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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 넘었지만 여전히 문제
가족의 범위·서식 작성·벌칙 조항 등 의료현장과 괴리
복지부, 충분한 시간 두고 모든 의견 수렴해 제도개선 반영
2018년 03월 16일 (금) 14:00:12 오민호 기자 omh@kha.or.kr
   
 
지난 2월4일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한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의료현장에서는 연명의료결정 중단을 위한 가족의 범위, 임종의료의 유보와 중단, 서식 작성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지난 2016년 2월3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공포돼, 2017년 8월4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부분을 시작으로 지난 2월4일부터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사항이 시행 중이다.

그러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자 했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과는 괴리가 존재하고 있어 문제다.

3월16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주최한 ‘(긴급진단)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국회 토론회에서는 의료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집중 부각됐다.

이날 허대석 서울의대 내과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명의료 결정을 ‘말기의·불치의’라는 의미를 가진 터미널(terminal)로 정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임종기/말기로 나누고 있어 의료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중단을 위해 의료진이 작성해야 할 많은 서식도 문제로 꼽았다. 연명의료중단을 위해 의료진이 작성해야 할 서식이 20개가 넘어 작성 자체에 많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아예 작성 엄두도 나지 않는 다는 것. DNR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의료기관들이 꺼리고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서식 작성에 대해 심평원에서 수가를 준다고 하지만 의료진들 중 일부는 아예 서식을 작성하지 말고 수가도 받지 말자고 한다”면서 “외국은 서식이 3개로 압축돼 간소하고 환자서명도 필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에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가족이 환자의사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 일본은 환자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의료팀과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족이 없는 경우 일본은 의료팀이 결정하면 되지만 우리는 아예 결정자체가 불가능하고 가족의 범위도 친족관계만을 뜻하지 않고 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을 포함하는 데 반해 우리는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만을 범위에 포함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록의무도 법정약식 작성후 전산등록이 필요한 것과 달리 일본은 의무기록에만 남기면 되는 등 많은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허 교수의 판단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허 교수는 단기로는 △가족관계증명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서, 중장기로는 △말기와 임종기 통합 △유보와 관련된 문제(DNR 등) △전산화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여러 의료현장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류현욱 대한응급의학회 법제이사는 임종과정에 대한 정의, 환자의 의사 확인 과정, 기록의 단순화 등에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류 이사는 “법률 위반시 책임져야 하는 처벌 조항에 대한 부담과 함께 일선의사들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임종과정에 대해 현행 정의가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환자의 의사 확인 과정도 문제라고 했다. 현행 법률에서 환자가 직접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의 경우에만 환자 가족의 진술과 합의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류 이사는 “가족 진술과 합의에 직계 존비속 전원 합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 부분은 이미 핵가족화 되어 있는 현 시대 상황에 맞지 않다”며 “다른 지역 또는 나라에서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판단이 필요한 경우 급박한 응급 상황과 괴리가 있고 자녀들의 합의가 있는데 굳이 손자 손녀의 합의까지 포함시킬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예외 조항 마련을 당부했다.

또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과 이행까지 환자 판단서, 환자 의사 확인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이중 환자 판단서와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서는 보다 더 상세한 내용으로 의무기록에 이미 기술되어 있다며 따로 서식을 작성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의무기록에 포함된 내용으로 갈음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대균 한국호스피스완화 의료학회 기획이사는 처벌조항 삭제 필요성을 개진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지 않는 환자의 의사를 고의로 무시하고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의사와 가족의 법죄를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 아니라며 이러한 악행은 기존의 법률로 처벌이 가능한 만큼 처벌조항은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입법취지인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배제된 가족 전원의 진술로서의 중단 결정의 위헌성도 제기됐다.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연명의료 관련 비용에 대해 국가적 지원이 부족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연명의료와 관련된 비용에 따른 재산적 문제가 환자의 생명에 앞서 가족들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현실적 결정 요소가 된다는 안타까운 문제가 있다”면서 “이와 관련된 위헌성 문제는 법개정을 통해 완전히 당해 규정을 삭제하거나 또는 연명의료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 적어도 재정적인 문제가 연명의료중단의 결정을 함에 있어 고려사유가 되지 않는 상황이 돼야만 헌법적 정당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 2인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확인을 하는 규정도 문제라고 했다.

2인 가족의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의 다른 환자 가족의 진술이 있는 경우 환자의 의사가 번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 규정은 법적 안정성이 매우 결여되는 상황을 초래한다”면서 “환자의 가족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 불일치에 대한 결과로서의 형사처벌을 담당 의사가 받아야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서 “2인의 가족 진술을 믿고 중단을 한 의료진에게 형사적 책임을 면책할 수 있는 내용의 명시적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문제 지적에 보건복지부는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과장은 “등록 시스템을 포함해서 현장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지 못했었다”면서 “제도개선은 모든 의견을 수렴해 반영 할 것이고 충분히 시간을 할애 하겠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어 “의향서 작성이 활성화되면 의료기관의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향서를 접수하는 인프라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부족한 예산으로 적극적인 캠페인을 하지 못한 만큼 앞으로 예산을 늘려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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