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 ‘병협배제’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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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평가 ‘병협배제’있을 수 없다
  • 김완배
  • 승인 2005.10.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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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의료법개정·의료기관평가원 설치추진에 강력 반발
국공립병원은 물론 대학병원을 포함한 민간병원 대부분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공급자 대표단체인 대한병원협회(회장 유태전)를 의료기관평가에서 배제하고 관주도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병원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병원협회는 20일 마포 병협회관 13층 소회의실에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위원장 성상철·서울대병원장)를 열고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의료기관평가 업무를 단기적으로 컨소시엄 형태의 평가업무를 유지한 상태에서 민간 독립조직 설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컨소시엄을 민간 독립조직으로 발전시켜 의료계와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학계 및 정부를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도록 할 것’을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같은 제안내용을 국회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요로에 전달할 예정이다.

성성철 위원장은 이와관련, “내년까지 3년간의 1주기 평가가 끝나기때문에 내년에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이어 “전문성을 가진 단체에서 의료기관평가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수 병협 부회장(중소병원협의회장)은 “최소한 3년간의 1주기가 끝난뒤 장단점을 개선,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의료기관평가에서도 시민단체 2곳과 학계에서 참여하고 있고 병협은 사무국에서 실무만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법에서 전문성을 갖춘 병협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김 부회장의 지적이다.

최소한 1주기 기간인 3년정도는 현 상태대로 의료기관평가를 수행해보고 재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병원계의 주장이다.

반면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은 병협을 의료기관평가에서 배제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보건복지부도 의료기관평가와 응급의료기관평가, 종합전문요양기관평가를 하나로 묶어 정부에서 지원하는 의료기관평가원(가칭)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병원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현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의료기관평가를 관주도로 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밖에 없다. 프랑스도 민간병원은 제외하고 국공립병원 위주로 의료기관평가를 하고 있어 민간병원 비율이 80%를 넘는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의 경우 비영리 민간기구가 평가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병협, 의사협회, 간호사협회, 소비자단체, 보험자 등 의료관련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은 민간기구에 정부도 참여하고 있다.

병협은 의료기관평가제도가 시행된 이후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현지평가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고 사무국을 설치, 의료기관평가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왔다.

평가문항 개발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개발했으며 병협은 단지 의료기관 현지평가가 이뤄지도록 행정지원 업무를 지원해온 것이 의료기관평가 업무의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협이 의료기관평가 업무에 참여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평가에서 배제하겠다는 논리는 적절치 못하다는게 병협측이 주장하는 핵심논리다.

의료기관평가에서 병협을 배제하거나 관주도로 평가기구를 운영하게될 경우 단일기관으로 평가기능이 집중화되면서 거대한 관료화를 초래, 의료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나 자율권 침해, 병원에 대한 규제 및 관리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 적지 않은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의료기관평가에서 병협 배제나 관주도의 평가기구 운영은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질관리학회에서도 정부 주도방식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는 병협측의 주장이다.

의료기관평가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병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전문성이 요구되며 주요 기준과 절차는 다양한 이해주체들의 검토와 협의를 거쳐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운영해야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평가에서 병협을 배제하거나 의료기관평가원을 세워 관주도로 평가를 하는 것보다는 현실에 부합되지 않거나 신뢰성이 없는 평가문항 등을 개선하는데 의료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할 것이다.

의료기관평가 시행주체나 병원들의 역량이 초기단계인 시점에서 적절한 평가모형과 병원의 현실에 근거한 방법론 개발 등에 대해 유연하고 개방된 논의들이 이뤄져야할 때다. 따라서 소모적인 의료기관평가업무 시행주체에 대한 논란은 이젠 그만하고 의료기관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인적, 기술적 인프라 구축에 노력해야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김완배·kow@k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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