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마이크론의 환부조직 신비, 예술로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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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이크론의 환부조직 신비, 예술로 승화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7.11.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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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 전시회 개최
11월21일부터 12월3일까지 류가헌 화랑에서 선보여
병리 진단을 위해 4마이크론의 얇은 두께로 잘라낸 환부조직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 국내 첫 선을 보인다.

김한겸 고려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는 광학현미경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면서 목격한 기상천외한 장면들을 모은 사진전 ‘NOMAD IN A SMALL WORLD’를 11월21일부터 12월3일까지 류가헌 화랑에서 개최한다. 

사진전 제목속의 ‘NOMAD(방랑자)’는 김 교수의 별명으로 현미경이라는 작은 세계에서 자유분방한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36년 동안 병리의사로서 바라본 현미경 너머의 세상에 대한 헌정 예술과 다름없는 이번 전시회는 노쇠하고 병들어 생명의 귀퉁이에서 떨어져 나온 조직들에게서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는 생(生)과 사(死)의 신비가 녹아들어 있다.  

울창한 숲,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의 벚꽃, 용맹한 전사의 목숨을 노리는 메두사의 형상이 그려진 작품 속 세상을 바라보면 때로는 날카로운 의사의 눈으로, 때로는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무한한 상상력이 뒤섞인 예술가의 눈으로 살아온 김한겸 교수의 인생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그는 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건강검진센터 소장과 호스피스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몽골, 아프리카, 러시아, 네팔, 캄보디아 등 지구 곳곳을 누비며 봉사활동을 펼쳐왔으며 베일에 싸인 극지 의학을 밝히기 위해 쇄빙선을 타고 남극을 항해하기도 했다.

격정적이고 열정적이었던 그가 받아들였던 실재(實在)의 세상이 현미경에 투영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그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재탄생한 것이 바로 ‘노마드 인 스몰 월드’이다. 

마치 이데아(idea)와 현상세계처럼 현미경 속 작은 환부에는 인간의 세상이 오밀조밀하게 재현(mimesis; 미메시스)돼 있어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작품들로 꾸며졌다.

김 교수는 지난 20여년 전 미국에서 온 한 지인의 소개로 ‘세포의 미소’가 담긴 사진을 본 후 지금까지 1만5천여점의 사진을 찍어왔다. 그 중 40점을 엄선해 이번 전시회에 발표하는 것.

진단을 하면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세포염색, 광학필터 등을 활용해 수 십장을 찍어 작품화 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페이스북에 올리며 지인들과 교감의 장을 마련해 오다 가족의 권유로 전시회까지 개최하게 돼 심적 부담이 크다”며 “작품은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자세한 작품 설명보다는 상상의 자유를 위해 최소한의 제목만을 기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접하는 순간 사진인지, 그림인지조차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김 교수는 페이스북에 현미경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올려 보는 이의 감탄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특별한 전시회인 만큼 수익금도 특별하게 쓰일 예정이다. 전시회가 끝난 후 말기암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기금으로 호스피스회에 기부된다.

전시회는 오전 10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 02-720-2010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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