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코 앞에 둔 연명의료결정법…의료계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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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코 앞에 둔 연명의료결정법…의료계 문제제기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4.2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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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법 해석 및 지침 마련 요구 봇물

시행을 코 앞에 두고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의 하위법령을 두고 의료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월26일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강당에서는 대한암학회와 한국임상암학회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고 이같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입법 취지에 맞게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현정 서울의료원 혈액종양내과 과장은 연명의료결정법의 여러 쟁점을 소개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전 과장은 환자의 말기진단 기준과 절차에 따르면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각각 말기진단 의사소견서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지만 담당의사에는 수련중인 전공의는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특히 전 과장은 “설문조사를 해보니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기도 ‘어느 때라도 상관없다’는 게 76%로 ‘말기진단 이후’ 24%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며 “말기진단 이후에만 받아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또 말기진단 역시 ‘전문의 1인이 해도 된다’는 게 68%, ‘해당분야 전문의’ 39%, ‘담당 전문의’ 29% 등으로 나왔다며 법안처럼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의 경우는 겨우 8%에 불과했다.

오히려 ‘전공의와 해당분야 전문의’는 24%가 동의해 말기진단을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으로 하는 것 자체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 역시 원 법안대로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진단후 호스피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에 18%만 동의했고, ‘진행암 혹은 치료받지 않는 암 환자일 경우도 호스피스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무려 63%가 찬성 했다.

모든 임종기 환자를 호스피스·완화의료 팀에서 돌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 과장은 “이미 임종기에 다다른 환자의 경우 환자의 의식상태 저하, 임종까지의 짧은 시간 등으로 인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전인적 돌봄이 아닌 임종기 돌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을 모든 임종기 환자를 돌보는 일에 투입하는 것은 의료자원의 과잉 투입과 돌봄의 질 저하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자의 연명의료중단 절차도 각종 과정 및 서식이 매우 복잡하게 나열되어 있는 것도 쟁점이다.

연명의료유보는 환자와 가족 및 의료진에게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인 만큼 환자의 상태의 변화 및 임종기 진입 등을 따로 판단하고 규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 과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신청하는 환자는 이미 말기질환으로 판단된 경우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거나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는 경우 법에 나열된 연명의료유보 시의 각종 서식 작성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선택 및 이용 역시 말기진단 의사소견서를 첨부하고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의료인에게 호스피스 선택과 이용 절차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호스피스 이용동의서를 작성하여 신청하는 것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 및 권역별 호스피스센터, 호스피스 사업의 위탁 부분에 대해서는 복지부 장관이 해야 할 일들을 중앙과 권역으로 거의 다 넘긴 것 같다고 했다.

전 과장은 “중앙 및 권역별 호스피스센터의 인력 기준에 상근 센터장 1인을 제외하고는 따로 명시된 인력 기준과 지원 여부가 없어 호스피스 전문기관에서 별도의 인력 없이 추가 업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내 호스피스사업에 관한 정책을 관장할 수 있는 부서와 인력을 적절히 배치되고 중앙 및 권역별 호스피스센터는 적절한 업무 배분과 업무수행을 위한 인력과 지원 기준의 명시를 제안했다.

호스피스전문기관에 대한 평가부분도 평가 90일 이전 평가항목이 공개에서 당해 연도 사업 시작 전 평가기준이 공개, 중앙호스피스센터의 평가업무 위탁 가능 기관에서의 제외를 요구했다.

이 밖에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 배치기준을 환자 10명당 1명으로 정하고 있어 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환자 7명당 1명 수준으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복지부를 제외한 모든 토론자들이 이같은 문제를 연달아 제기했다. 특히 인력기준에 대한 검토와 함께 법안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윤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은 “연명의료결정법이 모든 임종환자를 호스피스로 하라는 법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이법으로 인해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불신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치료와 더불어 돌봄이 들어가는데 이에 대한 가치가 보장되야 하지만 법과 하위법령에 그런 내용이 없다”면서 조금 더 신경을 써달라고 요구했다.

권정혜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보험이사는 “말기암 결정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숫자로 해결할 수 없고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의가 환자의 정신상태부터 모든 것을 다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담당의사와 다른 전문가 1인이 판단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리인 문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면서 “가족관계중 자식이 다 죽어 며느리가 모시는 시아버지나 자식이 다 죽어 사위가 모시는 장모에 대해서 며느리와 사위는 오랫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모셨지만 직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호스피스·완화의료 결정에 관여를 할 수가 없다”고 개선을 원했다.

김대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보험이사는 “정부에서는 비암성 질환에 대해서는 아마도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자문형 호스피스를 가장 중심에 두는 것 같다”며 “암환자만 병동입원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자문형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29병상 당 호스피스 전담 1급 사회복지사 1인을 배치하는 것은 업무과중을 불러 올수 있다”며 “20병상 당 의사와 사회복지사 1인으로 기준을 정정할 것과 병동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병동형, 자문형, 방문형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최영심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 권역협의체 대표는 “중앙 및 권역별 호스피스 센터는 평가를 공정하게 하겠지만 평가는 복지부가 담당하거나 다른 팀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평가 기준을 선정할 때 호스피스 실무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최 대표는 “권역별 운영 기준 중에는 고난위도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현행과 같은 일당정액수가하에서는 경영 어려움으로 힘들다”며 “고난위도에 대한 별도의 행위별 수가 또는 다른 지원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현재 10병상 당 간호사 1인이라는 인력기준으로는 간호사의 이직률 만 높아져 질을 떨어뜨린다”면서 “우선 7병상 당 간호사 1인으로 개선하고 점차적으로 인력보완을 위한 세밀한 수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에 대해서는 서비스 질 평가로 진행할 것과 다른 평가들처럼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반면 보건복지는 지적된 문제점과 다양한 개선 목소리에 당장 정할 수 없고 확답을 드리기 곤란하다며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성우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사무관은 “연명의료 결정법에는 종합계획을 세우게 되어 있고 중앙 권역별도 포함되어 있다. 민간추진단을 구성했고 분과별로 하위법령안을 세우고 있다”면서 “토론회를 통해 나온 의견에 구체적으로 확답을 하기는 어렵고 앞으로 공청회 등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을 받아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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