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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법과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1〉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장
2018년 02월 02일 (금) 15:42:32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구홍모 본부장
지금까지 4회에 걸쳐 보건의료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의 하나로 환자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총론을 기술하였다.

구명성(救命性), 침습성(浸濕性)과 위험내재성, 전문성(專門性), 밀행성(密行性), 불확실성과 재량성(裁量性) 등 의료행위만이 가지는 특성들로 인해, 국가 총 인구의 일정 비율에서 환자안전사고는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해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며, 수십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또한 큰 사회적 이슈가 되는 환자안전사고들로 인해 국민들은 의료기관 이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부터는 환자안전관리체계 구축의 각론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환자안전법’의 내용과 특징에서부터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이 가지는 기대효과까지를 시작으로, 환자가 안전하고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그 결과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환자안전법

앞서 언급했듯이, 故정종현군의 항암제 투여경로 오류로 인한 안타까운 사망 이후, 환자는 안전한 의료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당위성을 실현시키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과정을 극복하고 ‘환자안전법’의 제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제정된 ‘환자안전법’의 가장 큰 특징은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법 제18조에 명시된 환자안전사고의 개인정보보호와 보고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에 관한 사항 이외에는 미준수에 따른 벌칙이 없다.

즉, 환자안전사고를 보고하지 않아도, 보건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이 지켜야할 준수사항인 환자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환자안전기준의 준수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환자안전지표와 관련한 자료를 유관기관이 제출하지 않아도,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200병상 이상의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정신병원 포함) 및 종합병원)이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배치하지 않아도, 그리고 환자안전 전담인력이 환자안전활동에 관한 교육을 이수하지 않아도 ‘환자안전법’에서는 처벌을 하지 않는다. ‘환자안전법’은 자발적인 참여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다.

환자안전 관련 전문가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 점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내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절대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은 환자안전사고가 과연 이렇게 강제성이 없이도 제대로 보고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가 환자안전을 위해 어렵게 만들어진 ‘환자안전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사장(死藏)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어떤 유형의 사고가 어떤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였는지, 그래서 이와 같은 사고의 예방을 위해서 어떻게 했었어야 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하기 때문에 환자안전사고는 있는 사실 그대로 보고가 될 때 그 의미가 있다.

동일한 환자안전사고라도 그 원인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킨 보건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이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

환자안전사고의 보고를 강제하여 그 내용이 변질되어 우리가 참으로 알고자 하는 내용이 감춰지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면 그 보고는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잘못된 내용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예방 대책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쓸데없는 규제와 절차만을 양산하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조금 더 번거롭더라도 환자안전사고 보고의 처음은 자율을 전제로 시작되어야 한다. 내가 보고한 환자안전사고가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는 당연한 믿음이 형성되고, 오히려 효율적인 예방대책으로 환류되어 직접적인 도움과 다른 사람과의 공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환자안전문화는 만들어진다.

이러한 믿음과 공감의 토대위에서 적신호사건의 의무보고와 그에 따른 인센티브 지원 방안 등 구체적인 발전 방안이 추진된다면 환자안전사고의 실시간 실태파악 등 효율적인 환자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1.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

미국에서 해마다 최소 4만4천~9만8천건의 환자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이 일어나고 있고, 약 20조 4천억원~34조 8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며, 매년 약 871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환자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환자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약 25만명으로 미국 사망 원인 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전체인구의 약 0.8%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한해 약 4만명이 환자안전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보건의료인과 일반인의 인식은 어느 정도일까?

가. 환자 및 환자 보호자의 인식

2014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의료서비스 소비자 안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에 본인과 가족이 ‘의료오류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8.2%, 이 중 ‘의료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였다.

또한 최근 이용한 의료기관의 ‘환자안전 확보 수준이 미흡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9.4%로 ‘잘 모름’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에서 환자안전 확보 수준이 낮다고 응답하였다.

이렇게 의료기관의 환자안전 확보 수준이 낮은 이유에 대해 과반수에서 의료기관이 환자안전에 대한 필요성 및 의식이 부족하고, 환자안전과 관련된 소비자의 요구사항이 정부나 의료기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여 의료기관 내 환자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가적 차원의 관리정책을 강화하고 기준을 마련하여야하며, 위험요인 발생 시 모든 의료기관이 이를 자발적으로 보고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나. 의료기관 종사자의 인식

2014년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발표한 ‘환자안전사고 관리체계 구축 및 운영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의 약 89%에서는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행하는 전담인력이 배치되어 있으며, 환자안전을 위하여 주관부서와 전담인력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모두 90%이상이었다.

70%이상의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안전사고를 보고한 사람에 대한 비밀이 유지되고 있었으며, 대부분 보고자에게 인사고과 등 불이익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80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에서는 보고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근본 원인분석을 시행하는 경우가 90%가 넘었지만, 200병상 이하의 의료기관에서는 27%만이 근본원인분석을 시행하고 있었다.

근본원인분석을 시행하지 않는 이유로는 ‘보고된 환자안전사고의 건수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근본원인분석 방법을 몰라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두 번째로 높았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내부적으로 보고된 환자안전사고의 결과를 직원들의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반영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정 또는 지침수정이 이루어지는 비율은 28%로 낮은 편이었고 교육 횟수 또한 연 1회 정도로 적은 편이었다.

국가차원의 외부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약 90%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으나, 외부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응답자의 48.1%에서는 환자안전사고를 보고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그 이유로는 응답자의 65%에서 ‘비밀보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국가차원의 외부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보고에 대한 비난과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화형성과 보고된 환자안전사고를 분석한 결과가 반영된 환자안전 관련 프로토콜 및 가이드라인 등이 환류되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정리해보면,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 정도는 다음과 같다. “환자가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환자안전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그 중심에 국가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을 설치·운영하여 발생한 환자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등 학습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환자안전사고 보고에 따른 나와 내가 속한 의료기관에게 올 수 있는 불이익이 두려워 보고하지 않겠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안전법’ 제정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이 모순되는 소결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 학회, 협회, 단체, 정부 및 국회는 수많은 논쟁과 협의를 거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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