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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 법으로 규제는 '잘못된 발상'
임종기 연명의료 결정, 임상현장에선 어려워 혼선 우려
허대석 교수, 환자 위한 최선책과 보편적 가치 논의 필요
2018년 01월 29일 (월) 06:00:48 윤종원 기자 yjw@kha.or.kr
   
▲ 허대석 교수
“입양시설에 맡겨진 아이가 회생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해 있을 때 연락 두절된 부모의 동의가 없다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해야 할까요.”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2월4일 시행 예정)이 실제 의료현장과 거리가 멀고 형사처벌 등 규제중심이라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시행일 전까지 통과가 불투명해 의료기관에서의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허 교수는 1월2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과 의료기관의 대응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 법은 자기결정권에 의한 연명의료결정을 강조한 법이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의사를 문서에 남기는 것이 가장 좋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의학적 판단에 대한 개인적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사는 2인 이상이 서명해야 한다.

환자 본인이 서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추정하는 데는 가족 2인 이상의 일관된 진술과 서명이 있어야 한다. 이때 ‘가족관계증명서’를 의료진에게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법이 요구하는 서식을 모두 갖추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교수는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지 혹은 중환자실로 가야 할지 짧은 시간에 결정해야 할 경우 ‘심폐소생술금지(DNR) 동의서’ 작성할 것을 제시했다.

“현재 법에서는 DNR 서식의 법적 위치에 대해 구체적인 조항을 마련해두지 않았지만 응급의료행위 여부에 동의를 받는 절차로서 문서화해두면 환자 가족과 의료진이 협의를 통해 결정됐음을 뒷받침하는 서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 환자가 많은 의료기관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려는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등록기관으로 지정받는 것을 권유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적용 환자는 연 2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하루 550여명이다. 기저질환 제한이 없어 모든 환자가 대상이다.

허 교수는 “이 법이 연명의료의 ‘유보’도 ‘중단’과 동일한 수준의 복잡한 서식 절차를 요구하고 자기 결정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스피스 신청은 말기를 기준으로 하고 연명의료결정은 임종기에 해야 한다”며 “임상 현장에서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는 어렵고 암 외의 만성질환자에게서 이것은 더더욱 어려워 혼선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말기로 진단된 시점에는 대부분 의식 상태가 명료하지만, 임종에 이르면서 서서히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게 되고 의사 확인이 어려워진다.

어느 시점부터 의사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고 신경학적으로 판단할지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많은 문서와 의사 2인 이상의 확인은 요양병원이나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요구사항 중 하나다.

허 교수는 “법으로 모든 문제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며 진료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법을 만들고 집행하겠다며 탁상공론을 반복해 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2페이지 분량의 선언적 입법이며, 의사회 윤리지침에서 40여 페이지 분량의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안, 시행령, 시행규칙, 서식을 합치면 40페이지가 넘고, 의협 윤리지침은 1페이지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 결정은 엄격하게 해야 하지만 다듬으면 임상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며 “환자를 위한 최선책이 뭔지 보편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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