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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법
(재)한국병원경영연구원 정석훈
2017년 06월 19일 (월) 09:27:55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정석훈 연구원
올봄 대부분의 학회, 포럼, 심포지엄 그리고 강연 등에서 다뤄진 독보적인 주제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작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 이후 일반 대중들의 관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광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얼마 전 중국의 커제가 알파고에 완패하면서 이미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인간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생기고 있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그야말로 인공지능이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1980년대 한국 TV에서 방영된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원제: Paper Chase)‘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하버드대학 로스쿨의 학생들과 무섭지만 카리스마 있고 유능하며 학생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킹스필드라는 교수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필자가 유난히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어느 날 공과대학에서 ’변호사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로스쿨에 도전해 오는 에피소드였다. 이에 로스쿨에서는 가장 유능한 킹스필드 교수가 도전을 받아들이지만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연전연패한다.

질문에 대해서 킹스필드 교수가 생각해 내는 판례(case)의 수보다 월등히 많은 유사한 판례들을 컴퓨터가 뽑아내주고 또 정확도도 더 높게 평가되는 것이다. 급기야 로스쿨 학생들은 좌절에 빠지게 되고 대결 마지막 날을 맞이하게 되는데, 역시나 준비된 모든 문제에서 킹스필드 교수가 완패하고 만다.

그러나 마지막에 킹스필드 교수가 제안을 하나 하는데, 자기가 문제를 낼 테니 컴퓨터가 풀어보게 하자는 것이다. 그 문제가 정확히 어떤 문제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렴풋한 기억에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에 매우 애매모호한 인간적인 문제가 곁들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이 문제를 대하자 컴퓨터가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연기가 푸욱 나고 망가져 버린다. 그래서 로스쿨 학생들이 다시 희망을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에피소드가 마무리 됐었다. 이 이야기가 1980년대 이야기다. 나중에 필자가 공부를 하고 보니 바로 변호사를 시스템화한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에 대한 이야기였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2000년의 시작까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으나 결국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그 이유는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컴퓨터 하드웨어의 기술이 아직 모자랐고, 인공지능 기법 자체의 한계점이 많았었다.

필자가 석사과정에 있을 때, 인공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을 이용한 데이터분석을 많이 수행하였는데 인공신경망을 학습시키기 시작하면 빠르면 그 다음날, 데이터가 많은 경우에는 며칠씩 걸려야 모형이 완성되곤 하였다. 정확성에 있어서도 아직 실용화시키기에는 모자란 부분이 많았다. 대표적인 인공지능의 문제가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에만 너무 잘 맞고 다른 새로운 데이터에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과적합(over-fitting)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활발한 연구가 조금 주춤할 즈음, 딥러닝(deep-learning)이라는 기법이 개발되었고 이 기법이 기존에 장애물로 지적되던 인공지능 기법들의 문제점들을 해결해주게 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였고, 드디어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 딥러닝 기법은 위에서 잠깐 언급한 인공신경망 모형을 여러 개 생성해서 연결시키고 한 모형의 출력값이 다음 모형의 입력값으로 들어가서 또 학습되는 전형적인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기법으로 그 학습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자연어 처리’ 기술과 ‘센서 기술’ 등이 함께 발달되면서 급기야 4차 산업혁명의 이야기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인간과 그들의 사회 구석구석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행동 및 음성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채집하여 인공지능 기법으로 추정하고 예측하여 그 결과를 각각의 다양한 분야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통계학부터 시작되는 데이터분석의 역사에서 이제 드디어 대용량 데이터에 대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분석이 가능한 요즘의 시대에 실현가능해 진 것일 뿐이다.

최근 대중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알파고에서 시작되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는 다분히 그동안 대중들이 접했던 영화들에서 기인한다. 인공지능들이 점점 진화하여 자신에 대한 ‘자아’를 형성하고 때론 인간을 ‘사랑’하기도 하고, 또 때론 ‘분노’하기도 하여 인간을 파멸하고자 하는 스토리들이 참 흥미진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 ‘자아’, ‘사랑’ 그리고 ‘분노’ 등의 고차원적인 감정은 아직 인간이 컴퓨터 알고리즘에 학습을 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아직 인간들도 그 기제(mechanism)를 완벽하게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성과 감정 그리고 자아에 대한 인식능력은 매우 고차원적인 인간의 뇌 진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며 아직 그 일부분조차 인간은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조금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생각해 보시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철학적인 형이상학적 대답 말고 구체적으로 자신 있게 정확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즉,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4차 산업혁명이라고들 난리인데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될 것인가? 의료분야로 한정지어 얘기한다면,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전통적인 의료서비스의 형태를 벗어나는 새로운 의료서비스 공급모형을 고안하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전통적인 의료서비스란, 어딘가 아픈 환자를 의사 선생님이 진찰하고 진단하여 처방 또는 시술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것으로 얘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먼저 ‘환자’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환자는 의사선생님이 바로 앞에 있는 어딘가 아픈 사람이다.

꼭 그러한 사람만 환자인지 생각을 조금 더 연장 해보면, 미래에 어딘가 아플 사람, 어딘가 아픈데 지구 반대쪽에 있는 사람, 심지어 현재 매우 건강한 사람들도 환자의 개념에 넣을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쓸데없는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료인력의 경우에도 모두 똑같은 교육을, 똑같은 기간 동안 받고 똑같은 의료인력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생각을 좀 해볼 여지가 있다. 또 의료공급 서비스에 대한 수입이 꼭 의료수입에서만 나와야 하는 것인가라는 부분도 생각해 볼만하다. 물론 필자가 정답을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무언가 현재의 의료공급 서비스 틀을 벗어나는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제한을 두지 말고 범 의료계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그 모습을 찾아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정형화’의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 공고히 정해진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인간의 처리 능력을 뛰어넘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분석 결과와 인간의 구속되지 않은 상상력은 지금까지의 모든 정해진 사회의 현상들을 바꾸어 버리게 될 수 있다. 의료계의 경우에도 현재 법률과 전통적인 가치에 의해 의료 서비스 공급의 형태를 정형화 하고는 있지만 이것은 언제든지 순식간에 ‘무형화’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미국 드라마의 변호사 시스템처럼, 가까운 미래에 점차 노인성 질환, 만성기 중심 그리고 예방 중심으로 옮겨가는 의료 환경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사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좀 더 정교한 진찰 결과와 처방법을 뽑아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환경이 도래한다면 과연 의료공급 서비스의 틀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다양한 상상력과 빅데이터 분석의 결과 그리고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른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반의 의료서비스 공급 플랫폼을 구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과장된 무서움이나 공포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바로 새로운 의료서비스 공급 플랫폼의 헤게모니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택시를 한 대도 갖고 있지 않은 ‘우버’, 동영상을 하나도 생산하지 않는 ‘유튜브’, 객실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에어비엔비’, 음식 조리시설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배달통’ 등 이미 그 전쟁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배달 식당들이 메이저급 배달서비스 중계업체들에게 그 산업의 헤게모니를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1차 산업혁명의 결과 ‘공산주의’가 생겼고 2차 산업혁명의 결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발생했으며 그리고 3차 산업혁명의 결과 재화의 형태와 흐름에 시공의 개념이 사라졌다. 이처럼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기술의 혁명은 사회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아직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이제 준비해야 한다. 지키려고 하면 오히려 내놓아야 한다는 개념으로 우리가 현재 영유하고 있는 의료공급 서비스의 틀을 깨고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생각으로 새로운 의료서비스의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만 한 시점이 도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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