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공지능은 의료를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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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인공지능은 의료를 어떻게 바꿀까?
  • 병원신문
  • 승인 2017.07.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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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
▲ 이언 교수
지구의 역사에서 약 5억2천100만년 전 캄브리아기로 불리는 시대가 있었다. 이 시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역동적인 시기였다. 그래서 학자들은 진화의 빅뱅시기라고도 부른다. 그러면 이러한 대폭발의 동인은 무엇이었을까?호주의 진화생물학자 앤드류 파커는 눈, 즉 시각의 출현이라고 주장한다. 눈은 해파릿과 생물의 명암을 구별할 수 있는 단순한 점눈에서 요즈음 대부분의 동물들이 장착하고 있는 카메라 눈까지 다양한 형태로 급격히 진화했다.

최초로 눈다운 눈을 장착한 생물은 삼엽충이었다. 눈을 장착한 삼엽충에게 이 세상은 거대한 무료 뷔페였다. 시각을 갖게 된 삼엽충은 무서운 포식자로 변신하여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에 위치하게 되었다. 당연히 다른 생물들도 이에 대응, 다양한 형태의 눈을 장착하여 다른 생물을 포식하는 데 혹은 다른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를 하기 위해 사용한다.

일찌감치 시각시스템을 갖춘 종들은 크게 번성하여 다양한 생물로 발전적인 진화를하였고 그렇지 못한 종은 경쟁력을 잃고 서서히 멸종되었다. 인간 역시 가장 큰 감각 시스템은 시각이다. 뇌의 절반 이상이 어떠한 형태로든 시각에 관여한다. 즉 인간지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각과 이를 해석하는 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핵심인 기계학습은 처음에는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요즈음은 사진을 읽고 자연어 문장을 만들어내고 심지어 동영상까지 해석해낸다. 기계는 드디어 눈을 발전시켜 인공지능과 연결, 스스로 시각정보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비전, 기계시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5억여 년 전 캄브리아기의 삼엽충과 다른 것은 컴퓨터는 아직 철저히 인간통제 하에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진보는 다양한 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기계시각을 이용한 손소독 위생관리 시스템은 병원감염률을 크게 줄였다. 독거노인들의 일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라이프 스타일 패턴, 감정, 정서, 생체신호 등을 분석 위험징후를 사전에 신속하고 신뢰성있게 감지한다. 이는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적기에 구조를 위한 개입을 가능하게 하여 노인의 안전한 독립적 생활을 보장하므로 요양기관 수용 기간을 크게 줄이고 있다.

유사한 기술이 중환자 관리에도 활발히 이용되는데 예를 들어 패혈증의 징후를 인간보다 12시간 내지 24시간 일찍 감지해낸다. 이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일이다. 이러한 눈부신 발전은 아직 인공지능의 능력과 가능성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초보적인 일이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시작되었다. 세계적 인공지능의 공룡들이 사활을 걸고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IBM의 IBM Q, 구글의 D-wave, 마이크로소프트의 station Q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각종 플랫폼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급히 이 분야의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현재의 이진법 기반 컴퓨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연산능력과 병렬처리 능력을 갖고 있다. 이진법 대신 중첩(superposition)에 기반을 둔 큐빗(Qubit)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와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수학에 P-NP 문제가 있다. 쉬게 설명하면 P는 컴퓨터가 적당한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즉 '쉬운' 문제들이고, NP는 그와 반대로 '어려운' 문제를 의미한다. P는 Polynomial(다항식)의 머리글자고, NP는 nondeterministic(비결정성 다항식)의 머리글자를 의미한다. 양자컴퓨터는 과거에 NP 문제로 여겨졌던 많은 문제를 P(BQP) 문제로 신속하게 풀어 낼 것이다.

예를 들어 암발생에 원인을 제공하는 수많은 돌연변이와 외부 내부 요인들과의 상호관계와 복잡한 경로를 풀어내어 최적화된 해법을 신속하게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신경조직의 손상과 재생의 과정도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우리는 참으로 벅찬 신 캄브리아기의 도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의 엄청난 능력에 대한 통제력을 인간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성립하는 말이다. 그럴 수 없다면 인간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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