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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료시대의 의과학 연구: 융합이라는 열쇠
이종철 삼성서울병원 상근고문
2017년 10월 27일 (금) 14:10:59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이종철 상근고문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헬스

요즈음‘4차 산업혁명’광풍이 온 나라를 거세게 흔들고 있다. 일간지에 연일 특집 기사들이 게재되고 있으며 각 분야의 연구자들도 이 거대한 흐름에서 낙오되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마트헬스 분야는 스마트팩토리와 함께 ‘4차 산업혁명’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른 건강에 대한 정의 및 접근 방식의 변화로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헬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스마트헬스 산업세계시장은 8조 5천490억불 규모로 의료ㆍ건강서비스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The Business Research Company의 보고서에 의하면 스마트헬스 시장은 지난해 8조 5천 490억불에서 오는 2025년에는 14조 3천591억불로 6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4차 산업혁명 주도를 위한 스마트헬스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는 등, 스마트헬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위해 노력 중이다. ‘3차 산업혁명’의 진화된 모습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혁명인‘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digital) 기술을 바탕으로, 생명과학, 물리학, 공학 등 기존 학문들이 상호 경계를 허물고 융합되는 기술혁명이라 볼 수 있다.

스마트헬스의 핵심은 정밀의료다

스마트헬스의 핵심인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국내‘4차 산업혁명’의 중심축으로 대두되고있다. 정밀의료란 환자별로 유전적, 환경적 요인과 질병력, 생활 습관 정보를 통해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환자의 다양한 정보를 모아 분석하여 얻은 예측값으로 맞춤진료를 구현하는 것
이다. 따라서 정밀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료ㆍ유전 등의 다양한 임상데이터의 수집ㆍ질관리ㆍ분석을 통한 정확한 예측이다.

최근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유전자 정보의 해석이 가능해지고, 모바일 기기와의 접목을 통해 생활환경, 습관(라이프로그, Lifelog) 정보의 수집 및 정량적 해석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수집 및 이용 가능한 데이터가 이전과 비교하면 더 다양해지고 구체화되면서, 정밀의학의 범위는 진단 및 치료뿐 아니라 질병 예측의 범위까지도 확장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더욱더 개인 맞춤형 의료로 한걸음 더 발돋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이 기록되고 공유될 수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활용해서 최적의 치료를 선택하고 질병 예측 및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경험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라, 다량의 정밀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을 둔 근거 중심의 판단이‘4차 산업혁명’시대의 보건의료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차원적이고 광범위한 데이터, 즉 빅데이터의 효과적인 활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료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의료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비교적 용이하다.

또한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의료기관에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있다.

이로인해 모바일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일상생활 데이터 수집과 의료정보와의 연결 수월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두 그룹으로 올라가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중 하나로 정밀의료를 선정, 맞춤 암 치료법과 병원 정보 시스템 개발 등에 투자하고 있고, 정보교류를 위한 상호운용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으며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이 필요한가?

정밀의료의 연착륙과 실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해결해야 할 많은 장벽이 우리 앞을 가
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장벽은, 국제 수준의 표준화 및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의
료ㆍ건강서비스는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플랫폼 경쟁력이 취약하다. 표준화의 경우 같은 내용을 같은 형식으로 담기로 하는 약속과 같은 것이다. 표준화가 잘된 데이터라면, 여러 데이터를 합치고 해석하는 것이 매우 쉽다.

그러나 현재는 심지어 한 병원 내에서도 진료과 간의 기록 양식도 다르다. 또한 동일 진료과 내에서도의료진마다 다양한 표현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표준화 서식을 개발하여 의료진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잘 활용이 되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이드라인 역시 마찬가지 실정이다. 여러 병원 및 분과에서 최근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독자적인 레지스트리를 구축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계적인 틀 없이 무조건 모으고 보자는 주먹구구식의 레지스트리 구축으로 결국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밀의료를 위한 의료 빅데이터가 제대로 쌓이기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측정표준을 정립하고, 정확한 사전 계획과 잘 구축된 프로토콜에 입각한 표준화가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두 번째 장벽은 임상 적용성이다. 정밀의료가 그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의 헬스케어 서비스의 프로세스상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이 임상현장 프로세스에 적용이 되고, 이를 통해 환자의 건강이 증진되거나 질환이 개선 및 관리되는 등의 구체적인 임상적 가치와 연결되어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의무기록과 연계 및 분석의 결과를 바탕로‘개인 맞춤형’ㆍ‘예측 가능한’ㆍ‘예방적’ㆍ‘참여형’의 정밀의료를 실행할 수 있게 되어야한다. 국내에는 세계적인 의료서비스 수준을 보유한 의료기관들이많다.

그러나, 이미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의 규제와 법률적, 윤리적 논란 외에도 초기 단계의 산·학·연 등의 협업체계가 선진국 대비 미비하여 임상적용이 아직은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데이터 구축, 정제, 활용 단계는 개별 전문가에 의해 단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취약하다.

이로 인해 임상적 가치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빈번하게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궁극적인 목적이 임상 현장의 질 향상임을 고려했을때,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근 애플, 구글 등 거대 글로벌 IT 기업들이 의료기관들과 협업체계를 구축, 활용하는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산ㆍ학ㆍ연의 협업을 통한 기반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융합이 열쇠다

위에 언급한 두가지 장벽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해결책이 있겠으나, 여기서는 가장 기본적 인프라로 볼 수 있는 인력양성과 이를 위한 시스템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의료 기술, 서비스, 제품 등의 영역이 나뉘어있었다. 하지만‘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보건의료 산업이 정보화·지능화되면서 그 경계가 사라지고있다. 이뿐 아니라, 이들의 상승적 결합을 통해 창조적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이 필수가 되고 있다. 정밀의료는 기존 의료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한 좀더 양질의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료적 측면에서 좋은 점이 있을 뿐만아니라,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헬스케어와 정보통신의 융합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에서 의사 혼자 치료에 필요한 가치 있는 정보를 일일이 분석하기는 어렵다.

