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의료정책이 인명을 싸구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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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의료정책이 인명을 싸구려로 만들었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8.02.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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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독점적 보험제도 비판…정부책임 가장 커
복지부, 비난 겸허히 수용…근본적인 대책 마련할 것

“당국의 싸구려 의료정책이 인명을 싸구려로 만들었다.”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감염의 발생원인과 환자안전 확보 방안’ 토론회에서 의료기관이나 개인적인 책임보다 보건의료 당국에 가장 큰 책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월6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감염의 발생원인과 환자안전 확보방안’ 토론회에서 임채만 울산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사진>는 정부의 독점적 보험제도로 고가의 검사부터 주사기 하나까지 통제를 받는 국내 의료정책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목동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중환자의 사망에 있어 환자 요인보다 더 큰 요인이 바로 정부의 싸구려 의료정책이라는 것.

임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다수 의료인이 전문의로 경증 질환자들은 전문가를 향유하고 있지만 정작 치명적이고 난해한 질병을 가진 중환자들은 초년 의사와 비숙련 간호사들에게 맡겨져 있다”며 “이러한 현실은 중요한 질병 사망률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중환자실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패혈증의 국내 사망률이 40%를 상회해 선진국에 비해 2배난 높은 수준이고 더 큰 문제는 사망률이 병원간, 지역간 3배까지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는 2009년 신종플루 사망률이 선진국의 2배, 국내 병원간에는 4배 까지 차이가 났던 것과 정확히 닮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정부에 의한 독점적 보험제도로 고가의 검사로부터 주사기 하나까지 통제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하에서의 의료 현장은 정부의 얼굴”이라며 “인공호흡기 환자 사망률로부터 패혈증 사망률까지 병원 간, 지역적 편차 그리고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 등은 복지부의 자기 고백서로 당국의 싸구려 의료 정책이 인명을 싸구려로 만들어 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보건복지부가 의료정책을 의료 현장에 맞게 수정하지 않으면 또다른 제2, 제3의 목동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민 고대안산병원 병원장은 신생아 중환자실의 환자안전과 병원감염에 대한 대책으로 의료제도 개선 그리고 시설·장비의 확충 및 현대화도 필요하지만 의료전달체계 구축, 의료인력 충원 등이 우선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병원장은 “20개 병상 미만의 신생아 중환자실을 가지고 있는 의료기관은 54.6%(97개중 53개)로 소규모 지역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효율적인 인력 및 시설·장비의 활용이 원할지 못하다”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상급병원에서 중환자를 많이 치료할수록 운영 적자의 폭이 커지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지역화 진료체계 내에서의 의료 전달 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오히려 원활한 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보건복지부 예산이 무려 63조2천억원이지만 보건의료부분은 2조4천억원으로 전체 예산중 4%에 불과하다. 이중 의료에 직접 지원되는 것은 4천억원으로 예산의 0.7%뿐”이라며 “보건부 독립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현재의 수가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박 교수는 “지금 원가보전률이 가장 낮은 게 중환자실이고 다음이 응급실, 수술실 순으로 의료인이 몸으로 때우는 곳은 수가가 낮다”면서 “의료경영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이런 부분에 투자를 하지 않고 검진센터를 하나 더 짓겠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에 규제가 강화돼야 하지만 규제에 비해 훨씬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부를 향한 비난을 겸허히 수용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담은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대목동병원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수가 마무리 되는 대로 종합감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평가도 거쳤고 인증원의 인증도 받았으며 JCI 인증도 거쳤다”면서 “이번 사건이 이런 병원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받아들이기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 과장은 “종합감사를 통해 원인과 책임을 확실히 밝혀 다음에는 이와 같은 일이 아이들에게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청도 있었다”면서 “경찰 수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미 발표된 단기대책은 이번 목동병원 사건과 상관없이 신생아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각과에서 준비한 것을 취합해 발표할 수 있었다며 2월부터 의료감염 실태조사를 시작하고 감염관리대책 TF가 구성된 만큼 근본적인 중장기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의료법 상의 전담전문의 부분을 의무화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모든 병원을 처벌할 수 없는 부분이 고려된 것이라고 이해를 당부했다.

정 과장은 “전담전문의를 둘 수 있다고 되어 있는 부분을 의무화 할 경우 대다수의 병원이 처벌을 받게 돼 규정을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은 필수 사항으로 했지만 앞으로 종합병원을 비롯해 점차 확대해 나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중환자실과 수술실 안전관리를 위한 기준도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해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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