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00일 맞은 정신건강복지법 문제점 많아
상태바
시행 100일 맞은 정신건강복지법 문제점 많아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9.06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가진단제도, 비자의 입원 기준 등 의료 현장과 괴리
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 요구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 100일을 맞았지만 의료 현장과의 괴리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재개정 필요성이 주장됐다.

9월6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주최한 국가정신건강정책 솔루션 포럼에서 박성혁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학술이사<사진>는 시행 100일이 된 현재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도 환자가 입원해 있는 입원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소견과 서로 다른 의료기관(지정진단의료기관) 소속인 전문의의 소견이 일치해야 2주 이상의 입원치료가 가능한 추가진단 제도의 개선이 요구됐다.

불필요하고 부당한 입원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추가진단제도를 위해선 공신력을 가진 독립적인 심사기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공공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전체 260개의 지정진단 의료기관중 2/3 이상을 민간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민간병원과 추가진단 전문의를 선별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박성혁 학술이사는 “시스템 상 추가진단을 나올 병원을 진단받을 병원에서 지정 신청할 수 있어 도덕적 적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추가진단이 블라인드로 이뤄지지 않아 누가 주치의의 판단을 변경했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며 “지정진단의료기관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매칭된 병원간 추가진단을 주고 받는 구조로 ‘상호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와 같은 법으로는 민간병원 사이에 발생할 대가성 청탁 및 담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이로 인한 환자의 인권 유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의 부족에 따른 예외적 조항인 동일병원의 자체진단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본만링 전도돼 예외로 처리해야 하는 건수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6월 한달간 발생한 강제입원 심사건수 2만5991건 중 자체진단은 1만5276건(58.8%), 입원 연장심사 건수 2만438건 중 자체진단은 1만4660건(71.7%)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사실상 추가진단 제도의 실패로 판단해도 무색하지 않고 정신건강복지법의 인권보호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 예외 규정의 시행방안은 2017년 12월31일까지로 이후 시행방안은 추후 재검토 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기준 강화도 의료현장에서 적용하는데 있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 2항은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정신질환’과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을 모두 만족하는 환자만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는 입원 기준두 가지 중 하나만 만족하면 비자의 입원이 가능했지만 두가지 모두 충족해야 만 가능하도록 강화됐다.

그러나 이같은 입원기준 강화는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만들어 질환의 예후를 불량하게 만드는 점 △병식이 없는 환자는 자타해 위험성이 발생할 때 까지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 △관련한 온갖 위험과 부담은 온전히 환자 가족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법 시행 전부터 우려가 많았다.

이중에서도 ‘자타해 위험성’의 판단 기준이 상당히 모호해 논쟁의 중심이 되어 왔다. 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은 시행규칙에 규정돼 있지만 이를 좁게 해석하면 치료적 관점에서의 비자의 입원이 제한되며 비자의 입원을 한 환자는 모두 위험한 환자라는 인식이 확대재생산 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박 이사는 “복지부는 자타해 위험성의 기준을 완하는 지침을 내렸지만 그 범위른 지나치게 확대해 ‘치료 필요성’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애초에 인권보호를 외치며 비자의 입원의 기준을 강화하더니 슬그머니 그 기준을 다시 완화시키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복지부의 지침은 법령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은 진료지침 수준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현장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자타해 위험성을 복지부 지침대로 해석하면 치료적 관점에서의 비자의 입원이 가능하지만 정신관 전문의들은 법령과의 괴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박 이사는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을 통한 추가진단 전문의의 대대적인 증원과 함께 사법적 혹은 준사법적 입원, 비자의 입원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공적 영역에서 추가진단 전문의의 대대적인 증원이 필요하며 지금처럼 민간병원의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지 않은 독립성과 공공성을 갖춘 인력으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법 혹은 준사법적 입원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사적 개인인 정신과 전문의나 보호의무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혹은 사법기관에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일각에서 국공립, 지정정신의료기관에서 추가진단을 하고 있어 이미 준사법적 입원이 시행되고 있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이를 준사법적 입원으로 인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박 이사는 (가칭)선행동의입원제도, 환자의무이송제도, 보호의무자확인제도 등을 중장기적 제도적 보완 및 지원 장치로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