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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일차의료 발전 특별법안의 문제점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2018년 01월 05일 (금) 11:43:15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김선욱 변호사
국회의원 10여명이 2017. 12. 22. ‘일차의료 발전 특별법안(이하 일차의료특별법안)’을 입법 발의했다. 그 취지는 다음과 같다.

‘지역사회 기반의 일차의료 체계가 부실하여 국민이 의원급 의료기관보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이용을 선호하고 있고, 이는 의료자원 배분의 불균형과 비효율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양질의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차의료는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하여 지역사회 주민에게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나, 국민적 인식 부족과 국가적 지원 부족으로 일차의료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일차의료가 대한민국의 의료체계에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립하고 지역사회에 정착·확산될 수 있도록 한시적 특별법을 제정하여 일차의료 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십여 년간 학계와 보건복지부를 통하여 논의되어 온 ‘일차의료’를 법규로 정한 것이 일차의료특별법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법안은 제2조를 통해 ‘일차의료란 지역사회 중심의 의원·치과의원·한의원이 행하는 보건의료로서 질병의 예방·치료·관리 및 건강증진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포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일차의료의 정착 및 확산을 위하여 의료전달체계의 개선, 일차의료 표준모형을 개발 및 보급,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 간의 진료 협력체계 활성화 등에 관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안 제3조부터 제7조). 보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은 일차의료 인력정책의 수립,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실태조사 및 정보체계의 구축 등에 관한 사업을 실시하도록 하고(안 제8조부터 제10조), 일차의료 전담조직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매년 정기국회 전 일차의료 발전에 관한 보고서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였다(안 제11조 및 제12조). 이 법안은 한시법으로 2022년 12월 31일까지 그 효력을 가지도록 하였다.

학문적으로 논의가 되어왔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거론 되었던‘일차의료’에 대하여 국회가 나서서 논의를 한 점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위 법안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첫째, 법안의 일차의료라는 정의(제2조)가 과연 적절한 것인가이다. 일차의료(일반적으로 ‘Primary Care’라는 용어가 사용된다)라는 용어는 1920년대 영국의 Dawson Report를 통해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일차의료를 지역사회 의사가 예방과 치료 서비스를 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이 보고서는 일차의료 이외에도 이차보건의료센터와 교육병원 등 3단계 의료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더불어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의 네트워크와 전문의가 근무하는 보건의료센터(Health center)의 이원화된 체계를 제안하였다. 미국은 1976년 일차의료를 ‘응급의료를 포함한 기본적인 의료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1994년 미국의학연구소(IOM)는 일차의료를 ‘의료인에 의해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접근 가능한 보건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으로 정의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07년 ‘일차의료연구회’가 ‘건강을 위하여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로서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를 지속하여 진료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들에게 흔한 건강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로 정의하였다.

위와 같은 연혁적이고 학문적 개념과 달리, 위 법안이 일차의료를 일차의료기관이라고 편리하게 부르는 의료법상의 ‘의원’ 급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로 안일하게 개념 구상을 한 태도는 지적받아 마땅하다. 이 글을 읽는 의료계에 종사하는 독자 중 법안의 형식적인 일차의료 개념 정의에 동의 하실 분은 없을 것이다. 현재도 의원급 의료기관 이외 의료법상 병원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인 중소병원들도 이른바 일차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만성질환관리에 있어 일차의료의 개념을 ‘의원급 의료’만으로 한정하여 이해하지는 않고 있다.

또한 우리 어법상 ‘일차’라는 말은 2차 또는 3차의 개념을 전제로 한다. 보건의료체계를 전반적으로 구상하는 법이라면 일차의료 이외의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하여도 정의를 하였어야 한다. 논란이 있겠지만 일차 의료 이외의 의료서비스에 대하여도 그 정의가 필요하다.

둘째, 위 법안은 정책적 소외 대상과 배제대상이 전제되어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법안은 일차의료의 역할을 기관중심으로 하였다. 주로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 중 수술을 하며 입원실을 운영하고 있는 외과계 의원도 많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외과계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정책적 지원 등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의료기관들은 정책적 패러다임 변경으로 배제되거나 축출될 대상으로 전락될 위험성도 있다.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지역 사회에서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중소병원들은 더 큰 문제이다.

셋째, 입법 취지에서 밝힌 ‘병원급 이용이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선택은 환자의 기본적인 헌법상 권리이다. 의원급을 이용하던 병원급을 이용하던 자신의 비용과 선택을 통해서 자유롭게 결정되어야 한다. 우리의 보건의료체계의 기틀인 국민건강보험법에는 비용에 대한 구별 이외에 이러한 선택권 자체는 제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환자가 ‘병원’을 선택한 행위를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고, 더 더욱 문제라고 평가되어서도 안 된다.

또한 입법 취지에서 언급한 ‘지역사회 기반의 일차의료 체계가 부실’하다는 것도 과연 사실인지 의문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국회의원 몇 명이 지역사회 기반 일차의료(의원급)이 부실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 다수 의원을 정성껏 운영하는 의료인들에게 상실감을 법안을 통하여 주고 있다. 좋은 의도가 있다면 긍정적인 면을 살려 법안의 취지를 이해시켰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과연 법을 통하여 해야 할 정책이냐라는 궁극의 의문점이다.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 국가에 비하여 일반의(GP)가 극단적으로 적다. 전문의 중심의 의료전달체계가 현실이다. 공공의료가 아닌 민간의료가 대부분이다. ‘의료’와 다른 ‘보건의료’라는 개념도 그 차이가 불분명하다. 법은 보건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보건의료기본법의 보건의료 서비스 주체인 약사는 법안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유연한 정책을 하려면 행정부의 재량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국회가 법으로 개념을 못 박듯 정의하여 가이드라인을 좁게 해 놓으면 행정부는 그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진다. 국회는 한시적으로 이 법을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그 자체가 한시적으로 행정부가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하게 할수도 있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입법부의 역할과 행정부의 그것을 구분 못한 잘못도 있다. 법을 통하여 행정부로 하여금 매번 국회에 나와 보고하라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대통령제이지 의원내각제가 아니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헌법상 삼권분립 하에서 국회가 입법권을 통해 행정부를 직접 통제하려는 의도가 보임이 경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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