이에, 다양한 학제 및 이종기술 간의 결합을 일컫는‘융합’이 미래의 경제·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고 국가경쟁력을 이끌 핵심적인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이루어져야하는 영역이 바로 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보건 기술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생산성 향상이 주요한 이슈로 부각됨에 따라 보건산업의 기술개발을 혁신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우수한 인재인 융합기술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여 기존의 전문화 및 세분된 학문분야별 구분에 의한 교육/인력양성 프로그램의 적절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전문 인력 및 시스템을 위해 국가차원에서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융합학문에 대한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을 하고 있으며, 미국 NIH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의과학
자육성과정(MSTP, 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의료분야는 물론 관련 산업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기반이 되고 있다.

학계 또는 임상현장에서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를 바탕으로 한 근거로 의사결정을 수행하고있다. 더 나아가 현장에서의 모호한 상황을 바로 연구로 증명할 수있도록 병원 내에 임상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도 많은 전문가들이 정밀의료 실현을 위한 연구와 교육에는 융합이 해답임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실천이 잘되지 않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현재 융합기술을 혁신하기위한 연구개발 차원의 정부 대책이 추진되고 공동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인력양성 사업이라기보다는 공동연구 성격에 가까우며, 주제 면에서도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개념, 지식, 기술을 관련 임상에 적용하는 중개연구가 대부분이다. 과학기술이 빠른 속도로 융합화, 복합화됨에 따라 전혀 새로운 연구 분야가 창출되는 경우가 늘고 있음에도, 고도화된 최신 기술과 결합된 진정한 의미의 융합형 인력양성 사업은 부재한 것이다.

학계에서도 유행처럼 융합인력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하였으나, 학과 이기주의와 시스템 미비
등으로 인해 무늬만 융합한 전시학과가 속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 학과의 실제 커리큘럼을 들여다보면, 교과목 명칭만 바뀌고 배우는 내용은 비슷하거나 똑같은 경우가 많다. 이와같은 이유로 오히려 융합학문을 공부한 학생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정부와 학계 주도의 융합인력양성 프로그램들이 현재는 단순히 여러 종류의 개별학문을 한곳에 모아 놓았을 뿐, 기존의 학문적 틀을 유지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여러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에는 학교를 벗어나 대학병원 내에 융합의과학대학원을 설치하여 의학, 공학, 자연과학 및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학부를 졸업한 대학원생에 대해 융합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다양한 전공 분야의 학생들이 실제 임상현장에 투입되어 의료현장에서 도출되는 어려운 문제들을 파악하고 융합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시 검증하는 융합 연구 및 교육이 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다른 두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서 독자적인 새로운 학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게 된다. 단순히 의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공학도, 유전학도, 통계학자, 역학자가 아니라 의공학, 바이오인포마틱스, 의학 통계, 임상약학 등 독자적인 학문 분야의 전문가로 양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학생들은 다시 병원 내 중요한 인력으로 흡수되면서, 융합인재들의 효과적인 활용도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생태계 조성이 급선무다”

이 추세를 더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병원 내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어렵게 교육을 받고 새로운 전문성을 획득한 융합형인재들의 경우에도 대학·연구기관의 고용 불안정성과 연구개발에 대한 능동적 참여 동기가 부족하여 해외나 타 분야 유출 현상이 심하다. 실제로 대부분 병원에서는 진료를 주로 하는 의료진 이외의 다른 직종은 비정규직 또는 진료과 교수의 개인연구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의 융합에 실질적 바탕이 되어 줄 대학에서도 여전히 20세기 분과학문 전통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기존의 대학이나 연구소들은 기존 학제들에 기반을 둬서 조직되어 있고 또 제도가 거기 맞춰져 있다 보니, 학문 간 융합은 매우 더디고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융합 학문을 전공한 전문가들은 졸업 후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동떨어진 산업체나 연구소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융합형 인재의 활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들의 교육에 투자한 자원은 불필요한 낭비가 될 것이다. 정밀의료의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면서도 의료 산업을 이해하는 융합인재 활용을 위한 생태계 및 적극적인 시스템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 인프라의 마련이야말로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과 헬스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상호 보완하여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융합인력들이 여러 단계의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단초가 될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않는다”

우리나라 임상의학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식, 성형 수술부터 난임 시술, 암치료 및 유전자치료에 이르기까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 강국으로서 확보한 기술이 더해져 효과적인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정밀의료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병원의 의미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종래의 의과학연구와 교육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다양성에 기반을 둔 창의적 융합인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다. 물론 소통을 통해 단절과 경계를 허물고 창의성에 바탕을 둔 새로운 교육과 연구 방법론을 확립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현재의 메가트렌드 하에서의 의료환경 및 사회, 기술 환경의 변화는 의료현장에서의 융합을 한층 더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융합인재들을 양성하고 활용하기 위한 고정 관념을 뛰어넘는 생태계 마련이 시급하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서구 선진국들은 이미 우리보다 몇 발짝 앞서가고 있다. 이를 따라잡고 우리가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절실함으로 무장한 패러다임의 혁신이 시급하다.

〈도움말 : 삼성융합의과학원 임효근 교수, 강단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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