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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관리체계 구축, 보건의료정책에 미치는 영향〈4〉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장
2018년 01월 19일 (금) 11:04:30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구홍모 본부장
그렇지 않으면 같은 업종의 의사가 증명을 해내지 않는 이상 과실이 있음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고, 또한 의사에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허용된 의료행위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의료사고 발생 과정에 의사의 설명이 불충분한 경우에는 그 자체가 진료상의 과오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절차를 어떻게 마련하는 것이 의사와 환자간의 정보공유 및 의사소통에 합리적이며 불필요한 분쟁요소를 없앨 수 있는지에 관해 의료실무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을 고려하여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설명의무는 의료인에게 씌우는 족쇄가 아니다. 그렇다고 의료인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은혜(恩惠)의 손길도 아니다. 의료행위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여 침습성에 따른 위험내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결과 또한 불확실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상 올바른 절차에 따라 행한 의료행위라 할지라도 생각하지 못했던 악결과는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의료사고로 이어져 분쟁화 될 수 있다. 악결과를 경험한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전문성에 근거한 주의의무 위반 여부보다는 사전에 설명과 동의가 이루어졌는지가 중요 문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행위에 대한 올바른 설명은 의료인이 입증책임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환자 측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올바른 동의절차를 만드는 데 의료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4. 환자안전사고 현황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환자안전사고 또는 의료사고 건수에 대한 공식적이고 일관적인 기준에 의한 통계정보가 없는 실정이어서 정확한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

법원, 한국소비자원 등의 각 기관에 접수된 의료분쟁 건수를 살펴보면 2000년 1천674건, 2008년 3천115건, 2009년 3천409건, 2010년 3천478건으로 전체 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은 총 4천19건에 달하고, 2013년 1천101건, 2014년 946건, 2015년 963건으로 매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2004년 대한병원협회 조사와 2003년 대한의사협회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전체 병의원에서 발생하는 연간 의료분쟁 발생건수는 1만2천397건으로 추계하고 있다.

2012년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설립된 의료중재원의 통계에 따르면, 환자 측의 의료분쟁 상담 건수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2012년 2만6천831건에 불과했던 상담 건수는 2016년 12월31일 기준으로 총 19만4천554건, 조정 신청건수는 총 7천394건, 조정 개시 건수는 총 3천229건, 법원 등 다른 기관에서 의뢰받은 수탁 감정 건수는 총 1천608건에 달하고 있다.

국외의 경우 2005년 국제환자안전사고 연구결과를 보면 독일은 연간 총 인구의 10%가 입원하며 입원환자의 10%가 환자안전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입원환자의 1%가 사망 및 중상해가 야기된 환자안전사고로 추계된다. 결국 연간 인구 100명당 1명의 비율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며, 인구 1천명당 1명은 환자안전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는 결과가 나온다.

독일의 환자안전사고 발생추계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2015년 기준 총인구 5천107만명 중에서 한 해 약 51만700건의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이 중 5만1천70명은 환자안전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게 된다.

미국의 경우 1999년 IOM(Institute of Medicine)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최소 77만명이 환자안전사고(Medical error)로 상해를 입고, 최소 4만4천~9만8천건의 환자안전사고로 인한 사망(Deathsdue to medical errors)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약 20조4천억원~34조8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며, 이에 미국 정부는 매년 약 87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환자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약 25만명으로 미국 사망원인 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7년 기준 미국 전체인구 3억2천662만명에 대한 비율로 환산하면 약 0.8%가 된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한 해 약 4만명이 환자안전사고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병원의료정책 춘계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입원환자 574만명 중 약 9.2%인 53만명이 위해사건을 경험하고, 위해 사건의 약 7.4%인 3만9천109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이 중 예방이 가능했던 사망자는 약 43.5%인 1만7천702명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약 1/4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약 2배에 달하는 엄청나게 큰 수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보고시스템도 갖추고 있지 않아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정보의 관리와 이를 분석함에 있어 속수무책이었고, 환자안전을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은 전무했다. 그러므로 환자안전 실태 파악이 포함된 환자안전종합계획 수립 및 시행의 근거가 되는 ‘환자안전법’의 시행은 환자안전체계 구축을 통한 국민의 건강보호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5. 환자안전사고 비용

2012년 ‘위험도 상대가치 개선을 위한 의료사고 비용조사 연구결과’ 설명회에서 2005년 상대가치 개정 연구 이후 의료사고 비용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진료부분과 진료과목별로 임상현장의 의료사고 비용을 직접 조사해 2011년 한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를 해결하는데 드는 총 비용이 의학 분야의 경우 최소 1천425억원에서 최대 1천8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하여 발표했다.

이때 의료사고 해결 총 비용 추계 공식은 의료기관 종사 인력 모두가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됐다는 것을 전제했고, 이에 따라 의료사고 해결 총 비용은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료의 총 비용과 자기부담금의 총 비용을 합해서 도출했다. 이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료사고 해결 총 비용 추계는 의협 공제회 가입 인원과 총 보험료를 활용해 393억8천232만원으로 산출했고, 병원급은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료와 자기부담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해 1천31억1천928만원으로 산출하였다.

이 연구결과는 모든 의료기관 종사 인력이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됐다는 것을 전제했기 때문에 의료사고 비용에서 합의금 등의 자체해결 비용이 차지하는 큰 비중은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대다수의 의료사고가 소송, 피해구제 등 공식적인 의료분쟁 해결절차로 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의료사고 해결 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비용은 환자안전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의료행위와 사회경제적 소요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면 추가적인 검사, 처치, 수술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함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환자 본인의 사회경제적 손실과 개호 등에 따른 가족 구성원의 소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를 상기 환자안전사고 발생 건수에 대입하면 환자안전사고에 따른 총 소요 비용은 감히 추측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환자안전사고로 인한 사회 불안요소 등 비정형적 손실은 논외로 하고 경제적 손실이라는 단편적인 면만 살펴보더라도 환자안전사고의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환자안전관리체계 구축이 보건의료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성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는 자명하다.

6. 환자안전법

가. 환자안전법의 제정 과정

‘환자안전법’의 제정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7년 4월, 고 정종현 군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어렵고 힘들었던 치료과정이었지만 가족의 지극정성과 본인의 의지로 잘 견뎌냈고, 마침내 마지막 12차 항암치료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던 중 항암제가 잘못된 투여경로로 주입됐고 이로 인해 2010년 5월 사망하게 됐다.

이 안타까운 사고를 겪은 고 정종현 군의 부모님은 2010년 10월 환자가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환자안전법’ 제정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2012년 8월, 환자단체연합회와 함께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한 1만명 문자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의료행위에서 단 하나의 작은 실수가 환자의 생명에 직결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었다. 그러나 2012년 10월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또다시 항암제 투여경로 오류에 따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같은 유형의 의료행위로 인한 사망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후에야 비로소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전국가적 환자안전관리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2013년 3월 9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위원장에게 ‘환자안전법’의 발의를 요청했고, 이후 2014년 1월 17일에 오제세 국회의원이 ‘환자안전 및 의료질 향상에 관한 법률’을, 1월28일에 신경림 국회의원이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환자안전법’의 제정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환자는 안전한 의료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당위성과 필요성이 많은 장애물과 변수를 극복하고 ‘환자안전법’의 제정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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