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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도대체 무엇을 어디까지?… 설명의무의 범위와 입증 책임
조건미 세브란스병원 법무팀 변호사
2018년 03월 12일 (월) 10:40:13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조건미 변호사
의료분쟁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투게 되는 것이 설명의무 준수여부이다. 환자 입장에서 시술이나 수술 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제대로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쟁 상황에 돌입하면 환자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를 잘 알기도 어려울 뿐더러, 촘촘히 부동문자로 적혀져 있는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의료진의 경우에는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부작용을 고지해주고 있고, 최근에는 환자의 두려움을 애써 무시하며 친절히(?) 사망률까지 알려주고 있는데 무엇을 어디까지 설명해야 되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통해 살펴보자.

설명의무의 대상, 더 정확하게는 설명을 하지 않으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대법원의 결론부터 말하면,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적 시술 과정 및 그 이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

이렇게 범위를 제한하는 이유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이유를 알면 이해할 수 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하여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 사소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벼운 진통제 한 알을 투약할 때마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설명의무 위반의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대체 어느 정도로 설명을 하라는 것일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완벽하게 프레젠테이션을 마쳐야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될 수 있단 말인가. 다행하게도 우리 법원은 합리적인 범위에서 설명의무의 내용과 정도를 정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의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써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그러한 위험까지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시키지는 않고 있다. 즉,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만 설명하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할만하다. 그런데 또 주의해야 될 것은,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이 아무리 희박하다고 하더라도 설명해야 한다. 종합하면,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서 예견 가능한 후유증은 아무리 그 발생 가능성이 적다고 하더라도 빼놓지 말고 설명하라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설명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의료진에게 있다.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환자가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점을 의료진이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이정도 되면 병원이나 의료진 입장에서는 불평과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능성이 아주아주 희박한 부작용 하나를 설명 안 했다고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를 모두 책임지라는 말인가. 그런 말은 아니다. 환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증명책임을 부여함으로써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손해배상을 구하는 범위에 따라서 환자는 증명해야 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증명의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자. 이 경우 만약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 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때에는 의사의 설명결여 내지 부족으로 인하여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점만 증명하면 된다.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 등의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때에는 달라진다. 이 경우 환자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악결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경우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은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로 중대한 정도의 위반이어야만 인정된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기준을 설명했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무엇을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는 사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또한 설명의무가 주의의무 위반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악결과의 책임을 분배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더욱 명쾌하게 떨어지지 않는 점이 있기도 하다. 가능한 모든 사례를 완벽히 예견하여 설명하고 싶지만 불가능한 것. 이것이 설명의무의 딜레마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환자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가능한 성의를 다해 환자에게 설명하고, 이를 잘 서면화 해두기만 하더라도 분쟁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은 많은 의료진들이 동의서에 적혀있는 내용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설명하고 그림, 글 등으로 증거를 잘 남겨 두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분쟁화 되더라도 병원 측에 크게 유리한 부분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설명 과정에서 환자와 라포 형성을 통해 분쟁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어 실익이 크다.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가능성을 설명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 있는 부분까지 최선을 다해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을 줄일 수 있으리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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