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가진 도매상과 거래금지법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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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가진 도매상과 거래금지법의 문제
  • 병원신문
  • 승인 2017.06.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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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현행 약사법 제47조에는 의약품 판매질서가 규정되어 있다. 그 유명한 리베이트 제공 금지도 위 규정 제2항에 있다. 제4항은 도매상의 지분을 50%이상 소유하고 있는 등의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끼리끼리 밀어주기식 영업과 이에 따른 유착관계를 막겠다는 것이다. 독점납품이나 의약품 실거래가 부풀리기 등 불공정한 거래를 방지하여 건보재정 안정화와 의약품 유통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거래 금지를 강제하고 있다.

2017. 5. 국회 전혜숙 의원 등은 위 규정을 극단적으로 강화한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발의 하였다. 법인 의약품도매상(이하 ‘도매상’으로 약칭)은 당연히 주식을 발행한다. 위 개정안은 도매상이 발행한 주식을 1주라도 가지고 있는 의료기관과의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이다. 향후 법이 통과되면, 법인 도매상은 주주인 의료기관에게 의약품 판매를 직접 또는 간접적(다른 도매상을 끼워 넣어서)으로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의약품거래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의료인들에게는 빼앗긴 영토라는 인식이 저변에 있다. 의약분업 이후 관련 규제가 생겼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소수의 의료인이 있다. 위 입법안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처방료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약에 대한 미련이 담합이나 리베이트로 이어졌다.

약에 대한 이익은 의료인들을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고 형사재판에 서게 했다. 병원을 개설한 몇 몇 의료인이나 법인은 리베이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여전히 도매상과 유착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납품업체 결정권이 있고 도매상과의 태생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생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관한 이해와는 달리 위 입법안의 접근 방식은 아래와 같은 또 다른 문제점들을 양산하고 있어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우선 입법목적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법안이 추구하고자 하는 건보재정, 국민의료비 및 공정한 거래 등이 입법목적이다. 그러나 너무 추상적이다. 반대로 이 입법으로 인해 침해되는 기본권은 너무도 구체적이다. 이 법안은 도매상의 헌법상 보장된 직업수행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가지는 헌법상 재산권도 근원적으로 제한한다.

특정 일반 국민이 특정 회사의 주식을 1주도 못 갖게 하는 선례는 소수의 공직자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호되는 법익과 침해되는 법익이 균형적이지 못하다. 현행 약사법 규정을 고안한 과거 국회의원이 50% 이상의 주식을 가진 경우만 거래를 제한하자고 한 것에는 분명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서로 형량하여 균형성에 입각한 기준을 만든 것이다.

다음으로, 이 법안만이 거론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인가? 이다. 이미 도매상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리베이트로 이어져 많은 도매상과 의료인이 형사처벌 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의 부당한 고객 유인죄 등으로도 형사처벌은 물론 과징금 처분도 가능하다.

특히 도매상의 내부지분을 가진 의료기관이 실거래가를 부풀린 사안에서 위 규정보다 법정형이 훨씬 높은 사기죄로 처벌되고 있다. 대부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로 더욱 가중 처벌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질서 유지 메커니즘이 존재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질서 관련 문제는 보다 기존 제도의 운영의 미숙에도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도매상은 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인구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도매업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허가가 남발되고 있고 이것이 과당한 경쟁과 불공정 거래를 견인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이다. 품목총판 도매상이 유착과 관계가 많다.

제약회사 영업직원이 퇴직 후 재직 중 판매한 특정 의약품과 거래처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과 협의하여 도매상을 내는 관행이 문제이다. 당연히 유착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D제약의 리베이트 사건과 D제약 출신 도매상과 의료기관간의 유착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회는 허가 상황을 점검하고 도매상 사전 사후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우선이다. 

리베이트 금지 등 의약품 관련 상당수의 영업행위를 무조건 금지하는 법들은 심각한 위헌 문제를 가지고 있다. 법리를 떠나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문제다. 무조건 금지하고 예외를 몇 개 허용하는 방식은 매우 후진적이다. 국민을 전혀 믿지 못하는 국회의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무조건 금지한다고 해서 사회가 건전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리베이트 규제가 이미 10년 정도 되었지만 리베이트는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처방량 대비 뒷 돈을 주는 등 전형적인 몇 가지 문제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나머지는 시장 자율적 기능에 맡기는 네가티브 규제 방식이 바람직하고 선진적이라고 본다.

또한 이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차명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는 등으로 편법적으로 규제를 우회할 가능성은 충분히 많다. 간접거래를 막는다고 해도 입증이 매우 어려울 것이고 불의의 범죄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불공정한 거래는 사전적으로는 허가제를 엄격히 운용하고 사후적으로는 허가된 도매상을 행정조사나 세무조사로 감독함으로써 단속해 나가야 한다.

대부분 유착된 거래는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이익의 이전은 세무조사를 하면 상당부분 밝혀진다. 그래도 문제가 되면 앞서 언급한 수사기관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을 통한 사법적 해결 절차가 현존 하고 있다. 건전한 법인 도매상의 장기적 발전에 따른 회사가치 상승 기대는 투자처로 차별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투자기회를 특정 사회구성원에게는 근원적으로 막는 것은 너무 전체주의적 사고이다.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 하는 기관과 삼성전자와의 유착을 막기 위해 구매기관이 삼성전자 주식 1주도 갖지 말라고 하면 이해가 될 일인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집어볼 대목은 입법안의 문구의 문제이다. 위 법안 내용은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법인 도매상을‘사실상 지배’하는 경우를 설명한 문구에 관한 것이다. 현행 법은 도매상을 사실상 지배하는 정도의 기준을 해당 법인의 ‘주식 50%이상’을 소유한 때라고 기준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1주라도 보유’하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기준을 예정하고 있다. 1주 소유로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간주하는 법이 만들어진다면 이는 세계 최초의 법이 될 것이다. 국어의 정상적인 어법에도 맞지 아니하는 문구를 법문화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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