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간’과 ‘공공’ 구분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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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간’과 ‘공공’ 구분 의미 없어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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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제 역할 하려면 공공보건의료전문 교육기관 설립해 인력 양성해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공과 민간의료 영역을 별도로 구분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공공병원을 확대하느니 그 재원으로 취약계층의 보장성을 높여주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지영건 차의과학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건강복지정책연구원(원장 이규식)이 최근 발간한 이슈페이퍼 ‘병원산업의 가치기반 의료공급체계로의 전환과 공공병원의 정체성 정립’ 주제에 대한 지상 토론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전국민에게 동일한 급여항목과 수가를 적용하고 민간과 공공의 기능적인 차이도 없는 상황에서 민간과 공공을 구분하는 정책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서영준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공공병원이 민간병원과 차별화된 기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적인 사명감을 갖고 차별화된 기능을 수행할 의료인력의 양성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 교수는 공공병원에 근무할 의사를 포함해 모든 인력은 별도의 공공보건의료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해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병원이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같이 간호사 부족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보건의료정책의 시범사업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못하는 사례 등을 개선할 정부 차원이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공공병원의 효율성을 강화하되 독립채산방식의 수익 창출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의 안정적인 예산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자인 이상규 연세대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민영영리병원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운영되므로 공공병원과 민영병원 간 특별한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보험을 통해 제공되는 의료는 규범적 공공재가 되는 만큼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모두 의료에 있어서 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은 자본비용의 경우 공적재원을 통해 충당하지만 운영에 소요되는 경상비용은 건강보험제도에 의한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구조적으로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힘든다”며 “민간병원과 특별히 차별화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대부분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어 결국 민간병원과 차별화되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한 지역 내에서 수요가 적거나 진료비가 민간부문의 공급을 유도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의료취약지역의 응급의료, 산과의료, 호스피스, 희귀난치 외상 등의 진료 기능을 공공병원이 수행하도록 하는 정책의료기관으로의 전환, 혹은 보건의료정책 사업의 시범사업 수행기관으로서의 기능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상규 교수는 “의료체계의 미시적 수준을 구성하는 개별 의료기관과 의사들이 정책과 법률이 정한 게임의 룰을 따라서 행하는 합리적인 미시적 효율성 추구가 전체 의료체계의 거시적 효율성을 저해하는 수직적 동기화의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 정책 구조와 설계를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며 행위별수가제 하의 의료기관 간 양적 경쟁은 정책수행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민건강보험이 실시된 이후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진행됐지만 대부분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개선이라기보다는 부분적인 개선에 그쳤고 일부 정책들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었다”며 “의료부문에 대한 자본투자를 거의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자본의 운영을 공적재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오류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 역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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