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해소가 관건
상태바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해소가 관건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10.1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립대의료원협회·사립대병원협회 4차 산업혁명 주제로 제6회 미래의료정책포럼 개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분야에 본격 도입되면 의료인들이 설 자리는 과연 남아있을까? 이에 대해 당사자인 의료인들조차 의견이 반반으로 엇갈렸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회장 임영진·경희의료원장)와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회장 김성덕·중앙대병원장)는 10월13일 오후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4차 산업혁명과 병원경영’을 주제로 ‘제6회 미래의료정책포럼’을 공동 주최했다.

이날 참석한 보건의료계 인사 200여 명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보상기전’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2에서 좌장을 맡은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이 ‘디지털 헬스케어가 본격화되면 의료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인지, 아니면 ‘늘어나거나 적어도 현상유지를 할 것인지’를 묻자 각각의 질문에 비슷한 숫자가 손을 들었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는 쪽은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들이 의료인들의 전문성을 더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대체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반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반응을 보인 쪽은 기술의 발달이 의료인들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역할들을 마련해 더 많은 일거리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포럼은 디지털 헬스케어 혁명이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거두고 궁극적으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철폐와 함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의료계 내에서의 교육 혁명, 데이터 표준화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란 결론을 이끌어 냈다.

임영진 사립대의료원협의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며 진료는 협진, 경영은 협업, 정치는 협치가 요구되는 시대”라 규정하면서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탄력적 대응과 산업환경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비가 필요한 시기에 오늘 포럼이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한 헬스케어의 미래를 조망하고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보상기전을 마련하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과 통섭적 인재’ 특강에서 “르네상스 이후 학문이 잘게잘게 쪼개지다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큰 그림을 놓치는 것 같으니까 학문이 서로 만나 소통해야 되겠다는 뜻에서 통섭이 부각됐다”며 “분야 간의 넘나듦을 의미하는 단어 consilience(통섭)란 용어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에 번져간 것은 우리 사회가 새로운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과 헬스케어’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1에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 발제를 통해 원격의료의 적극적인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민화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위한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라며 “원격의료는 인공지능과 더불어서 더욱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으며 원격의료로 관리의 효율화를 통해 10%의 의료비 절감이 가능, 2030년 문재인케어 예상적자 50조원 적자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교육시스템도 전문의 중심에서 종합주치의 중심으로 바뀔 것이며 디지털 헬스케어는 앞으로 예측과 맞춤의 기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표준화과 제도적인 문제가 한계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권배 계명대 동산의료원장은 “빅데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외 병원 간 전산시스템을 통합 관리할 수 있고 호환성을 가진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화 이사장도 “대한민국은 단일보험으로 데이터가 집중되고 EMR과 PACS가 초기부터 보급되는 등 외국에 비해 의료에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개별 병원의 빅데이터는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상호 호환성이 떨어지며 통합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빅데이터의 표준과 호환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AI)이 영상판독을 통해 진단이 가능한 시점이 언제인지 묻는 김권배 의료원장의 질문에 “기술의 문제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 뒤 “국내에 루닛과 뷰노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인공지능 영상진단 회사가 2곳이나 있지만 규제로 인해 성장을 못하고 있다. 기술이 아니라 규제의 문제”라고 답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병문 매일경제신문 기자는 “원격의료조차 시행 못하는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할 수나 있을까 의문”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가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격의료 도입이 시급한데 의료영리화 논쟁에 휘말려 시행이 어렵게 됐다”며 “조만간 의사에서 환자중심 시대가 열린다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서둘러서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도 “1·2·3차 산업혁명은 지난 뒤에 보니 그게 혁명이었더라는 식이었는데 유일하게 4차 산업혁명은 미리부터 얘기가 나오고 있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위너가 되기에는 전문인력과 시스템이 모두 부족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유명한 병원은 의사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채용 숫자가 비슷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병원들이 다른 학문을 전공한 사람과 같이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자문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병원들이 생산한 막대한 데이터도 환자들의 동의 여부 등을 감안할 때 그리 장밋빛으로 낙관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권배 동산의료원장은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산다. 부와 명예도 건강 앞에서는 아무 가치가 없다. 건강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헬스케어 데이터를 생성 수집하고 클라우드로 전송 저장하고 빅데이터로 통합해 의료서비스와 정밀의료, 신약 개발 등 미래형 의료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에 적합한 규제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한국형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제공해 한국형 온콜로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를 한 김치원 와이즈요양병원장은 “인공지능(AI)이 시간만 충분하다면 의료영상 이미지 분석에 있어서는 적어도 사람의 능력을 넘어설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의료현장에서 충분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관련 수가가 마련돼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는 2002년부터 메디케어에서 유방 촬영에 대한 Computed-Aided-Detection(CAD)에 대해 추가 수가를 지불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김치원 병원장은 현행 행위별수가제가 포괄수가제로 바뀌면 진료에 컴퓨터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의료는 제품을 쓰는 사람과 지시하는 사람, 돈을 대는 사람의 이해관계가 모두 달라 발달된 기술을 접목시키기에는 난관이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홍주 백중앙의료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전세계, 특히 우리나라에서 들끓고 있지만 정작 병원 현장에서는 별 관심이 없다”며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의료의 여러 분야에서 질이 향상될 것이지만 동시에 의사에 대한 수요는 물론 환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헬스케어가 도입되면 의료비가 줄어들고 의료의 질도 높아지지만 의사의 경제적인 여건이나 병원경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을 내놨다.

김홍주 백중앙의료원장은 “10년 후에 인공지능이 진료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면 교육과정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며 “학생뿐만 아니라 전공의와 전문의에 대한 재교육은 물론 업무의 상당부분이 인공지능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의사들의 역할 재정립도 의료계의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새로운 의료비 지불제도 및 건강보험 수가체계도 마련돼야 할 것이며 의료와 비의료의 경계가 모호해져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기법 등 관련 법도 개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토론에서 “현재 영국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수술기를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한창 진행 중이며 10년 내에는 AI 수술로봇이 나올 것”이라며 “이 연구를 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컴퓨터공학 전공자로, 의사가 아닌 다른 분야 인력이 헬스케어 분야에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10월15일은 가천대 길병원에서 왓슨 사용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우리 병원의 왓슨 도입에 대해 일각에서 마케팅의 승리라는 평가를 하는데 이는 매우 서운한 말이며, 전략의 승리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언 교수는 “왓슨 도입 후 엉뚱한 데서 많은 변화가 있다. 과거엔 다학제진료가 잘 안 됐었는데 지금은 몇십 배 증가했으며 이 점만 보더라도 엄청난 소득”이라며 “문화적인 변화는 병원에서 강제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환자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인천지역의 많은 시민들이 찾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왓슨을 우선 암진료에 활용하고 있지만 조만간 모든 질병으로 확대키로 방침을 정하고 AI 전문병동도 마련하는 등 활용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앞으로 데이터 마이닝과 기초데이터의 표준화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돼야 한다”며 “이는 한 개 단위병원에서 할 일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줘야 하며 그래야 산업분야에서도 관심을 가진다. 서로 경쟁하는 병원들이 나서면 국가적인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