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문재인케어와 전문병원의 역할… “의료전달체계 정상화가 해결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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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문재인케어와 전문병원의 역할… “의료전달체계 정상화가 해결 열쇠”
  • 병원신문
  • 승인 2018.01.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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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형 대한전문병원협의회 회장
▲ 정규형 회장
지난해 8월9일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다. 주요내용은 미용이나 성형 수술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항목에 대해 전면 급여화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63%인 건강보험 보장율을 5년 뒤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찬성한다. 다만 국내 의료계의 현실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이번 정책에 투입할 재원은 적게 잡아 6조원이다. 정부가 추계한 금액이다.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앞선다.

전면 급여화의 선결과제 산적

하나씩 풀어보자. 병원의 수익구조는 일반시장과 다르다. 즉 시장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사면 상인은 그 대금을 고스란히 받는다. 하지만 병원과 환자 사이에는 ‘건강보험’이 있다. 병원은 환자로부터 진
료비 일부만 받고, 나머지 대부분은 건강보험을 통해 돌려받는 식이다.

문제는 병원이 건강보험으로부터 비용을 돌려받는 ‘급여 항목’의 수가는 국가에서 책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저렴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를 책정하고, 의료계가 수용하기를 요청하고 있다. 국가가 정한 수가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의사들은 급여 항목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활용한다. 비급여 항목은 자율적인 가격책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유지하려는 고육책으로 보면 정확하다.

그러나 전면 급여화가 된다면 병원의 수익은 국가에 100% 종속된다. 즉 수가가 원가보다 낮게 책정되어도, 병원이 적자가 나더라도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현 정부는 이에 대한 반발을 예상해 ‘적정수가 보장’을 약속했으나 의약분업 사태를 돌아볼 때, 이번에도 잘 이루어질지는 불분명하다. 정부는 충분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적정수가에 관한 의료계와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 ‘악순환’ 반복

필요한 것은 신뢰관계 회복뿐만이 아니다.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 돼야 문재인케어도 효과를 십분 발휘할 수 있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우스갯소리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의 현주소다. 그 마저도 KTX, SRT 등 고속열차의 발달로 서울 대형병원과 지방 중소병원의 격차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지방의 환자들도 반나절이면 서울 소재 병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부담없이 대형병원을 이용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을 외치는 이유는 대형병원 쏠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손실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용으로는 우선 환자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기 어렵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안의 경중에 상관없이 대형병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대형병원의 치료가 급히 필요한 환자는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동네 병의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1, 2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대형병원을 찾아 나서 동네 병의원은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네 병의원이 사라지면 그 불편은 다시 지역 환자에 돌아갈 것이다.

끝으로 보건의료 자원 낭비도 우려된다. 적절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병원이 전국 곳곳에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의사 한명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기간이 투입된다. 지방에서 진료 받으려는 환자가 없다면 고급 의료인력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사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의 필요성은 제기된 지 40년이 넘었다. 40여년 전 당시 ‘의료보험제도’ 실시 이후 종합병원 쏠림현상이 나타났으나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의원급 기관은 외래환자, 병원급 기관은 입원환자를 다루도록 원칙을 세웠으나 의료전달체계의 개념 확립 및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통의 발달이 의도치 않게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심화시킨 가운데, 문재인케어는 쏠림현상에 부정적 역할을 하는 형국이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 대형병원 이용수요는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국민에게 의료전달체계 개념을 확립시킨 뒤 문재인케어가 시행돼야 정책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포털이 ‘가짜 전문병원’ 양산 주범

실제 국정과제 45번인 ‘의료공공성 확보 및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제공’ 완성을 위해서는 전문병원 역할이 필수적이다. 전문병원은 역량 있는 중소병원을 육성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제도 도입 이후 전국 각 분야에서는 ‘전문병원’으로 지정을 받기 위해 △환자 구성 비율 △필수 의료인력 및 진료과목 △병상 수 △임상의 질 △의료서비스 수준 등 엄격하고 다양한 항목을 충족해왔다.

의료질 향상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의료기관인증도 앞장서 받았다. 이는 모두 국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 일조한다는 점과 지정 분야에서는 최상이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통계를 보면 일부나마 상급종합병원 대체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병원의 종별 진료비 점유율의 경우 지속적인 증가율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요즘 대형포털에서 임의로 양산하는 ‘가짜전문병원’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전문병원제도 정착이 지연되고있다.

한편 문재인케어는 결국 시행될 것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중소병원과 대형병원 간 의료비 격차가 줄어들면서 ‘환자의 의료비 절감’이라는 전문병원제도의 시행 목적이 사라지는 셈이다. 전문병원으로서는 큰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국가가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지속하려면 제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에 대한 지원이란 특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필요에 따른 전문병원 활용 방안을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전문병원이 대학병원 버금가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복지부도 인정하는 바이다. 특정 질환의 환자는 어느 병원에 가면 좋을지 명확하며, 그 병원은 특정 질환에 최적화된 의료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렇다보니 노인, 아동, 임산부, 육체노동자, 알콜 중독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와 접목시키기도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시범기간까지 포함하면 10년이 되어가는 전문병원제도가 아직은 그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제 미비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는 정책사업도 많으며, 수 개 분야의 전문병원이 모인 전문병원 클러스터 구상도 각 병원이 사비를 들여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도 있듯, 정부가 전문병원이라는 구슬을 꿰어 보건정책에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전문병원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 각자의 역량을 다듬어나갈 것이다.

거시적 관점 의료정책 세워야

12월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54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한국의 건강보험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바레인과 협력 프로젝트를 체결한 영향이다. 바레인 뿐 아니라 중동의 여러 국가에서도 협력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선진의료, 선진건강보험이라는 빛 뒤에는 묵묵히 이를 뒷받침해온 의료계가 있다. 최근 의료계에는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귀순 북한 귀순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교수와 ‘문재인 케어’ 반대 시위가 그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거리로 나온 수많은 의사보다 북한 귀순병사를 치료한 권역외상센터 의사 1명의 영향력이 더 컸다. 정부는 여론에 따라 움직이고, 여론은 언론에 따라 움직이며, 언론은 더 자극적인 주제를 찾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권역외상센터도 다른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고충을 겪고 있다. 그러나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병원에도 대책은 필요하다. 부디 정부에서는 의료계의 노고를 알아주어 제대로 된 지원책을 확립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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