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합 의견’ 협상카드 활용, 비대위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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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합 의견’ 협상카드 활용, 비대위에 ‘제동’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8.0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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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별도 의견 제출하지 않은 학회·단체 배제하고 세부항목 조정 착수
비급여의 급여화 협의 과정에서 모인 각 단체와 학회의 의견을 의사협회 비대위가 대정부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비대위가 취합된 의견을 제출하지 않고, 각 단체와 학회도 보건복지부에 별도로 의견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이미 의견을 제출한 단체 및 학회와 분과협의체를 구성해 비급여의 급여화 세부항목 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대상인 의과분야 의료행위 700개, 치료재료 2천900개 등 3천600여 개 중 비급여 유지 필요항목 등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키로 의료계와 협의한 바 있다.

정부는 의사협회 비대위가 요청한 △급여화 목록에 있지만 비급여 유지가 필요한 항목 △급여화가 필요하지만 목록에서 빠져있는 항목 △기타 급여화 과정에서 쟁점이 있는 내용들에 대해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의협 비대위는 의료계에서 취합된 내용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비대위와 협의해 각 학회와 개원의사회 등에 보건복지부 또는 비대위로 의견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17일부터 18일까지 병원협회는 물론 의협과 26개 학회, 20개 개원의사회를 대상으로 비대위 참여 하에 설명회를 실시하고 급여화 대상항목에 대한 의견을 이달 초까지 보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취재 결과 병원협회와 일부 학회 등은 보건복지부로 의견을 직접 제출했고, 일부는 의협 비대위에서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2월9일자로 취합 완료된 의견을 보건복지부로 제출하지 않고 의견 제출 여부를 의-정 협의와 연계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세 가지 문제 제기를 했다. 당초 보건복지부가 직접 의견을 받으려고 할 때 비대위가 각 학회, 개원의사회의 의견을 취합만 하겠다고 합의한 약속을 위반한 것으로, 비대위에 대한 정부의 신뢰에 큰 흠집을 남기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또 각 학회와 개원의사회가 보건복지부로 의견을 전달해 줄 것을 예상하고 제출한 의견을 비대위가 임의로 전달하지 않는 것도 각 학회와 개원의사회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태도라는 것.

이와 함께 이번 의견 수렴은 의료계의 현장의견을 받아 비급여 존치 등 비급여의 급여화 세부항목을 조정하려는 목적인데 의견 미제출로 인해 의료계가 얻을 실익은 없고 급여화로 인한 피해만 가중된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비대위에 대해 재차 의견 제출을 요구했으나 비대위는 협의와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의견을 제출한 협회와 단체를 중심으로 각각 분과협의체를 구성해 비급여의 급여화 세부항목 조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각 학회 및 개원의사회 등에 대해서도 비대위에 제출한 의견을 보건복지부에도 함께 제출해 줄 것을 재차 요청할 예정이며, 의견을 제시한 학회와 의사회를 중심으로 분과협의체를 구성해 비급여의 급여화 목록 조정을 최종적으로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급여화 대상으로 선정한 의과 3천600여 개 항목은 복지부와 심평원이 급여화 대상으로 1차 정비한 목록으로, 의료계의 현장의견과 전문적인 내용을 추가, 분과별 논의를 통해 목록을 조정할 예정이었으나, 의료계가 이에 대한 별다른 의견이 없다면 당초 초안 수준에서 급여화 대상을 확정하고 향후 추진과정에서 점검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의견수렴과 급여화 목록 조정은 사실상 복지부에서 필요한 게 아니라 의료계에서 원하는 사항을 검토해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비대위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영양제 주사, 도수치료, 하지정맥류 등에 대해서도 급여화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은 공식적으로는 없는 셈이고, 어떤 의료단체로부터도 이러한 의견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각 학회와 개원의사회가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토대로 조정할 예정이었는데, 없는 의견을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다시 한번 의료계의 의견 제출을 요청하겠지만, 의견을 제출한 경우에 대해서만 함께 모여 검토할 방침이므로 의료계가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문케어 의정협의체에서 수가 정상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심사체계 개편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세 가지 문제는 서로 연관돼 있어 함께 다뤄야 할 문제”라며 “당시 비대위가 설명회에 동의한 것은 정부 계획대로 의견을 받아서 진행하라는 의미가 아닌데 이를 정부 계획대로 일을 추진하라고 동의해놓고 말바꾸기를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는 수가 정상화 등과 함께 논의해야 하는 문제며, 지난 의정협의를 통해 수가정상화를 위한 의료계의 의견을 전달했고, 정부가 이에 대해 답을 주기로 했다”며 “수가정상화, 심사체계 개편 등 필요한 부분들과 함께 논의해 진행하자고 해놓고 비급여의 급여화는 계획대로 가야한다는 것은 그 동안의 협의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태도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강행한다면 모든 협의를 중단하고 의료계는 강경모드로 돌아서는 등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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