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조세 방식에 의한 의료보장체계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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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조세 방식에 의한 의료보장체계 본보기
  • 병원신문
  • 승인 2017.08.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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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건의료 접근성·품질지수평가 세계 4위
미래형 의료전달체계·서비스 구축 위해 선진국 사례 면밀히 검토 후 '취사선택'
국제적 통용 가능한 국내 모형 개발해야

들어가는 글

▲ 남상요 교수

스웨덴하면 떠오르는 게 어떤 것이 있을까? 바이킹의 나라, 노벨상을 수여하는 나라, 아바가 배출된 나라이고 튼튼하기로 유명한 볼보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IKEA와 패션 브랜드 H&M을 배출한 나라... 이런 이미지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무엇보다도 무상의료, 무상교육으로 대변되는, 모든 국민이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보장된 생활을 하는 세계 최고수준의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스웨덴은 세계최고수준의 산업국가, 민주국가, 복지국가이며 고복지, 고부담과 고성장이 양립하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이룬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나라이다.

의료분야에서도 스웨덴의 의료 제도는 다른 나라가 본 받아야 할 모델로 평가 받고 있으며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눈부신 아웃컴과 세련된 다양한 의료의 질 개선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스웨덴은 조세방식에 의한 의료보장체계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로 의료공급체계는 우리나라와는 거꾸로 80% 이상이 주로 공적부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일차의료부문에 있어서도 높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노인 케어 부문도 국제적으로 최상의 시스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시민들이 질병 예방과 건강유지를 위해 가장 먼저 접촉하는 의료와 공중보건, 즉 보편적 보건의료 서비스가 얼마나쉽게 접할 수 있고 효과적인지를 뜻하는 1차 보건의료 접근성 및 품질(HAQ) 지수평가에 의하면 스웨덴은 4위, 일본은 11위, 우리나라는 23위이다.(2015년 기준, 195개국 대상)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와 더불어 늘어만 가는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 기회의 공평성과 노인케어에 대한 문제 등에 있어 비슷한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는 일본도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고 있는 이때에 효율적이고도 양질의 의료서비스 체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스웨덴의 사례는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모범사례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스웨덴의 노인인구는 65세 이상이 18%정도로 80세 이상의 후기고령자도 인구의 5.2%를 차지하고 있으며 GDP의 3.6%를 노인복지에 지출하고 있다. (기타 국제적인 보건의료지표의 비교는 좌측 그래프 참조바람)

스웨덴의 의료체계

스웨덴의 의료제도는 중앙정부, 란스팅, 코뮨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정부는 보건의료정책과 진료가이드, 보건의료의 아젠다를 결정하고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란스팅은 중앙 정부의 보건 의료 정책에 준하여 의사로부터의 양질의 보건 서비스, 의료 케어·공중위생정책을 제공한다.

란스팅은 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는데 세출의 91%가 의료관계 비용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란스팅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주민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제공에 있다. 기초자치단체인 코뮨에서는 장애인과 노인의 케어와 복지를 담당하고 있다.

공적체계에 의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웨덴에서는 몇 개의 란스팅을 묶어 6개의 광역의료권 단위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21개의 란스팅에서는 96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일차의료로는 인구 1만명당 약 370개의지구에 1천여개의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진료비 체계

1차 의료기관에서는 인두제에 의한 관리를 하며 나머지는 DRG수가에 의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의료비는 방문당 정액제로 되어 의료서비스의 내용과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액만 내면 된다. 약제비는 연간 약 24만원까지는 본인이 부담하고 진료비와 약제비를 합한 연간 최대본인부담액은 37만원 정도이다. 그 이상이 되면 전액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한다.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이 기간 동안은 소득의 80%에 달하는 상병수당을 받는다.

