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네트(Net) 임금제에서의 퇴직금 지급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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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네트(Net) 임금제에서의 퇴직금 지급여부
  • 병원신문
  • 승인 2017.03.1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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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현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대표 노무사
▲ 안치현 노무사
일반적으로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통하여 임금을 결정하게 되면, 해당 임금에서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의 근로자부담분과 근로소득세 등을 공제해 근로자에게 지급 한다. 그러나 병원에는 독특한 임금지급 방식이 존재하는데, 이를 소위 ‘네트제’라 한다.‘네트제’란 의사가 일정한 임금을 지급받되, 법률상 의사가 납부하여야 할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근로소득세 등 제세공과금을 병원이 대납하고 대신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임금계약을 말한다.

그러면 ‘네트제’에서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적법한 것인가? 만약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약정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위반하여 무효라면, 병원이 의사 대신 부담한 제세공과금은 부당이득에 해당되어 의사가 병원에 반환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가 문제 된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에서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퇴직금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다.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에서 예외적으로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지급받을 수 있는 중간정산 사유를 정하고 있지만, ‘네트제’는 시행령 제3조 제1항 각 호에 해당되지 않고 병원과 의사간 월급여액에 퇴직금을 포함하기로 임의로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월급여액에 퇴직금이 포함된 ‘네트제‘를 체결하고 근무하다 병원을 그만둔 의사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의료재단을 상대로 임금 소송을 제기한 건에서 판례는 의사복무규정에 의사의 연봉에는 퇴직금이 포함되어 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위와 같은 규정이 원고에게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퇴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하였다. (서울북부지법 2014가단116285, 2015.7.1.)

대법원도 유사한 사례에서 퇴직금이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원칙적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금원지급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7다53181, 2009.12.10.)

결국 법원은 ‘네트제’에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강행법규를 위반한 합의로 무효이므로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네트제’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보아 병원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면, 사용자가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약정이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경우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다.(대법원 2007다90760, 2010.5.20. 전원합의체)
그러나 ‘네트제’와 관련하여 최근 법원은 의사가 부담하여야 할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근로소득세 등 제세공과금을 병원이 대납하고 대신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임금계약에서 ‘병원이 납부한 제세공과금’은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지급된 것이 아니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서울북부지법 2014가단116285, 2015.7.1.)

결론적으로 법원은 ‘월급과 별도로 매월 지급된 퇴직금’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병원은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지만, 병원은 퇴직금 명목으로 기 지급된 금액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제세공과금을 병원이 의사 대신 대납하고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병원이 퇴직의사 대신 대납한 제세공과금액에 대하여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필자는 병원의 기존 ‘네트’ 임금제도가 병원과 의사의 상호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비밀협약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병원은 제세공과금과 퇴직금 부담을 줄여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의사와 공유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네트제’를 활용하여 병원은 더 적은 총액인건비로 유능한 의사를 영입할 수 있었고, 의사는 병원의 실질인건비 지급능력을 넘는 월급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병원과 의사가 나누어 누린 이익은 병원과 의사가 납부해야 할 제세공과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달 된 것으로 본다.

일부 퇴직의사들이 ‘네트’ 임금제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비밀협약은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협약이 다분히 불법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병원업계의 오랜 관행에도 불구하고 ‘네트제’는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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