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로벌 의료기기업체 CEO 릴레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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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로벌 의료기기업체 CEO 릴레이 인터뷰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03.3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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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 주창언 사장

"생명존중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

100년 축적 기술력·노하우 바탕

'환자 안전과 편의' 제품에 중점"

 

▲ 주창언 사장

-도시바(캐논)메디칼시스템즈와 한국법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세계적인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도시바메디칼(대표 토시오 다키구치)은 1914년 일본 최초로 X-Ray 장비를 개발한 이후 100년 이상 축적된 최첨단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CT, MRI, X-ray, 초음파, PET/CT와 같은 영상진단장비를 생산·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전세계 140개국에 계열사와 판매대리점들이 다양한 영상의료기기 솔루션과 최상의 고객 서비스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 도시바메디칼은 카메라/사무기기/네트워크카메라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인 캐논(CANON)에 공식적으로 합병되어 캐논의 자회사가 되었습니다. 캐논은 향후 기존의 카메라, 사무기기 분야와 함께 의료기기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성장시켜 글로벌 Top3가 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2009년 인피니트와 합작으로 티아이메디칼시스템즈㈜라는 한국 공식 독점 판매법인을 설립한 후 도시바가 2013년 4월 인피니트 보유 지분인 70%를 전부 인수하여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로 전환되었습니다.

캐논에 합병됨에 따라 2018년 초 회사 명칭이 캐논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로 변경될 예정이지만 모든 조직, 판매, 서비스 체계 등은 종전과 같이 유지되며,  ‘Made for Life’라는 기업 이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사명감을 가지고 ‘도시바 메디칼’의 기술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제품(군)의 특징과 타사 제품 대비 고유한 경쟁력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CT, MRI, X-ray, 초음파기기를 포함하는 영상진단장비가 주력 제품입니다. 생명존중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기업이니 만큼 100년 넘게 축적해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자의 안전과 편의’에 중점을 둔 제품개발이 타사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에 출시한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인 ‘Aquilion ONE GENESIS’와 혈관조영장치인 ‘Infinix-i RITE Edition’의 경우 환자에게 조사되는 방사선량은 최소화하면서도 고화질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을 탑재하여 환자의 안성을 더욱 확보하였습니다.

또한 3T MRI ‘Vantage Galan’은 도시바 만의 특화된 정음기술로 기존의 MRI 소음을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대폭 낮췄으며, 검사구경은 동종 제품 중 최대인 71cm로 확장되어 환자가 MRI 검사 시 느낄 수 있는 폐쇄공포
감을 감소시켰고, 영상진단기업 중 가장 먼저 개발이 이루어진 비조영 촬영기법을 통해 조영제 부작용의 우려 없이 안전하게 검사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Made for Life’라는 생명 존중의 기업 철학과 일본 회사 특유의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뛰어난 내구성이 도시바 제품의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의 의료기기, 특히 첨단 영상진단기기 시장에 대한 사장님의 견해를 말씀해 주세요.
한국의 의료기기 시장은 2010~2015년 기간 중 연평균 성장률(CAGR)이 약 6%로 비교적 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 기간 중 전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CAGR 3%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훨씬 크지만, 이 중 첨단 영상기기라고 할 수 있는 CT, MRI, X-Ray(Angiography), 초음파시장은 2013년을 기점으로 거의 정체 상태 내지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CT 시장은 2013년까지 설치 대수 기준으로 약 3% 정도의 순증가세를 유지하다가 2014년에는 0.4% 순감소세를 기록하고 이후는 약 1% 내외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MRI는 2013년도까지 8% 정도의 성장을 유지하다가 이후 4~5%의 성장으로 다소 주춤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0년도 중반부터 하이엔드 장비의 개발과 더불어 국내 영상진단기기의 전반적인 업그레이드 시장이 2013년 정도까지 이어졌고, 이후 시장의 포화상태로 성장세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신설병원의 증가율이 크게 둔화하여 2011~2016년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2%에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이 기간 중 하이엔드 영상진단기기의 주요시장인 상급종합병원은 44개소에서 43개소로 줄었고, 종합병원은 274개소에서 297개소로 연평균 1.6% 증가에 그쳤습니다.

병원의 성장이 둔화되고, 주요 장비에 대한 투자가 거의 포화상태를 맞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국내 첨단 영상의료기기 시장의 전망은 그다지 밝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정부는 물론이고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헬스케어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선두마차로 꼽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영상의료기기 시장의 현재는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 안개 속과 같습니다.

-향후 영상진단기기의 발전 방향과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개발 동향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영상기기는 크게 기능적(functional) 진단과 형태적/구조적(morphological) 진단의 두 가지 목적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장비들은 주로 방사선(x-ray), 초음파(ultrasound), 자기장(magnetic) 및 라디오 주파수(radio frequency)를 이용한 것들입니다.