에델개혁

노인케어에 있어 주목할 만한 점은 1992년의 에델개혁이다. 에델개혁은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를 통합하여 하나의 행정체계 안에 일원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효과를 극대화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델개혁으로 노인요양 및 복지 서비스와 관련된 업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뮨으로 이관되어 각 코뮨은 독자적으로 징세권을 갖고 재정과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에델개혁으로 노인 케어의 대상을 65세 이상에서 80세 이상의 후기고령자로 전환하고 시설위주에서 재가 케어로 전환하여삶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소요예산도 절감하도록 하고 있다.

치매환자 관리

▲ 실비아 왕비가 운영하고 있는 노인요양시설 실비아 헤멧
치매노인 관리에 있어 특기할 만한 점은 왕실이 선두에 나서서 치매노인 케어에 관한 연구와 교육, 시설운영, 각종 프로그램 개발 등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이 나서서 치매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스웨덴에서는 일찍이 실비아 왕비가 주축이 되어 관련재단을 설립
하고 치매노인 시설을 운영하며 양질의 프로그램 보급과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실비아 왕비는 원래 자신의 어머니가 치매가 되어 어려움을 겪게 되자 가족 중 치매환자가 생겨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치매환자의 케어를 지원하기 위한 왕립재단을 만들고 스웨덴의 최고의 인력과 노하우를 동원한 치매관련 연구와 전문 간호 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으며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치매 시설운영에까지 관여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실비아 왕비는 우리나라에도 치매관련 프로그램 보급을 위해 관련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다녀간 적이 있으며 전 세계에 스웨덴의 선진 치매관련 노하우와 교육 콘텐츠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의료기관

종합병원이자 동시에 특수전문병원의 역할을 하는 7개 광역병원은 화상치료, 아동심장병 치료, 암치료전문병원, 방광암전문병원 등 최고수준의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란스팅 간의 협의를 통해 지역에 관계없이 전국 단위의 의료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3차병원에 해당하는 7개의 지역병원은 다음과 같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Korolinska University Hospital,스톡홀름)
△쌀그렌스카 대학병원(Sahlgrenska University Hospital,요테보리)
△웁살라 대학병원(Uppsala University Hospital, 웁살라)
△스카네 대학병원(Skane University Hospital, 룬드 및말뫼)
△린쇠핑 대학병원(Linkoping University Hospital, 린쇠핑)
△노르란드 대학병원(Norrlands University Hospital, 위메오)
△외레부르 대학병원(Orebro University Hospital, 외레부르)

이와 함께 21개의 광역 행정구역인 랜(Lan)마다 최소 한 개씩의 종합병원이 있으며, 전국에 걸쳐 40개의 많은 소규모 종합병원이 있다. 이 병원들은 란스팅이 관리한다. (랜은 행정구역단위이고 란스팅은 광역지방자치 단위임) 란스팅은 의료복지서비스, 교통문제, 지역발전 등의 분야만 다루는 광역단체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랜(Lan)은 국가의 행정체계 속에 편입되어 국가정책 목표에 부합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21개의 란스팅은 독자적으로 의료건강 정책을 펼 수 있는데 건강과 관련한 투자의 결정, 의사 및 간호사 고용, 병원시설의 확충과 운영, 그리고 건강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등을 책임진다. 란스팅은 기초지방자치 단체인 코뮨과 함께 공공 의료서비스의 주요 공급자이다.

▲ 후딩에에 위치한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 카롤린스카 병원의 연구시설인 알파, 베타, 감마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은 1810년에 설립된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스웨덴 최고의 병원이며 유럽 최대, 최고병원 중 하나이다.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위원회가 이 대학에 설치되어있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은 스톡홀름의 솔나(Solna)와 후딩에(Huddinge) 두 군데에 설치되어있다.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은 첨단의학연구와 우수한 임상교육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병원이다. 최근에는 공사기간 10년, 총 예산 7조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이 프로젝트에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도 참여하여 수도꼭지에서 병동시설에 이르기까지 환자우선, 테마치료, 수술집중을 키워드로 서비스 디자인을 도입한 미래형 병원을 건축 중이다.

