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인증에 발목 잡힌 전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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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인증에 발목 잡힌 전문병원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7.12.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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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받는 혜택보다 지정준비에 들어가는 비용 더 커
네이버 등 포털의 '가짜 전문병원' 양산도 한 몫
제3기 전문병원 지정신청 전기대비 10곳이나 줄어
▲ 정규형 회장
네이버 등 포털의 ‘가짜 전문병원’ 양산과 까다로운 의료기관인증제로 인해 전문병원 지정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병원으로써 받는 혜택보다 지정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회장 정규형)에 따르면 제3기 전문병원 지정신청 의료기관 수는 127곳으로 전기대비 10곳이 줄었다. 제2기 전문병원 중 제3기 신청을 포기한 의료기관도 10곳이나 된다. 신규로 신청한 의료기관은 26곳이다.

전문병원으로 지정 받기 위해서는 △환자 구성 비율 △필수 의료인력 및 진료과목 △병상 수 △임상의 질 △의료서비스 수준 등 엄격하고 다양한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의료기관인증은 필수조건이다.

정규형 회장은 “힘든 과정을 거쳐 전문병원을 준비하고 통과한 병원들은 포털에 난무하는 ‘유사 전문병원’에 허망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권 확보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 제정한 전문병원제도의 목적 달성을 위해 비지정 병원이 ‘전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최대 포털에서는 일반 병원에게도 ‘전문’이라는 용어를 허용해달라며 보건복지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검색어 자동완성기능’을 통해 지정분야도 없는 전문병원을 지어내고 있다.

정규형 회장은 “포털이 유사 전문병원을 생산하는 행태를 방관한다면 전문병원 고유성 저해는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 정책방향에도 반하고 나아가 전문병원제도를 와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2기 전문병원 지정부터 필수조건이 된 의료기관인증에 대한 불만도 많다. 수술이 없는 재활전문병원에서도 급성기 기준의 의료기관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지정심사에서 전문병원의 각 지정분야와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는 논의과정이 있는데 반해 인증원의 평가지표는 종별 구분만 두고 있어 전문병원 특성에 맞지 않는 기준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일정 점수를 넘지 못하면 탈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증을 준비하는 비용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일률적인 인증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병원은 시설, 인력, 컨설팅 등에 10억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한다.

그에 비하면 전문병원 관리료 등 재정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인증을 받은 곳은 128곳으로 이중 전문병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전문병원의 의료분쟁 건수는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정규형 회장은 “인증 획득 병원에 대한 각종 정부사업의 참여 자격 및 수가 보전의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병원이 인증을 통과하고 전문병원을 준비하는 이유는 ‘자부심’ 때문”이라며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라는 사명을 갖고 전문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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