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사청문회서 실종된 보건의료 현안
상태바
[기자수첩]인사청문회서 실종된 보건의료 현안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7.19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수까지 변경해 19일 새벽까지 지속됐지만…
후보자 도덕성과 복지정책에만 집중돼 아쉬워
7월18일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 청문회가 차수까지 변경해 7월19일 새벽 1시50분까지 무려 15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이어졌지만 장관 후보자의 능력검증보다는 도덕성만 더욱 부각된 듯 한 모양새다.

유례가 없는 1박2일간의 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고 사실상 7월21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만 남게 됐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유력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박 후보자의 도덕성 등 여러 흠결도 드러난 만큼 채택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일각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시간에 걸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극명한 태도로 나눠졌다. 여당은 정책질의를 통한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둔 반면 야당은 정책 질의보단 위장전입, 농지법·건축법 위반, 각종 위법 사례, 과태료 미납, 논문표절, 세금탈루, 교통사고 등 후보자의 도덕성과 부족한 법의식이 강조된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물론 야당의원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박 후보자가 청와대 지명을 받은 순간부터 끊이지 않고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과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저도 정책질의를 하고 싶다. 하지만 도덕성에 큰 흠결이 있는 점을 그대로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토로한 것 만 봐도 의혹들이 명확히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박 후보자 역시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솔직히 시인한 점도 있지만 대체로 ‘모르쇠’로 일관해 오히려 인사 청문회 내내 장관 후보자로서의 능력 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매몰되는 원인을 제공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에 가장 아쉬움이 남는 건 후보자가 복지 전문가라는 영향도 있겠지만 보건의료 현안 해결을 위한 장관 후보자의 의지와 계획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앞서 보건의료분야의 식견이 매우 높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고 이날 청문회에서도 후보자 본인 스스로가 생각보다 보건의료분야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해 기대를 걸었지만 오히려 청문회 동안 의원들의 설명과 정책적 요구에 수동적인 모습으로 일관한 것은 문제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보건의료분야를 이끌어야 할 후보자가 과연 장관으로서 이해관계가 첨예한 보건의료 정책들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청문회에서 5년간 120조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한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기재부와의 협의에 강력하게 나서라는 의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이를 짐작케 하는 점이다.

이제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끝났다. 비록 보건의료에 대한 질의가 부족했지만 후보자 스스로가 생각보다 보건의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듯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과 흠결을 모두가 잊을 수 있을 만큼 유능한 장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