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 중 2년동안 한시적으로 유예됐던 주 80시간 초과수련 제한규정이 지난해말부터 발효됐다. 유예기간 종료로 전공의 수련시간은 4주 평균으로 계산해 주당 80시간을 넘을 수 없으며 36시간을 초과해 연속근무도 할 수 없다. 다만 교육적 목적으로 8시간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년동안의 유예기간동안 수련병원과 전공의는 모두 긍정보다는 우려섞인 시각으로 전공의법을 바라보았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진료공백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수련병원이나, 수련시간 부족으로 충분한 임상술기 습득이 가능할지 걱정하는 전공의 모두 풀기힘든 난제(難題)를 떠안은 것처럼 보인다.
수련병원 입장에서는 지난 2년동안 아무리 애를 써도 진료공백을 메꿀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 PA(전문간호사)는 법률적 한계로 전공의를 대체할 수 없고, 입원환자전담전문의는 높은 노동강도와 계약직 채용에 따른 고용불안 등 여러 가지 제약조건으로 제 구실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전공의라고 해서 수혜자라고만 볼 수 없다. 수련시간 제한규정에 걸려 수술 등 충분한 임상지식을 쌓지 못해 전문의 자격 취득후 펠로우를 거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적지 않은 2차 병원들이 채용조건에 펠로우 경력을 요구하는 등 의료현장에서는 펠로우가 필수코스로 까지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공의법 발의 이후 이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정치적 셈법과 상황논리에 밀려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없이 지나칠 정도로 급속하게 법제화한 탓에 수련병원에게는 비용부담만 커지게 하고 전공의는 수련의 질을 담보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 제도적·법률적으로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만한 것은 없어 당분간 전공의법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법 입법취지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수련병원의 비용부담을 경감시켜 수련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게 하고 전공의법에 적합한 수련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전공의법만큼은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놓고 병원들이 적응하라는 식의 정책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