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보건의료기본계획 규제 중심 제도 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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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보건의료기본계획 규제 중심 제도 될까 우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9.0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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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획위원장, 사회적 합의 기반한 점진적 실행 제안
복지부,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하는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 추진

“보건의료발전계획의 거시적 수립과 세부정책 마련에 있어 급속하고 예측불가능한 제도보다는 의료계, 국민과의 논의를 통해 적용과 수용이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점진적 실행이 정책오류를 줄이고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의 수립필요성과 정책방향에 대해 병원계가 큰 틀에서 공감하면서도 세부정책과의 연계성이나 파급효과는 당장 예측이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9월5일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권미혁, 정흥태)가 주최한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큰 그림,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제안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기획위원장은 보건의료기본계획의 내용에 병원계는 기대와 희망보다 규제 중심의 제도가 쏟아져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점진적 실행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위원은 미래보건의료체계 중점 추진과제로 △국민 책임과 연계한 보장성 강화정책 △공급자 책임과 연계한 보상체계 개선 △정부 책임과 연계한 공공성 강화를 제시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필요한 곳에 더 투자하는 재정관리체계, 환자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실현을 위한 정책지원 등 미래 가치창출을 위한 예측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신현웅 연구위원은 “전체보건의료를 아우르는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이 부재하면서 현재 보건의료 관련 법정 계획들 간의 상호 모순 및 충돌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며 “보건의료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관련 법정계획들을 종합적으로 관리 및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견에 병원협회 이성규 기획위원장은 의료전달체계 확립, 보건의료인력 부족, 비정상적인 저수가 해결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각 기관별 역할 및 기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서로간의 경쟁을 위해 규제와 제재를 통해서 관리하려고 한다면 의료기관의 존립 문제를 넘어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한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 했다.

적정 의료인력 공급 역시 미래지향적 추계를 근거로 해야 만이 정부 정책 방향으로 맞춰갈 수 있고 점진적으로 시행에 한해 협조할 수 있다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위해서는 정적 의료인력 배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방향도 큰 틀에서 반대하지는 않지만 비정상적인 수가 해결 없인 이 또한 매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비용을 억제하는 것만이 방안이 아니고 비용 증가를 받아 들이고 국고 지원 증대 및 국민건강보험의 파이를 키우는 등 재정확대에 정부가 공을 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이날 신현웅 연구위원이 발제를 통해 밝힌 가치 중심 지불제도에 대해서는 우려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치 중심 지불제도의 핵심인 의료의 질에 대한 내용과 기준이 정부 주도로 만들어져 의료공급자와 환자에게 규제와 피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장은 “가치 중심 지불제도는 의료질 향상을 전제로 모든 보건의료주체가 이익이 되는 구조인데 바로 이 의료질의 수준과 내용이 각종 정부 평가나 지표의 충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의료질 개념은 질환, 서비스 내용, 의료인의 설명방식 및 술기, 환자 개인의 가치관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무한정 확대가 바람직한 영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질 개념의 도입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거나 경쟁을 부추기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은 반드시 경계돼야 한다”면서 “의료질 평가지원금 제도가 각종 정부 평가항목과 주요과제가 포함돼 마치 정책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학계,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 보건복지부 모두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보건의료발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결정 과정 논의에 있어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는 국회를 중심으로 민주적 절차에 바탕을 둔 미래의료체계에 대한 합의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이 보건복지부 영역의 밖으로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이뤄졌던 건강정책을 부처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예방 중심 보건의료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역시 보건의료계획의 결정 과정과 논의에 있어 상호 견제와 균형적인 의사결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 대표는 “향후 보건의료의 발전 계획에 있어 국민, 공급자, 정부를 중심으로 한 위험분산과 협력 및 상생 구조로의 전환은 발제자가 제시한 대로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의 틀이라고 판단된다”며 “다만 중앙행정부 중심의 독점적 의사결정이 되지 않도록 국회 및 시민참여 방식의 견제와 협의과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공급자나 산업체의 이해관계 중심으로 보건의료 계획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 공론화를 위한 시민참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에 각 직역별 전문가 의견 수렴도 요구됐다.

김홍석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이 수립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컨트롤 타워로써의 역할을 통해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들의 의견과 국민의 요구를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반면 가치 기반의 지불제도에 대해서는 모호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평가했다.

최근 보건의료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한 보건복지부는 본격적으로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2010년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심위원회 구성만 하고 이어 나가지를 못했다”며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가급적 정부위원보다는 민간위원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최근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러 가지 건강과 관련된 계획들이 각각의 법에서 정해져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큰 계획은 없었다”며 “이번에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을 추진해 일종의 교과서와 같은 종합계획을 만들어 지자체에서도 참고할 수 있도록 큰 계획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한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 일부 대형병원 쏠림 현상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1차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그는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이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돼서는 안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분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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