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소아 인공심장 이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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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소아 인공심장 이식 성공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12.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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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 적극 지원에도 지속적인 치료비용 발생, 지속적인 후원 절실한 상황
희귀난치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아에 대한 인공심장 이식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으나, 큰 치료비용으로 가족들의 부담이 커 많은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희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남아에 대한 양심실 보조장치(Ventricular assist device) 이식술에 성공했다고 12월26일 밝혔다.

▲ 박영환 교수(사진 맨 왼쪽)가 이식수술 당일 환아 심장과 연결될 심실보조장치의 관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 수술은 국내에서 이뤄진 소아를 대상으로 하면서 양쪽 심실을 모두 대체하는 첫 인공심장 이식술로, 국내 심장수술 분야에 큰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을 받은 환아는 2016년 7월생으로 출생 후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다가 생후 3개월경부터 눈에 띄게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점차 환아의 심장에 물이 고이는 심낭삼출증상이 악화되는 가운데 복수도 차오르고 간경변증 및 콩팥 기능 저하가 동반돼 지난 8월25일 세브란스병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정밀진단 결과 환아의 진단명은 특발성 제한 심근병증으로 나왔다. 이 질환은 심장의 수축과 이완을 가능케 하는 심장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굳어지는 병이다. 점차 혈액순환 저하를 야기해 같은 순환기관인 폐는 물론 정상수준의 혈액을 받지 못한 간과 콩팥이 제 기능을 잃고 종국에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중증 심장질환이다.

현재까지 약물치료로는 조절이 안 돼 심장이식 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심장은 뇌사자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장기이고 환아에게 맞는 크기의 심장을 기증받기 위해서는 기약 없는 장기이식 대기기간을 거쳐야 하기에 세브란스병원 의료진들은 환아 심장기능 보존 및 다양한 합병증 예방을 위한 집중적인 치료와 관찰을 병행했다.

그러나 지난 10월경 환아가 패혈증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졌고 의료진의 노력으로 큰 고비는 넘겼지만 환아를 살리기 위해 의료진들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주치의인 박영환 교수(심장혈관외과)는 “심장기능 저하로 전반적인 신체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감염질환이 발생할 경우 환아의 생명을 유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관련 의료진들과 수차례에 걸쳐 회의를 갖고 환아의 심장을 대체할 인공심장이식, 즉 심실보조장치이식술을 시행키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체외형 심실보조장치 이식술에 성공한 이후 성인에 대한 인공심장 이식술 경험을 쌓아온 세브란스 의료진들이었지만 소아에 대한 이식수술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소아의 경우 가슴크기가 작아 기존에 성인에게 쓰는 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식되는 소아 심실보조장치에 대한 운영과 이식술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이제껏 국내 심실보조장치이식술은 혈액을 온몸으로 내뿜는 좌심실의 기능을 대체하는 좌심실 보조장치이식술 만 이뤄져 왔으나, 이번 수술은 좌우 두 개의 심실을 모두 대체하는 양심실보조장치이식술로 이 역시 국내 처음 시행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식수술이 결정되자 주치의인 박영환 교수를 중심으로 심장혈관외과 박한기·신유림 교수, 심장마취통증의학과 심재광·송종욱·소사라 교수, 소아심장과 정세용·최재영·정조원 교수 등으로 다학제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술준비에 들어갔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에선 소아 대상의 심실보조장치이식술이 활발한 편이지만 국내에선 처음이라 해외문헌과 관련 자료를 모아 소아 심실보조장치이식술에 대한 분석과 실제 적용을 위해 관련 간호사들까지 ‘열공모드’에 들어갔다고 신유림 교수는 당시를 술회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지난 11월23일 오전에 이뤄진 이식수술 현장은 돌을 갓 넘긴 아이를 살리기 위한 의료진들의 결연한 의지가 가득한 가운데, 한국 최초의 소아대상 양심실보조장치이식을 지원하기 위해 해당 심실보조장치 제조사인 독일의 의료기기 회사에서도 소속 연구의사를 비롯한 파견팀이 수술실 주변에 대기하며 장비의 원활한 작동과 운영을 적극 지원했다.

▲ 환아의 걷기운동을 보조하고 있는 세브란스 의료진.
세브란스 의료진들의 철저한 준비로 수술 한 달여를 넘긴 환아는 한때 성인용량의 이뇨제를 써서 복수와 몸속 노폐물을 배출시켜야 했던 증상이 사라지는 한편, 숨찬 증세가 없어져 호흡기를 뗀 상태이다.

또 복수증세가 사라지면서 뱃속의 압박감이 없어 환아가 정상적인 식사를 스스로 함으로써 해당 연령대에 맞는 체중을 점차 회복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는 밝은 표정으로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재롱도 부리며 큰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기도한 부모와 의료진에게 큰 안도와 보람을 선사하고 있다.

다만 오랜 기간 병상생활을 한 탓에 걸음걸이를 비롯한 신체기능과 정서적 발달이 늦어진 만큼 이를 위한 의료진의 별도의 회복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신유림 교수는 “환아에게 취약한 감염질환의 효과적인 통제와 심실보조장치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부득이 일반병실이 아닌 중환자실에서 회복과정에 있다”며 환아의 침상 옆에 작은 놀이공간을 만들어 전담간호사가 걷기 운동과 놀이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국내 첫 소아대상 양심실보조장치이식술에 대해 박영환 교수는 “소아심장이식은 길게는 수 년 이상의 대기가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양심실보조장치 이식을 통해 환아의 전신 건강을 유지시키고 성장기의 정상적인 발달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향후 소아 심부전 환자에게서 매우 유용한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위중한 고비를 넘긴 환아와 달리 이제 가족들은 새로운 고비를 맞게 돼 주변의 많은 관심과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직 심실보조장치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이 안 돼 이번 수술에 쓰인 양심실보조장치 구입과 운영장비 임대비용만 1억5천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3개월마다 운영장비 임대료가 3천만원씩 발생할 예정이어서 가족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병원 자체 환자진료 지원금 및 병원과 연계된 외부 후원기금을 연계시켜 상당 부분의 진료비용을 감액할 예정이지만 직업군인인 환아 아버지가 환아 엄마와 교대로 병간호를 위해 휴직을 한 상태라 당장의 수입원도 끊겼다.

더욱이 향후 발생할 심장이식 전까지의 진료비용 그리고 심장이식수술과 이후 심장재활을 위한 진료비 부담이 계속 예상되는 가운데 해당 환자의 부모들은 주변에 도움을 구하고 있으나 여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세브란스병원은 외부 후원단체나 독지가의 지속적인 후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힘으로 아이의 심장을 한 번 살린 셈이라는 박영환 교수는 아이의 심장이 이식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주변의 많은 관심과 후원을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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