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서주러 갔다가 참변, 환자에 최선 다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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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 서주러 갔다가 참변, 환자에 최선 다한 의사"
  • 병원신문
  • 승인 2018.01.29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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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의사 민 모씨 원소속 밀양 행복한병원장 "못 가게 말리지 못해 회한이 남습니다"

"화재 전날 민 과장이 세종병원에 가는 줄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뜯어말렸을 겁니다. 이를 막지 못해 결국 세상을 등졌다는 생각에 회한이 남습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숨진 의사 민모(59)씨는 원소속 병원인 밀양 '행복한병원' 정형외과 과장이었다.   

김진국 행복한병원장은 "화재 당일 출근했는데 민 과장이 출근하지 않아 직원들에게 물어봤더니 '전날 세종병원에 당직을 서기 위해 가는 것 같더라'고 했다"며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그런 경우가 있느냐'고 화를 냈는데 나중에 뉴스를 보고 가슴이 덜컥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민 씨는 세종병원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의사의 꿈을 키우다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한림대에서 조교수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밀양에서 병원을 개업하자 이곳으로 내려와 함께 근무했다.   

이후 경남지역 병원 몇 군데를 옮겨 다닌 민 씨는 마지막 직장이 된 행복한병원에 들어오기 전 세종병원에서 잠시 일했다.   

김 병원장은 "아마 민 과장이 전 직장에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하루만 당직을 서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거절하지 못한 것 같다"며 "전날 밤에 세종병원에 갔다는 사람이 다음 날 아침 불이 날 때까지 있던 것으로 봤을 때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직근무를 섰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김 병원장은 민 씨가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은 성격이었으나 환자에게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 의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격적으로 성숙했을 나이고 또 특별히 의협심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의사라면 불이 난 상황에서 제 몸을 챙기기보다 환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며 "민 과장도 요령을 부리거나 자기 것만 챙기는 성격은 아니었으며, 불이 난 날도 환자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 직원도 "평소 말수도 없고 큰소리도 거의 안 냈을 정도로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셨다"며 "가족 등 사적인 얘기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평소 환자에게 성실하게 임하던 태도를 보면 참변을 당한 날도 환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재가 있고 나서 김 병원장은 유족들이 유품을 챙기러 올 경우를 대비해 아직 민 씨의 방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있었다.   

옷장에는 평소 그가 진료 때마다 착용한 의료용 가운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김 병원장은 "이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하필 불이 난 날 민 과장이 세종병원에 가 있던 바람에 숨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원장으로서 병원 내부사정을 더 깊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사흘이 지나도록 민 씨의 시신은 빈소가 마련되지 않아 밀양시내 병원에 안치돼 있다.   

가족들은 현재 밀양의 한 숙소에 머무르며 빈소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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