.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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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 김선욱 변호사
2018년 3월 9일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 법률안은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인력이 부족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피로도가 쌓이게 될 경우 환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수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해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벌칙규정을 둔다(제15조의2 신설)는 내용이다.

법안의 입법취지에는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 있으나, 그 방식에는 헌법상 위헌의 문제가 있다.

법안은 ‘의료기관의 장’에게 간호인력 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의무 위반에 따른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의 준수를 위해 적정 인원의 간호사를 고용해 의료기관을 운영해야 하는 의료기관장에 대한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 개정안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의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기관의 장에게 준수 의무를 부과한 것 역시 목적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정안 조항은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수를 초과해 진료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적정 환자수를 산정하는 구체적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포괄적으로 위임해 정하게 한 것이다. 규제의 기본 원칙이 무엇인지,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구분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더욱이 대통령령이 어떻게 규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의료기관장에게 형벌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기관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일체 배제하고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극히 미약한 경우까지도 의료기관의 장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원칙 중 하나인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소지가 있다.

또한 이미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시설, 인력, 관리 및 운영 기준을 정하고 있다(의료법 제36조 및 동
법 시행규칙 제38조).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시정명령(1차) 및 업무정지(2차)의 행정처분이 부과(동법 제63조 내지 제64조)되는 등 간호 인력에 대한 환자수의 제한을 규제하는 법령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개정안은 이미 있는 규제에 추가해 의료기관에 행정처분이 아닌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어 과도하게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사한 입법례를 보면 그 문제점이 더 들어난다. 건강검진기본법은 건강검진 기관의 인력·시설 및 장비 등 지정기준 및 절차를 지정하고(제14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4조), 그 지정기준에 미달하게 된 때, 가령 건강검진 시행 의사 인력이 지정기준에 미달한 상태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경우 국가건강 검진 업무의 정지 및 지정취소의 행정처분만이 부과되고(동법 제16조), 달리 건강검진기관의 장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에 따라 시설, 인력 및 장비 등을 유지해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동법 제31조의2), 이를 위반한 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동법 제62조 제1항), 달리 응급의료기관장에 별도의 헝사벌칙이 부과되는 규정은 없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정신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의 기준과 의료인 등 종사자의 수·자격에 관해 규정하고(동법 제19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11조), 이를 위반한 경우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시정명령(1차) 및 업무정지(2차), 개설허가 취소 등의 행정처분이 부과되고(동법 제19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12조), 달리 정신의료기관의 장을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현재에도 차등수가제를 실시하여 보험수가를 차등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의료인의 인력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있다. 간호사의 경우도 유사하게 수가조정 또는 수가신설 등의 방법으로 의료기관장으로 하여금 간호 인력을 보충하게 할 유인책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무부과 및 위반 시 형벌 부과의 방식으로 하는 것은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크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비례의 원칙에 따라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제한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안 조항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의사인 의료기관장의 직업 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법리적인 면은 아니지만 국민 법정서에도 반한다. 만일 위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본의 아니게 병원들은 진료거부를 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위 법안 기준에 따른 간호인력 당 적정 환자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새로운 환자의 입원 등을 거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의료법에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해석상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환자들에게 불신을 받게 될 우려가 매우 높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재정 등 상황에 고려해 직원을 고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어기면 형사처벌을 하자는 발상은 너무도 전근대적이고 전체주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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