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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설명의무법 적용상의 문제점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2017년 04월 09일 (일) 20:33:12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지난해 12월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설명의무에 관한 개정 의료법이 금년 6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는 개정된 의료법에 맞추어 동의서 양식과 진료시스템을 변경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설명 및 동의의 방법과 그 절차에 관한 하부법령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에 비해 설명의무의 범위와 대상이 축소되고 형사처벌 및 자격정지처분이 삭제되기는 하였지만, 개정 의료법의 시행은 의료현실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의료행위로 인하여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발생한 경우에만 문제되는데, 과태료처분은 부작용이나 후유증 발생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그에 따라 설명의무를 둘러싼 의사와 환자간의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명의무법에 관한 논란은 많지만, 여기에서는 설명의무의 대상과 그 범위를 중심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는, 설명의무의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기존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와는 달리 개정 의료법은 서면으로 설명 및 동의를 받지 아니하면 부작용이나 악결과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명의무의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의료법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를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대상이 다소 애매하다. ‘수혈’과 ‘전신마취’는 그 의미와 범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술’의 경우에는 그 범위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수술은 워낙 그 범위가 넓고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의료실무에서는 ‘수술(手術)’과 ‘시술(施術)’이라는 용어를 구별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이 없고, 사전적으로도 양자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시술’의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서는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둘째는 설명 및 동의 사항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개정 의료법은 설명 및 동의 사항으로 1)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2)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3)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4)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5)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역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대상이다.

판례에서 설명의무를 인정하는 이유는 환자의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침습적 의료행위에 있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는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에 따라 판례는 수술 등의 내용이나 방법,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2), 4), 5) 사항만 설명을 하더라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상당 부분 보장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1)과 3)까지 설명을 해주고 동의를 받게 한다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최대한으로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그로 인한 부작용과 비효율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많고 불필요한 설명과 동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기보다는 오히려 환자로 하여금 혼란과 불편을 야기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진료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키울 수도 있다.

더구나 1)사항 즉, 수술 전후 증상의 진단명을 기재하고 설명하는 것이 꼭 필요할지 의문이다.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증상과 그에 대한 진단명은 진료기록부 등에 기재되고 환자도 익히 알고 있는 사항인데, 수술 전에 다시 진단명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또한 수술 이후에 발생 가능한 증상도 매우 다양하고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이러한 증상에 대한 진단명까지 일일이 서면에 기재하여 설명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자칫하면, 형식적이고 맹목적인 설명에 그칠 수도 있다.

또한, 3)사항 즉, 수술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을 기재하도록 한 것은 기존 설명의무의 법리와는 매우 이질적인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이 설명 및 동의의 대상에 포함된 것은 무엇보다도 일부 성형외과 의료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리수술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대리수술의 문제는 설명의무 이외에 다른 방법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데, 이를 일반화하여 설명사항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수술 이외에도 수혈이나 전신마취의 경우에도 주된 참여의사의 성명을 기재해야 한다.

또한 수혈이나 전신마취에 참여하기로 했던 주된 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환자에게 변경 사유와 내용을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변경사유 등을 서면으로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도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셋째는 설명 및 동의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모자라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신마취 후 수술을 시행할 경우에 전신마취에 대한 설명 및 동의서와 수술에 대한 설명 및 동의서를 별개로 받아야 할지 아니면 한꺼번에 받아도 될지, 외래나 입원진료 중에 수혈을 받을 경우 매번 수혈을 할 때마다 설명 및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한꺼번에 모아서 설명 및 동의서를 받아도 되는지, 수술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가 변경된 경우에 변경 통지는 언제까지 하면 되는지 여부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의료 실무에서 이에 관한 혼란이 없도록 향후 의료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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