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적자, 너는 내 운명"
상태바
국립대병원, "적자, 너는 내 운명"
  • 정은주
  • 승인 2005.10.11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성적자, 선택진료제... 비난에 앞서 수가 및 정책개선 필요
대부분의 병원들이 인건비 부담과 의료수익 감소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대병원의 만성적인 적자가 국회 도마위에 올랐다.

수가나 불합리한 의료정책 개선없이 선택진료제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주40시간제 시행 이후 늘어난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원에 대해 수가보전 없이 방만한 경영으로 인건비가 크게 증가했다는 따가운 눈총만 쏠리고 있는 것이다.

10월 10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의료의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국립대병원의 만성적인 적자운영과 선택진료제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교육위원회 소속 이군현 의원(한나라당)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립대병원이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병원을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은 2004년도 당기순이익이 199억원 적자로 2003년도 10억원 적자에 비해 무려 20배나 증가했다. 의료수익은 2003년 3천692억원에서 2004년 3천878억원으로 5% 증가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의료비용은 3천792억원에서 4천239억원으로 12%나 늘어났다.

적자의 주원인은 모든 병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건비 부담 때문. 의료비용의 50%를 차지하는 인건비가 11% 즉 205억원이 급증했으며, 의료비용의 25%를 차지하는 관리운영비도 17%나 증가했다.

진료과별로는 국민의료를 위한 필수진료과목인 소아과와 응급의학과, 산부인과가 각각 2004년 기준 94억원, 53억원, 34억원으로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국립대병원도 마찬가지.

이군현 의원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은 사업수익이 11%, 인건비가 18% 증가하는 등 2003년 45억원에서 2004년도는 76억원으로 적자폭이 2배 가까이 늘었고, 충남대병원도 2003년 25억원 적자에 이어 2004년 11억원의 적자를 발생하는 등 2년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본원의 경우 부채비율이 99.3%로 자산이 1천54억원인데 부채가 1천48억원으로 곧 자본잠식 상태에 돌입할 위기에 처했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문제는 수익개선을 위한 이렇다할 경영타개책이 없다는 데에 있다.

서울대병원의 자료를 보면 2004년 1년 동안 의료이익이 361억원 적자로 더 이상 의료기관이 의료행위만으로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우며, 의료이외의 부대사업으로 경영수지를 맞출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였다.

더불어 2004년부터 시행된 주40시간 근무제로 실제 대다수 병원들이 인건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005년 수가책정시 인건비 부담에 따른 수가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아 그 부담을 고스란히 병원계가 떠안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은 서울대병원에 대해 부적절한 후원금 수입이 많다고 지적하고, 유기홍 의원은 의료의 공공성을 추구해야 할 국립대병원이 선택진료제를 시행, 선택진료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과 서울대병원의 단기병상제, 상급병실료 등을 문제 삼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병원수익 중 선택진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나들고 있는 실정에서 당장 선택진료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지적에 병원계도 난감한 상황.

성상철 서울대병원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답변으로 의료계를 대신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국립대병원이 만성적인 적자로 수지 개선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은 비단 개별 병원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병원 나아가 왜곡된 의료수가와 의료정책의 반증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