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검진에 녹내장 포함시켜야
상태바
국민건강검진에 녹내장 포함시켜야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05.22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안과병원 전직원 대상 녹내장 검진 결과 40세 이하 확진자 비중 높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제공하는 국민건강검진에 녹내장 검사를 포함시켜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국내 대형 안과전문병원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녹내장 검진 결과 젊은층에서도 녹내장이 확진됐거나 지속적인 관찰을 해야 하는 녹내장의증 환자가 다수 나타나 이 같은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원장 김용란)은 최근 전직원을 대상으로 녹내장 검진을 실시했다. 이번 검진은 직원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으며 이상소견을 보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야검사, 시신경유두촬영, 각막두께 측정 등 추가적인 정밀검사가 최근까지 진행됐다.

검사를 받은 345명의 전체 직원 중 약 10%에 가까운 인원인 31명이 이상소견을 보여 추가 정밀검진을 받았으며, 검사 결과 최종적으로 녹내장 확진 환자 3명, 의증 환자 6명이 발견됐다. 확진과 의증 환자를 포함해 전체 유병률은 2.6%로 나타났으며, 이 중 7명이 40세 이하 환자였다. 특히 3명의 확진 환자 중 2명은 40세 이하로 모두 고도근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검진 대상자의 연령대는 만40세 이상 91명, 40세 미만 254명으로 40세 미만이 전체의 74%에 달했다.

▲ 김안과병원에서 녹내장이 의심되는 환자가 시신경유두촬영 검사를 받고 있다.

한국인의 녹내장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로는 한국녹내장학회가 지난 2007년 충남 금산군 남일면의 40세 이상 주민 전수를 대상으로 시행한 결과가 있다. 이른바 ‘남일 스터디’로 불리는 당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병률은 4.5%로 나타났다. 이번 김안과병원 검진결과는 40세 미만에서도 녹내장 정기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녹내장은 눈의 안압이 높아지거나 혈액 순환장애 등 여러 원인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질환이다. 녹내장은 말기까지도 중심시력은 거의 정상인 상태에서 주변시야만 서서히 소실되기 때문에 초기에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리며,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기 어렵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황영훈 교수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녹내장을 처음 확진받은 환자 484명을 대상으로 진단경로를 조사한 결과 다른 증상 때문에 안과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7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녹내장은 이처럼 조기 자각증상이 없어 진단기회를 놓치기 쉽고, 녹내장과 관련이 없는 다른 증상으로 안과를 방문하거나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녹내장은 흔히 노인성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병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가 있는 경우 높은 안압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 평소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받아야 한다. 고도근시는 굴절검사상 -6디옵터 이상을 일컫는 것으로, 안구가 앞뒤로 길어지면서 시신경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 안구가 길어지는 만큼 시신경이 당겨지면서 얇아지고, 구조적 이상이 발생한다.

젊은 층에서 고도근시 환자가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 역시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5년간 전체 녹내장 환자수는 73% 가량 늘었으며 20~30대 젊은 녹내장 환자도 각각 50%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젊은 녹내장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스스로 안과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국민건강검진 항목에 녹내장 검진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녹내장의 진단을 위해서는 안압 등 여러 검사가 필요하지만 국민건강검진 항목에 꼭 포함시켜야 할 검사로는 시신경유두검사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이 검사는 시신경 유두를 확대해 시신경에 나타나는 녹내장 초기 변화를 찾기 위한 검사로, 황영훈 교수팀의 연구결과에서도 안과검진 시 환자의 녹내장을 의심하게 된 이유 중 시신경 유두 이상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바 있다.

전직원 녹내장검진을 기획, 진행한 김안과병원 김용란 원장(대한안과학회 이사)은 “녹내장은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안질환 중 하나이지만 초기 증상이 없어 자가진단이 어렵다”며 “한번 손상된 시신경과 시력은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건강검진 항목에 녹내장검사를 포함시킨다면 많은 국민을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에서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