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4차 산업혁명 시대와 의료 그리고 의사
상태바
[기획]4차 산업혁명 시대와 의료 그리고 의사
  • 병원신문
  • 승인 2017.04.18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정밀의료 추진단장
▲ 이언 단장
혁명(革命)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조직 구조의 갑작스런 변화’이다. 사회나 정치 체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경제나 문화, 사상 등 여러 분야의 급격한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한다. 즉 혁명의 본질은 권력 즉 힘의 이동(Power Shift)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의료에 이러한 과격한 단어가 따라다니게 됐을까?

언제부터인가 사물인터넷이 사람들 입에 회자되더니 돌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는 인공지능이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의료계에 힘의 이동을 촉발하는 역동적 동인이 된 것이다. 드디어 의사에서 환자로 진정한 힘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IBM 왓슨으로 대변되는 의료용 인공지능의 도입은 이러한 힘의 이동의 시작이다.

특히 암진료는 수도권지역 몇몇 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지나치게 심하여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러한 쏠림의 이면에는 신뢰가 있다. 암처럼 환자의 생명이 걸려있는 진료는 더욱 신뢰의 문제가 심각하다. 인공지능은 암진료의 분산화 탈집중화(Decentraization)를 실현할 것이다. 암환자들은 인공지능 덕분에 자신이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위치한 병원에서 최고 수준의 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적신분이나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최고의 병원에서 최고의 의사에게 최고 수준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에 따라 진료에 대한 접근권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세계 최고의 암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의사들의 치료능력을 강화시킨다면 이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보통수준의 의사들이 세계 유명 암병원의 의사 수준으로 능력강화를 시킬 수 있다면 이러한 진료 접근권 격차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의료민주화(Democratization) 의 시작인 것이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이미 기존의 의료시스템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적폐를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의료비의 폭발적 상승과 환자 만족도 저하이다. 이러한 모순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모순된 현상이 잘못된 의료관행과 시스템으로 인한 의료유통구조의 왜곡과 과다한 간접비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기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해법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등장은 매우 희망적이며 합리적인 의료비지출(Decreasing of health cost)과 질 좋은 치료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가능성을 열었다.

우리는 의사 대신에 인공지능에게 진료를 받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 지식 안에서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검색해 정리해준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초 고도화된 능력으로 의사가 실수하거나 빠트릴 수 있는 문제를 점검해준다.

다만, 인공지능은 오랜 세월 인류를 괴롭히던 질병과의 전쟁에 매우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현대 의학이 직면한 한계점을 돌파할 열쇠가 될지 모른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질병과의 싸움에서 승리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다.

따라서 의사는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없고, 할 필요가 없다. 의사는 단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된다.

인공지능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사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을 협력자로 인식하고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다루는 의사야 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의사이다. 모든 의사가 인공지능을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 중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아가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협력 진료를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생 때부터 의료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과 같은 기초 지식을 습득해 놓는다면 인공지능과 같은 IT 기술을 의료에 접목하는 것이 더욱 쉬워질 것이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적어지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이다.

전문의가 인공지능과의 협력 진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은 환자를 직접 대면할 수 없다. 여전히 환자 대면이라는 부분은 의사의 몫으로 남겨질 공산이 크다. 환자의 질병뿐 아니라 감성까지 어루만지고 헤아려주는 것은 의사가 해야 한다.

앞으로 의사는 단순히 교과서를 외우고 최신 논문을 숙지하고 있는 ‘인간 컴퓨터’일 필요가 없다. 의사로서 질병에 대한 이해와 의학적 소양은 반드시 갖춰하지만, 환자를 대면할 때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인공지능의 활약이 만연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인간다움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다. 차가운 인공지능이 감성을 갖고 환자를 위로할 날도 올 것이다. 그렇더라도 환자의 질병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며 손을 한번 잡아주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줄 수 있는 것은 당분간은 의사의 몫으로 남을 확률이 높다. 디지털이 만연한 시대에도 인간다움은 우리의 소중한 가치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빠르고 밀접하게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들고 있다. 우리는 이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미래 의료 현장에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IT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당연시될 것이다. 우리가 외면한다고 해서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대의 기류에 편승하지 못하면 뒤처질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