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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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를 준비하며
  • 병원신문
  • 승인 2017.03.1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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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경희의료원 적정관리실장(본부장)
▲ 이종훈 본부장
금년 12월초 발표예정인 ‘제3주기상급종합병원지정평가’의 성공적 결실을 얻기 위해 기존의 43개 상급종합병원과 새로이 진입을 희망하거나 2주기 평가 때 탈락한 후 재진입을 위해 절치부심해온 10여개 종합병원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모든 대학병원들과 일부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의 위상을 유지하거나 확보하려고 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로는 대학병원의 위상이 실추되고 이미지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 또는 둘 이상의 대학병원을 통괄하는 의료원 체제의 경우 적어도 한 곳 이상은 상급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추어야만 학교(재단)법인이나 구성원의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두 번째로는 암병원, 연구중심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병원의 위상과 직결되어 있는 여러 가지 중추적 기능들과의 연관효과 상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경제적 이익이다. 즉 요양기관종별가산율의 차이에 따른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의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한 70 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3주기 평가의 주된 변화사항으로는 신설항목과 항목별 비중 변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신설항목으로는 ‘병문안문화개선’과 ‘간호학생실습기관(3곳 이상)’ 여부에 대하여 5점을 가산하고, ‘병상증설시 협의이행’ 여부에 따라 5점을 감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절대기준 후 상대평가의 대상이 되는 전문진료질병군비율이 전 주기엔 60%였던 것이 55%로 5%p 감소한 반면 질평가항목이 5%의 비율로 추가된 것이다.

지난 2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지정평가를 준비하고 있는 병원장님들이 이구동성으로 볼멘 소리를 내는 것이 있다. 바로 절대기준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역별소요병상수 추계의 제약조건하에서 전문진료질병군을 포함한 일부 평가항목의 상대평가로 인해 지정탈락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전문진료질병군비율에 대한 평가기준을 절대평가로 단일화 해야 한다. 현재의 평가기준은 절대기준을 충족하여도 상대평가에 의하여 의료기관간 경쟁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서열화되는 평가구조이다. 따라서, 절대기준인 21%를 10%포인트 이상 상회하고 종합점수가 90점을 초과하여도 탈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전문진료질병군의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중증도 반영이 필요하다. 최근 정형외과를 포함한 7개 학회가 '전문진료질병군' 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성명서를 복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불합리한 사례로 70세 (마취)고위험군 환자의 수술이 주사(항암, 결체조직) 및 처치 환자 보다 중증도가 더 낮거나 심장내과의 CAG(심혈관조영촬영)는 전문진료질병군(A군)인데 신경외과의 TFCA(뇌혈관조영촬영)는 일반진료질병군(B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일반 및 단순 질병군의 병동을 축소하는 폐단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진료과목별 일정비율의 전문진료질병군을 안배하여 모든 진료과목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적정성평가” 지표간의 형평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평가영역별 항목의 차이가 있음에도 동일한 점수(2점/총 10점)를 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질환영역별 항목 수에 따라 배점을 높여 형평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신설된 ‘병문안문화개선’ 항목에 대한 가산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병문안 기준 권고안을 지키는 수준에서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관리 및 통제하도록 하고 향후 명확한 시설 및 인력 등에 대한 세부 지침을 정립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참고로 음압격리병실의 설치시한인 내년말까지 유예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어느 정책토론회에서 모 대학병원의 기조실장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 병원은 OO지역의 상급종합병원으로서 기능적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의료기관의 과도한 투자가 불가피하고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보건의료정책으로 인하여 경영이 더욱 악화되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면 노사갈등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이는 사회불안을 야기시킬 수도 있을 텐데 그 때 여기 계신 분들이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의료공급기관의 구성원들은 국민의료행복기획단에서 생각하는 국민이 아닙니까?”

최근 병원협회에서 상종지정평가의 신설항목인 병문안문화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출입통제 가이드라인 연구결과 설명회’가 있었다. 

주된 내용은 통제설비와 인력배치의 수준이 될 것이며, 수준 여하에 따라 각 병원별 투자규모는 최소 5 억원에서 최대 20 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체면이 사람 죽인다” 는 속담처럼 상급종합병원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경제적 부담이 너무 과중한 형국이다.

어느 병원이 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12월이 잔인한 달이 될 것이다. 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점잖은 병원장님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득이 포커페이스(poker face)가 될 수밖에 없고 희비의 쌍곡선이 확정되는 순간 만면에 웃음을 짓는 병원이 있는 반면 쓰라린 눈물을 흘리게 될 병원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내가 속한 병원이 후자이길 바라지 않을 뿐이지만 현재의 지정평가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다.

바라건대, 제3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서는 ‘권역별 소요병상수’ 에 매몰되어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손색이 없는 인력, 시설, 장비를 갖추고, 특정 지역에서 오랫동안 고도의 진료기능을 수행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병원이 지정평가에서 탈락되므로써 의료기관의 지역친화도를 저하(低下)시키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저해(沮害)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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