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현실 고려한 속도조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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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료현실 고려한 속도조절 필요
  • 병원신문
  • 승인 2017.08.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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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보장성 강화를 중심으로 한 문재인케어가 정치권과 의료계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비급여항목이 축소되면서 국민은 물론 병·의원, 의약품 및 치료재료,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와 같은 관련업계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관련업계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큰 틀에서만 보더라도 문재인케어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에 적지 않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0조원을 활용하고 국고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문재인케어에 소요되는 30조6,000억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보장성강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전환 가능성이나 의료이용량 증가와 같은 변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는지 지금으로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자칫 건강보험 재정안정 기조가 깨지게 될 경우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의료공급자들을 옥죄는 방법 외에는 마뜩한 해법이 없다. 보험료 인상이 조세저항에 부딪힐 경우를 감안하면 의료공급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외에는 남아있는 카드가 사실상 없다.

의료공급자들은 건강보험 40년동안의 축적된 경험으로 보장성강화정책이 의료공급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잘 알고 있다. 급여확대로 비용이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를 의료이용량 증가로 보전해 온 악순환의 고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커지면 진료비 삭감이나 온갖 규제정책을 동원해 의료비 지출을 억제했던 과거의 기억이 문재인케어에 대한 신뢰감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문제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종별 단계가 높아질수록 건강보험 급여범위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환자들이 많고, 그만큼 비급여 비중도 커진다. 이같은 의료기관일수록 환자가 많이 몰리고 대부분 수도권지역에 밀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급여가 급여화돼 가격이 하락해 병원문턱이 낮아지게 되면 수도권 소재 대형 의료기관들로 환자쏠림현상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수익성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환자수요가 포화상태에 있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에게는 ‘가격하락이 곧 의료이용량 증가’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아 평균 단가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는 지역별 병상총량 규제정책과, 일차의료기관은 만성질환관리를 맡기고 대학병원은 중증질환 및 입원환자에 집중하게 하는 종별 의료기관별 기능재정립을 통해 시장상황을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이밖에 간호사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것이나 비용 효과성이 충분치 못한 의학적 비급여를 예비급여화하고 3∼5년후 평가 후 급여 지속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과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포함돼 있어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현실을 고려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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