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의 대불(代拂)제도에 관한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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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원의 대불(代拂)제도에 관한 문제점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7.10.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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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은 손해배상 대불제도를 두고 있다(법 제47조). 대불제도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법원의 판결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의 조정결정을 받았으나 그에 따른 배상금 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병원 등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하였을 경우, 그 미지급금에 대하여 조정중재원에 대불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병원이 폐업 또는 파산을 하거나 병원장이 사망 등으로 의료사고 조정금 등을 마련할 수 없는 때에는 환자가 조정중재원이 보유하는 대불기금으로부터 배상금을 대신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대불기금 마련이 문제이다. 법은 대불기금을 정부가 아닌 보건의료기관개설자(병원 등)가 부담하도록 하였다(법 제47조 제2항). 수금의 편리를 위해,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공단이 병원에 주지 않고, 조정중재원의 대불금 계정으로 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병원 전체가 십시일반으로 대불금 재정을 모아 환자의 피해를 막자는 취지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될 당시, 논란이 많았지만, 의료기관이 의료사고에 대하여 거시적인 측면에서 조정중재제도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위 대불제도가 함께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조정중재원은 2012. 4. 9.‘손해배상금 대불 시행 및 운영방안’을 공고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불제도에 대하여 이견이 있던 의료기관 등은 위헌소송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위헌소송은 대불제도가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것이다. 병원의 재산권침해나 평등권 침해 등 헌법 위반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4. 3. 27. 2012헌마606 결정을 통하여, 위 법 규정이 헌법재판을 제기한 당사자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하였다.

한편, 위 조정중재원의 공고에 대하여도 행정소송(공고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서울행정법원 2012구합20304 사건)이 제기되었다. 공고의 내용은 의원급은 약 3~10만원, 병원급이 100만원, 상급종합병원이 600여만원 정도를 부담하여 대불 재원 약 35억 정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위 취소소송 사건을 심리를 하던 행정법원은 대불제도의 상당한 부분을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 위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행정법원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4. 4. 24. 2013헌가4결정을 통해 위 법 제47조 제2항 중 “그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부분이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 등을 위배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합헌 결정을 했다.

이러한 우여 곡절을 겪고 일단은 대불제도는 위헌성을 어느 정도는 벗어나서 운영되게 되었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위 대불기금이 다 소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대불기금을 의료기관들로부터 모아야 한다고 한다. 이에 병원계의 불만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 무관한 의료사고, 법원 판결금 적용 재검토

조정중재원 결정 따른 배상금 지급에만 한정해야

세상은 지속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법 제도도 이에 따라 변화된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시행하여 보고 문제가 있으면 실정에 맞추어 변경되어야 한다. 고(故) 신해철씨 사망이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되었다. 법 제정 당시와는 달리 사망 등의 경우 강제 조정 절차 개시제도가 도입된 것이다(법 제27조 9항 신설). 대불제도도 법 제정 이후 여러 의료환경이 변화된 것을 감안하여 제도에 대한 개정 논의나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 과거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우선, 신해철법 개정을 통하여 사망 등에는 강제 개시가 되는 제도 환경이 변화된 것이 감안되어야 한다. 의료분쟁조정법은 환자와 의료계의 대립되는 당사자들의 수십 년간의 협상 과정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 법이 제정되었다. 현재는 신해철법으로 환자 측에 다소 유리한 상황으로 법이 변화되었다. 따라서 과거와는 상황이 변경된 이상 정서적인 측면에서 의료기관의 입장도 존중되는 방향의 개정이 필요하다.

신해철법 개정의 취지는 조정중재원의 역할을 보다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강제 개시 규정이 생긴 만큼 제도에 있어 조정중재원의 역할이 더 커졌다. 대불제도가 보다 조정중재원의 역할을 집중시키고, 대불기금 마련이 법 시행을 위해 필요하였던 만큼 대불기금의 사용도 조정중재원에 포커스가 맞추어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조정중재원의 결정에 따른 배상금 지급에 한정하여 대불기금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는 조정중재원과 무관한 법원의 판결금도 기금을 통하여 대불되고 있다. 관련 규정의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대불기금 중 어느 정도가 중재원 결정과 관련된 사안에 사용되었는지도 궁금하다. 만일 대불기금의 대부분이 조정중재원과 무관한 민사법원의 판결금 지급에 사용되었다면 대불제도를 이 법에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과거 대불제도가 이용된 진료영역을 살펴 새로운 분담방식을 고민하여야 한다. 대불제도는 그 기금을 건강보험재정을 통하여 마련하고 있다. 의료사고는 전체 의료현장에서 발생한다. 의료현장은 크게 건강보험제도가 적용되는 영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미용이나 성형 관련 비급여)도 있다.

만일 미용이나 성형 등 건보재정과 무관하게 발생한 의료사고의 피해를 보상하여 주기 위해 건보재정이 동원된다면 분명 문제이다. 우리 건보재정은 의료사고의 배상금을 감안하여 수가를 책정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건보재정과 무관한 영역의 의료사고까지 대불제도를 적용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건보료를 지급받지 않는 미용관련 의료기관은 대게는 대불재정에 기여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처럼 특수한 진료를 하는 병원은 무임승차를 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불제도를 통하여 구제된 피해자의 의료사고 유형이 분석되고 이에 따른 진료과 별 정교한 분담방식이 고안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연 대불기금을 의료기관만의 부담으로 하는 정책이 적절한지를 재고해 보아야 한다. 대불제도 도입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 등 여러 건보제도가 변화되고 있다. 건보재정도 엄청난 흑자를 거두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수가제도는 발생할 수도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재정적 여유를 주고 있지 않다. 의료의 공공성을 강요만하지 공공성을 위해 낮은 수가로 피로도가 높은 의료기관에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신이 아닌 이상 의사도 실수할 수 있다.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와 요양기관당연지정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를 온전히 의사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한 당사자에게만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볼 때가 되었다. 대불기금은 국가의 재정이나 건보재정이 일종의 매칭펀드(matching fund)로 의료기관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강제조정절차 개시제도 도입 등 환경변화 따른

국가, 건보 매칭펀드 등 제도 구성 및 운영 재고를

현재 사용된 대불기금의 규모를 볼 때 대불기금을 분담하더라도 국가재정이나 건보재정에 그리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금액의 과다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사고는 국민 누구에게든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물론 국가나 건보도 함께 참여하는 배려심이 보였으면 좋겠고 그 마음이 법이나 정책으로 이어지면 더 좋겠다.

만일 조정중재원이나 보건복지부가 대불제도가 헌법재판소를 통해 합헌이 되었기 때문에 현 대불제도 그대로 추진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헌재 결정은 바뀔 수 있다. 제소요건이 잘못되었다는 내용이고 대통령령에 포괄하여 위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정도의 결정이다.

실제 대불제도가 갖는 형평성의 문제, 재산권침해의 문제 등 위헌성이 본격적으로 헌재에서 논의된 것은 아니라는 측면을 보아야 한다. 대불제도는 피해배상을 받을 수 없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환자에게 분명 좋은 제도이다.

하지만 제도를 구성하고 적용받는 환자나 병원 그리고 정부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되려면, 대불기금이 소진된 현 시점에서 제도의 구성 및 운영 부분에 대하여 좀 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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