▲ 말뫼에 위치한 스카네 대학 감염 및 응급병원

스카네 대학병원은 스웨덴의 21개 광역자치단체중 하나인 스카네 지역의 3차병원으로 고도의 첨단 시설을 가지고 이 지역의 최종적인 의료를 책임지고 있다. 병원 규모는 약 1천 병상규모로 룬드와 말뫼 2개 도시에 걸쳐 2개의 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말뫼에 위치한 스카네 대학병원은 스웨덴의 지역별 병원을 대표하는 병원 중 하나로서 이 병원에 부설된 감염 및 응급병원은 건축상을 수상한 병원으로 스웨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분주한 사고 및 응급 치료 시설이다. 이 병원은 사상자 및 격리 부서가 있는 원형 건물로 감염 확산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병원의 획기적인 새
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환자는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꼭대기 층 복도에서 이어지는 특수발코니를 통해 격리 병실로 들어가며 외부 승강기는 전염성 환자 및 병원 폐기물 제거를 위해 독점적으로 제공된다. 또한 전염병 발생시 개별 층을 작은 격리 단위로 세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격리 클리닉에는 총 51개의 일인실 병실이 있는데 원통형 건물에는 중앙의 개방형 아트리움이 있기 때문에 내부룸은 자연 채광의 혜택을 받으며 건물의 모든 병실에 직접적인 햇빛을 제공한다. 복도와 병실 사이에는 통풍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설비와 더불어 감염방지를 위한 밀폐 장치가 설치되
어있다.

스카네 대학병원 운영에 관하여 또 하나의 특징은 이 병원이 병원운영의 효율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LEAN을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병원에서는 LEAN을 도입하여 불필요한 업무과정을 줄이고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을 활용한 응급의료 서비스도 시도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매일 부서별로 각 직종이 모여 FIKA미팅을 하고 있다. FIKA란 일종의 커피 브레이크 같은 형식으로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휴게시간이며 수평적인 인간관계에서 자유롭게 사적대화나 업무에 관련된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다. 상호 간에 정보교환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제시하는 등 많은 장점이 있어 수직적인 문화가 강한 우리 병원계에도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글을 마치며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반 산업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의료분야에 있어서도 선진국의 의료관련제도나 서비스 체계를 참고하여 발전하여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나 의료서비스 체계가 유사한 일본을 통하여 많은 부분을 도입하고 참고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도 급격한 인구의 고령화와 더불어 급증하는 의료비와 보험재정의 고갈로 인하여 더 이상의 투자여력에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민간위주의 공급체계에도 많은 모순점이 생기고 있다. 지금의 체제로는 대량의 의료난민, 재활난민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급증하는 노인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우리나라도 전면적인 의료전달 체계의 개편과 수가제도의 손질이 불가피 하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민들은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으며 지금의 체제로 국민들이 만족할 만하고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제도와 서비스 체계는 다르지만 각종 국제적인 지표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스웨덴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스웨덴은 개인성취 지향의 미국과 달리 공동체 지향의 복지선진국으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실시하며 출산이나 실업 등에 갖가지 근로수당을 보장하여 남녀가 평등하게 근로하며 큰 어려움 없이 자녀를 교육하고 양육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조세방식에 의한 의료보장체계를 갖고 있어 비록 세금부담은 많지만 본인 부담률이 낮아 국민이 큰 부담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복지 선진국이다.

치매관리에 있어서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올바른 치매환자의 케어와 관리를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으며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의 원형이 되는 그룹 홈이 최초로 시작된 노인의료와 복지의 선진국이기도 하다.

▲ 스웨덴의 트렐레보리 신문에 실린 병원협회 연수단 모습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권을 비롯한 의료계에서도 스웨덴의 의료제도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병원협회에서도 최근 스웨덴에 병원연수를 실시하고 스웨덴의 의료제도와 병원경영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1세기 중반에 세계 최고의 초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화에 대비한 전면적인 의료제도 개혁과 양질의 의료복지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여 미래형 의료전달체계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선진국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그 트랜드를 살피고 그 장단점을 취사선택함으로써 향후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독자적인 모형을 개발하여 전 세계에 알리고 보급하는 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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