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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두르지 않는 점진적 개혁 필요
2018년 01월 19일 (금) 11:22:37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요근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과정을 지켜보자니 2012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국 일차의료 발전방향 모색’이란 정책보고서가 생각난다.

당시 윤희숙 연구원과 이상일 교수가 연구한 결과를 내놓은 이 보고서를 보면 마치 5년후에 벌어질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하다.

고비용 의료서비스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복합증상을 가진 만성질환자의 삶의 질 향상, 고령화 시대에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의료서비스를 둘러싼 파이의 재분배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재 일차의료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도출되고 있는 논란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러면서 각국의 의료개혁 경험에서 강제적이고 급격한 정책 시도는 정책과정을 통과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이해그룹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원래의 개혁의도가 실종되기 쉽기 때문에 개혁의 필요성과 기대효과에 대한 지식기반을 확보한 다음 국민으로 하여금 선택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정부와 공급자간의 대립은 이제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어떤 정책도 충돌없이 구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며, 국민들도 의료기관과 의료방식을 어떤 제약없이 선택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방향성과 선택의 자유간의 균형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진단했다.

구체적인 일차의료 구현방식을 확정해 한두가지 제도 도입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방식의 시도들을 통해 근거를 축적하면서 정책도구를 개발하고 새로운 형태의 일차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이를 다양하게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에 익숙했던 서비스 공급형태의 문제점과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인지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몇 년간의 논의 끝에 도출된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공급자 그리고 공급자들간의 충돌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시장 재분배에서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공급자가 권고안을 수용할리 만무하고 설령 공급자간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인식하는 순간, 상황은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

보장률은 낮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료이용률이 높은 나라도 찾기 힘들다. 저수가-저부담 기조 때문이다. 이렇게 40년을 이어온 의료체계를 한순간에 개혁하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KDI 정책보고서에서 밝힌 것과 같이 다양한 시도와 점진적인 개혁에 대한 정책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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