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병원 임의비급여 판결의 의미와 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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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A병원 임의비급여 판결의 의미와 그 내용
  • 병원신문
  • 승인 2018.02.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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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 현두륜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보건복지부는 2012년 5월 A병원에 대해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비용청구와 관련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다. 보건복지부는 A병원이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에 관한 수가기준을 위반하여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4억 8,000여만원 및 의료급여비용 4,000여만원 상당을 부당 청구한 사실을 확인하고, 부당금액에 대한 환수처분과 별도로 부당금액의 4배(건강보험) 및 3배(의료급여)에 해당하는 합계 2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A병원은 2013년 위 과징금부과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5년여 기간의 심리를 거쳐 2018년 2월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2. 보건복지부의 처분 사유 및 A병원의 주장 요지

보건복지부의 처분 사유는 대부분 임의비급여에 관한 것이다. 즉, A병원이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수가기준을 위반하여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과다하게 징수하였다는 것이다. 그 내역은 의약품비용, 치료재료비용, 이학요법료, 검사료, 영상진단 및 방사선치료료, 선택진료비 등으로 진료영역 전반에 두루 걸쳐 있고, 각 내역별 세부항목도 많고 다양하다. 예를 들어, 의약품비용에는 호의주, 스모프리피드주, 겜빈주, 맘테라주, 옥살리틴과 옥사플라주, 히알주 등이, 치료재료비용에는 수액유량조절세트, 급속항온주입기, 경피적 관상동맥 확장술에 사용되는 치료재료, 미세카테터 치료재 등이, 검사료에는 종양표지자검사, 심근경색진단검사, 결핵초기진단검사, 혈액가스분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 부당청구로 확인된 사례는 총 30,000건 정도에 이른다.

A병원은 보건복지부 현지조사 당시 급여기준 위반을 인정하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바 있고, 30,000건에 대해서 일일이 급여기준 위반 여부를 다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그에 따라 A병원은 각 유형별로 대표적인 사례를 선정하여, 일부 항목의 경우 급여기준을 위반하지 않았고, 급여기준을 위반한 경우에도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급여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당청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입증하였다. 또한, 만약 A병원의 진료비 청구가 임의비급여 허용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해당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비용을 병원측에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정의와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일부 항목인 경우 임의비급여 예외적 허용요건에 해당된다고 보고, 이 부분은 과징금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임의비급여 허용요건 중 일부를 충족시키지 않은 경우에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과징금 감경사유에 해당될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부당금액의 4배 및 3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법원은 "A병원의 행위는 상당 부분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최선의 진료행위가 요양급여행위로 정하여지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진료행위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이익의 환수뿐 아니라 업무정지나 과징금의 3∼4배 제재까지 가한다면 이는 오히려 국민보건을 향상시키려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하였다. 특히, "병원이 별도의 이익을 얻은 바도 없음에도 의학적으로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진료행위에 대해 예외 없이 3∼4배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병원으로서는 특수한 비용은 지출하지 않은 채 통상적인 방법에 의한 치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는 환자의 귀중한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며,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으로서 역시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하였다.

4. 판결의 의미

이번 사건은 부당청구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개별 사례별 부당청구사유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례에 대해서 부당청구 해당 여부를 다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그에 따라 병원은 각 유형별로 대표적인 사례만을 추려내서 이에 대한 주장과 입증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었다. 5년의 재판기간 동안 수많은 서면과 증거자료가 제출되어 사건내용이 매우 방대하고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130여 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 일일이 판단해준 재판부에 대해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임의비급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임상현실을 이해하고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과징금을 감경해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은 병원계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A병원이 임의비급여 예외적 허용요건에 해당되어 ‘부당청구’가 아니라고 주장한 사례에 대해서, 법원이 대부분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 부분은 다소 아쉽다. 법원이 병원측에 임의비급여의 허용요건을 전부 입증하도록 하고 그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한 것은, 2012년 대법원의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판결에 충실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2012년 대법원은 임의비급여는 원칙적으로는 불법(부당청구)에 해당하지만, 1) 의학적 필요성과 유효성, 2) 절차적 시급성, 3) 환자에 대한 설명과 동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허용요건이 상당히 엄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전부 병원이 입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임의비급여 진료를 하게 될 경우 해당 병원이 면책되기는 상당히 어렵다.

본 건의 경우에도 법원이 임의비급여 허용요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병원이 임의비급여 허용요건을 전부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이를 전부 ‘부당청구’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임의비급여는 개별 의료기관의 잘못 이외에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에게 최선의 진료의무를 요구하는 반면, 요양급여기준에서는 경제적이고 비용효과적인 진료를 요구하고 있어서 의료인에게 의무의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의료행위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새로운 의료기술 등이 도입됨에 따라 급여와 비급여의 중간 영역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현행 급여체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불합리하고 불명확한 요양급여기준과 일관되지 않은 심사관행 등으로 임의비급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도 임의비급여로 인한 분쟁과 갈등은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갈등상황을 대법원의 법리에만 의존해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임의비급여 문제는 그 유형과 발생원인이 다양하므로 다른 부당청구 유형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임의비급여 문제 해결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갖고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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