최근 들어서, 특히 2010년도 일본 후쿠시마 지진사태 이후 방사능에 대한 일반인들의 경각심이 높아져서 방사선을 이용한 장비인 CT와 X-Ray의 방사선량(radiation dose)를 최대한으로 낮추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CT는 방사선을 이용하는 대표적 장비로써 현재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기술개발이 되고 있습니다. 넓은 디텍터(wide area detector) 사용을 통한 구조적, 기능적 진단기능의 향상을 꾀하는 방향과 다중에너지(dual energy)를 이용한 구조적 진단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기술 개발 방향입니다. 어느 기술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도시바는 넓은 디텍터를 채용한 CT 기술 개발에 더 치중하여 왔습니다. 향후 도시바 CT는 해상도를 더욱 높이는 초고해상도(ultra high resolution) 기술 쪽에 중점을 두고 제품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0.5mm spatial resolution을 0.25mm로 향상시킨다는 목표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심혈관(cardiovascular) 영상에서 정밀하게 분석하기 어려운 석회화(calcium)와 프라그(plaque)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MRI는 솔직히 도시바가 가장 취약한 분야였습니다. 도시바 MRI의 개발 역사는 30년이나 되었지만 그 동안 타사에 비해 기술적 발전이 늦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MRI의 핵심부품인 초전도자석(super-conductive magnet)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경쟁사(Siemens Magnet Systems)에서 구매하여 왔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아울러 도시바는 그동안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취약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국의 Voxar, 미국의 Vital Imaging, 프랑스의 Olea사 등 의료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를 잇달아 인수하여 부족했던 응용소프트웨어 부분을 대폭 보강하였습니다. 지난 2016 북미방사선학회(RSNA)에서 출시한 Toshiba Vantage Galan 3.0T는 도시바의 30년 MRI 기술과 보강된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신제품으로써 진단의 신속성과 정확성, 환자의 편의성, 운용의 경제성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제품으로 여겨집니다.

초음파는 기존의 Aplio500 시리즈가 국내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도시바 초음파 만의 독특한 기술인 미세혈류영상(SMI : Superb Microvascular Imaging)은 기존의 초음파 도플러 영상에서 볼 수 없었던 초저속미세혈류를 보여줌으로써 더욱 정확한 진단을 가능케 하였습니다. 또한 도시바의 횡파탄성영상(Shear wave Elastography)은 간(Liver)과 유방(Breast) 초음파 적용 시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음으로써 병원에서 추가적인 의료보험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합니다.

1937년 설립된 캐논(CANON)은 아시다시피 카메라와 같은 광학기기와 사무기기 전문업체입니다. 캐논은 현재 high-speed X-ray imaging sensing 기술을 적용한 X-Ray 디텍터를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교토대학 등과 광학기술을 이용한 의료기기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향후 도시바의 첨단 전자기계기술과 캐논의 광학 및 광음향단층촬영(photoacoustic tomography) 기술이 접목된 신개념 의료기기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 의료시장에 대한 사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 의료시장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코리아는 한국시장에 국한하여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관점에서 이 시장을 판단, 분석하기엔 제한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의 전반적인 의료기기 시장은 성장하고 있고, 이는 타국에 비해 더 열정적이고 선진화된 한국 의료자원, 즉 병원과 의료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세가 완화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날로 악화되는 병원의 경영상태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진은 전세계 그 어느 나라 보다 성취욕과 학구열이 높은 우수한 인적자원이 몰려 있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수가 정책이나 정부의 지나친 규제, 또는 국민들의 국가 의료정책에 대한 불신 등이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중국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공산주의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산업 분야에서 취하는 정책들은 오히려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 색채가 강한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은 허용되어 36%가 영리병원입니다. 영리병원에 대한 국민정서상 거부감이 심해서 정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며 눈치만 보고 있는 현실입니다.

시민단체나 국민들이 영리병원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인해 의료비가 증가하는 반면 국민건강보험체제 하의 의료서비스 질은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국가가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준비하고 설득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영리병원 도입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대다수의 국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하지 않도록 보장성을 높여주면 됩니다. 그러면, 국가는 건강보험재정 부족을 걱정하겠지만,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일부 국민들에 대한 보험재정이 절약되고, 영리병원에 대한 세수 확대를 통해 국가의 건강보험재정 지원을 확대하면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어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합니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병상수 기준 10% 이하고, 의료기관수 기준으로는 7%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국가가 국민의료에 대한 책임을 민간병원에 떠넘기면서 모든 통제권은 정부가 갖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의료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의료기기시장을 비롯한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의 의료기기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의료기기 시장의 고객인 병원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병원이 발전을 하고 성장해야만 의료기기 시장도 성장이 가능합니다. 현재 국내병원은 100%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건강보험수가가 병원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의료계 발표에 의하면 현 건강보험수가는 진료원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국민건강보험 환자 진료를 통해서는 병원의 이익이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병원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투자를 통한 병원의 성장이 불가합니다. 병원은 보험급여 저수가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각종 비급여 진료를 확대하거나 주차장, 장례식장, 매점, 식당 등 비의료분야를 통한 수익 창출을 꾀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이 성장하지 못하면 의료기기 시장 또한 성장하지 못할 것은 당연합니다.

정부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국민의료, 즉 공공의료를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OECD 국가의 공공의료기관 평균은 35%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7% 수준입니다. OECD 자료에 의하면 2015년도 기준 국민의 의료비 자기부담률은 36.8%로 OECD 평균 11.5%보다 훨씬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적은 것으로 착각하지만 비급여 진료비가 많아서 실제로 총 의료비 부담률이 높은 것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곳은 라트비아(38.9%)와 멕시코(41.5%) 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국민의료를 민간의료에 거의 떠넘기다시피 하면서 건강보험제도 및 건강보험수가 등 주요 의료정책의 통제권을 쥐고 의료인을 범죄시하는 듯한 법률만 양산해서는 안 됩니다. 의료시장도 시장경제에 맡기는 대신 국민의료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한 공공의료의 확대, 급여항목의 질적 향상을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시급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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