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하위법령, 불필요한 연명치료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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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하위법령, 불필요한 연명치료 조장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4.2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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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학회 공동성명서 발표…시범사업 및 하위법령 참여 요구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세부내용을 규정한 시행령·시행규칙을 두고 4월25일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13개 학회가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조장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 학회는 지금까지의 진료관행을 어렵게 하는 비윤리적인 규제 철폐와 함께 준비되지 않은 법집행으로 야기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도 정착까지 처벌조항을 유예하고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하위법령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중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오는 8월4일부터 시행되고 연명의료결정은 2018년 2월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연명의료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장착하거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치료 목적이 아닌 생명 연장을 위한 시술을 하는 것으로 환자에게 고통만 가중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 때문에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법안이 마련됐으며, 이 법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선 담당의사와 관련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환자가 평소 연명의료중단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배우자·직계비속·직계존속 2명 이상의 일치한 의견이 있어야만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13개 학회는 무엇보다도 비윤리적인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정부가 마련한 하위법령에서는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에 직접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수 없는 경우 참관인의 입회하에 녹취하여 기록하고 관리기관에 통보하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녹음기를 갖다 대고 진술을 받아 녹취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법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취지를 벗어나 환자에게 일종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며 환자의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생가능성이 여부에 대한 의료적 판단은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이 하도록 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를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적기에 환자를 위한 최선의 판단과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될 수 있어 이는 연명의료 유보 혹은 중단에 관한 환자의 결정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가족과 대리인의 역할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학회들은 꼽았다.

말기환자의 돌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사전돌봄계획’의 과정에서 대리인을 지정하고 대리인이 그 과정에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임종기 돌봄과정에서 환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염염의료의향서에 환자가 원할 경우 대리인을 정하도록 허용해야 하고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 또는 가족이 있지만 연락이나 논의 참여를 거부하는 가족의 경우 대리인의 필요성은 환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절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호스피스이용신청의 절차에 있어서도 법률이 허용한 가족 또는 지정대리인에 의한 신청 규정을 하위법령에서 구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면 하위법령에서는 지정대리인 범위 및 절차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가족이 없는 경우 호스피스 이용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학회들은 과도한 법정서식과 처벌규정은 의료진의 질적인 환자 돌봄을 방해할 뿐 아니라 입법 취지와 반대로 의료인들의 임종기 판단을 지연시키고 연명의료가 조장되거나 지속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공동성명서에는 대한가정의학회, 대한간학회, 대한감염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암학회, 한국정신종양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한국의료윤리학회, 한국임상암학회,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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