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위해선 재정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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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위해선 재정지원 절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11.2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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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와 수련시간 모호…전공의 급여 책정 어려워
정부, 재정지원 공감하면서도 부정적 입장 밝혀

오는 12월23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이하 전공의특별법)에서 유예됐던 주당 최대수련시간(80시간), 최대연속수련시간(36시간 초과 금지), 최소휴식시간(10시간)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전공의의 근로와 수련의 구분이 모호해 이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대체인력 지원을 위한 정부재정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11월24일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 대강당에서 ‘전공의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전공의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 연구의 중간보고 성격으로 복지부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수련교육자협의회가 모두 참석해 각각의 의견을 공유했다.

이날 ‘전공의 수련환경의 문제점 및 개선’을 발표한 서울아산병원 심태선 교수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밝혔다.

심태선 교수는 “한 달 뒤면 전공의특별법 중 수련시간에 대한 항목들이 전격적으로 시행되지만 이중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8개 항목의 시간과 급여가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며 “전공의 종합계획 5개년 목표가 전공의특별법에 제시된 수련기간 제한을 준수하거나 아니면 지금의 목표가 잘 이뤄져 현재의 전공의특별법의 수련시간 보다 더 높은 수준을 검토해 볼 수도 있고 현재의 전공의특별법 수련시간 제한의 탄력 운용 기준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우선적인 정부 재정지원 △입원전담전문의 등 대체인력 지원 방안 △수련시간 계측 시스템 구축 및 모니터링(앱 개발) △수제출 자료의 적절성 검토 및 피드백(수련환경평가위원회)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 인식 개선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의 적극적 동참 등을 수련시간 관련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전공의의 급여와 관련하여 근로와 수련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전공의 급여의 병원별 편차가 많다. 큰 병원에서는 미국 전공의 급여 평균에 육박하는 많은 급여를 주고 있다”면서 “해외의 경우 국가나 공공부분에서 다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전공의 급여, 지도전문의 급여, 행정비용과 같은 직접비용과 수련병원이 감당해야 할 낮은 생산성, 대기인력, 시설·공간 등 간접비용까지 지원을 하고 있다. 전공의 1인당 연간 직접비용으로 14만 달러와 간접비용 6만 달러를 지원 중이다.

호주는 일차의료 담당 의사를 수련하기 위해 1명당 1억원의 급여 및 전공의 수련 관리감독 비용으로 3천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전공의 급여는 정부부처인 보건부, 지도전문의 급여는 교육부에서 지원하고 수련병원의 간접비용은 보건부에서 추가적으로 재정을 마련해 지원하는 형태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협의하에 수련과 근로를 구분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심 교수의 생각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의료계는 재정적 지원과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보험부위원장은 전공의 수련을 위한 자원 부담의 주체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는 이상 병원과 전공의들 간의 애꿎은 갈등만 지속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보험부위원장은 “전공의 종합계획을 세우는 목적은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전문의를 길러내는데 있다”며 “전공의특별법 시행이전에는 자격을 갖추는데 병원마다 다양했다면 이제는 표준화된 교육이 제시돼야 하고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을 경우 추가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외국에서는 전공의 1인당 연간 3억원 이상의 비용이 직접비용 간접비용 형태로 지원되고 실제 전공의 교육을 위해서는 교수들이 시간을 내서 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장소, 숙소, 장비 등 더 큰 간접비가 들어간다”면서 “주당 40시간을 추가근무로 보려면 이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하는데 쉬운 과정도 아니고 주체가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모든 갈등은 병원과 전공의들의 몫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성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지도전문의 대부분이 학계의 교수들로 지도전문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전공의 수련에 충실하기 힘든 구조로 수련을 받는 전공의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서 “지도전문의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련시간 축소로 인한 진료공백을 막기 위한 방안인 입원전담전문의제도에 대한 지원과 의사들의 군복무기간 조정 필요성도 개진됐다.

이상구 수련교육자협의회장은 “지방 수련병원들은 전임의나 입원전담전문의 공고를 내도 충원이 거의 불가능한데 정부의 지원과 대책이 마련돼야 전공의특별법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질평가 분담금을 주고 수가의 가산을 높이는 방식이 아닌 학회를 통한 지원과 병원에서 필요한 장비 등을 지원하고 보완·중간평가 비용 등 구체적인 항목을 포함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의관의 복무기간은 2년으로 단축하고 1년을 입원전담전문의로 배치하거나 공중보건의사의 숫자를 줄여 입원전담전문의로 대체 복무하게 하는 것 등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수련환경 변화를 예상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학회에 일정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연차별 승급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중식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는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거나 평가 변화 등이 갑작스럽게 진행될 경우 학회 차원에서 예상을 전혀 할 수 없어 대안을 마련하고 제시하기가 곤란하다”며 “전공의 정원이나 수련병원 평가와 관련해 학회에 일정한 수준의 권한과 결정권을 위임해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연차별 승급평가를 반드시 해 현재와 같은 자동 승급을 막아야 한다”며 “역량을 갖추지도 않고서 보드시험 한번으로 전문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다양한 요구에도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23일부터 수련시간, 연속시간 등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해서는 수련병원들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있어야 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근용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국가의 재정지원 부분은 법에서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예산마련의 근거가 전공의 수련 임무를 붕한 기관에서 어떠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세워져야 만이 예산 지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무관은 “정부의 재정 지원 배경에 대해 한쪽에서는 ‘전공의가 없어서 진료를 보기 힘들다’고 얘기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전공의 수련을 맡고 있는 수련병원에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등 두 가지 논리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특별법에 따른 수련시간 준수와 이에 대한 단속은 강력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권 사무관은 “전공의 수련 시간과 관련해서는 특별법에 따라 이를 준수할 수 있는 2년간의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며 “주당 최대수련시간과 최대연속수련시간 등 위반사항에 대해서 원칙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근로와 수련시간을 나누는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와 조속히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권 사무관은 “각 병원에서 근로시간과 수련시간을 나누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면서 “각 병원으로 내려가는 전공의 수련규칙이 수련시간에 대해서 근로시간과 수련시간을 명백히 규정하라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필요하다면 각 병원에서 근로와 수련시간을 나누는 가이드라인을 줄 것인지를 충분히 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8년도 전공의 시작 이전에 발표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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