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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감염 분쟁, 철저한 기록관리로 근거 만들어야
조건미 세브란스병원 법무팀 변호사
2018년 02월 14일 (수) 10:19:02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조건미 변호사
잊을 만하면 이슈가 되고, 실체 없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병원 내 감염이다. 환자에게 감염이 발생하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는 속담처럼 ‘감염관리가 잘못됐다’라는 식으로 병원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처럼 의료분쟁이 빈번한 때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절차를 따랐어도 감염을 막기 어려운데, 이에 대한 책임은 무조건 병원에게 있다면 병원입장에서는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 답답하고 막막할 것이다. 과연 감염 발생만으로 병원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까?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자.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청신경초종 진단을 받은 환자가 두개골을 절개해 초종을 제거하고 다시 두부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 됐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수술 1주일 후 세균성뇌막염 증세가 나타나 의료진은 3세대 항생제를 처방했다. 뇌막염은 호전됐지만 환자는 두통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었고, 뇌실내출혈과 함께 수두증이 발생했다. 뇌실배액술과 기관지절개술, 항생제 투여 등 의료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환자는 전신출혈로 인한 심폐기능상실로 사망했다.

보호자는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된 사건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결했다. 의료진이 뇌막염 등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전 항생제를 투여했고, 수술 중 수시로 수술부위를 세척했으며 수술 후에도 계속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감염예방조치를 다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보호자가 수술 도중 공기 중 감염을 100% 방지할 수 있는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진이 취해야 했던 추가적인 조치가 무엇인지,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고, 밝혀진 증거만으로는 의료진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시했다. 수술 중 세균감염이 발생했고, 수술 이전에 청신경초종 외에 뇌실내출혈을 일으킬만한 이유가 없어 의료진 과실이 추정된다는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의료소송이라 하더라도 감염 발생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고, 적어도 원고(보호자)에게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백혈병 환자의 척추천자 후 사망 건으로, 환자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 관해 도입치료를 받고 10여 일만에 신체마비 증상을 보이다 결국 패혈증에 의한 쇼크로 사망했다. 고등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척수천자 중 주사바늘을 3~4번 정도 삽입하고, 시술 후 침습부위의 상태를 점검해 척수액 누출여부나 지혈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은 점, 환자가 척수천자 시행 이후 고열을 동반한 신경마비 증세를 보인 점 등을 감안하면, 환자가 척수천자 직후 감염 증상을 보이고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 척수천자를 여러 번 삽입하고 침습부위 압박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의료진의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을 뒤집었다. 척수천자 과정에서 여러 번 주사바늘을 삽입했고 압박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과실이라고 볼 수 없고, 밝혀진 사실만으로는 의료진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고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을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료소송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의료진에게 스스로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일반인의 기준에서 구체적인 과실이라고 보이는 사실을 입증해야하는 것이지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사례 모두 대법원은 의료행위 이후 감염이 발생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환자측이 일반인의 상식에서 의료진이 당연히 해야 할 감염방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의료소송에서 의료진의 직접적인 과실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사실만으로 과실을 추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환자측에서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에서 최소한의 과실행위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두 사례는 모두 수술이나 시술 후 감염이 발생한 경우로서 일반적으로 수술이나 시술 시 엄격히 무균술을 시행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보인다. 시행부위의 멸균소독, 의료진의 손 세척, 도구에 대한 소독 등 당연히 요구되는 무균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원고(보호자)측이 입증하지 않는 이상 감염이 발생한 사정만을 들어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환자 측에서 구체적으로 감염관리의 미비점을 지적하여 승소한 사례도 있다. 환자는 승모판역류증, 심부전증 진단 하에 인공판막치환술을 받았다. 1개월 후 수술부위에 녹농균 감염이 발생했고, 만성 골수염으로 진행됐다. 앞서소개한 사례와 달리 환자는 소송을 통해 일반병실에 옮겨진 후 담당의사 또는 간호사 등이 소독하지 않은 맨손으로 절개 부분을 촉진하거나 드레싱처치를 해왔고, 드레싱처치 이외에는 항생제의 투여 등 수술부분의 세균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처치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해당 사실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수술부위처치 중 소독하지 않은 맨손 촉진과 드레싱처치과정에서 세균이 옮겨졌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해 결국 병원의 책임을 인정했다.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된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환자가 혈종으로 인해 1, 2차 수술을 거쳤으나 새로운 혈종이 생겨 중환자실에서 3차 수술을 진행했고, 이후 환자에게 고열 및 뇌실질염이 발생한 경우이다. 법원은 1, 2차 수술과정에 대해 병원 의료진이 특별히 감염예방조치를 소홀히 했다거나, 역으로 그 시술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뇌실질염이 발생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3차 수술을 시행하면서 멸균된 수술실이 아닌 중환자실에서 시술했고, 원고가 높은 수준의 감염예방조치가 필요했던 점은 의료진의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더군다나 원고에게 3차 수술 후 고열이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담당의사가 작성한 경과기록지가 존재하지 않아 3차 수술 후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거나 은폐의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앞서 본 병원 승소 사례와는 달리 환자 측이 승소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구체적인 과실행위나 감염관리절차의 흠결에 대한 입증이 가능했고, 감염예방 및 관리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록이 미비했던 경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감염 관련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미 대부분의 병원에서 잘 만들어 놓은 것처럼 감염관리를 위한 절차를 매뉴얼화하고, 정해진 규정을 충실히 준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또 감염절차 준수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최대한 신빙성 높은 증거를 분쟁 과정에서 현출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절차 정비와 주의의무 준수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기록이 수반된다면 적어도 감염의 결과만으로 과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억울한 일은 피할 수 있으리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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