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 문화를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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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 문화를 바꿉시다
  • 윤종원
  • 승인 2005.10.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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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상계백병원 캠페인
한 대학병원의 입원실.

갑자기 10여명의 면회객이 입원환자 A씨를 둘러싼다. 간단한 위로의 말을 전하다 손마다 들려 있는 성경책을 펼쳐 보며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이어 찬송가의 합창이 시작된다.

같은 병실에 있는 모든 환자는 물론 보호자 심지어 의료진까지 그들을 방해하지 못하며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또 다른병실에서도 점심 식사 시간을 마친 후부터 면회객이 한 사람 한 사람 늘어나 병실을 꽉 메운다. 모두 환자를 걱정하며 달려온 이들이다. 기본적으로 한시간정도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음료수를 나눠 마시다 간다.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문병 풍속도다.

한 대학병원의 입원환자가 500명이라고 가정할 때 면회객은 환자의 3배 정도인 최소 1천500여명이 다녀간다는 게 병원관계자의 말이다.

게다가 외래환자마저도 보호자와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관계로 병원을 방문하는 내원객의 숫자는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다.병원은 면회객으로 북새통이다.

이런 환경들이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주차난과 엘리베이터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다.

심지어 구급차가 병원입구가 막혀 진입이 지연되거나 긴급한 이동이 필요한 환자나 의료진이 엘리베이터가 만원이 되어 긴급히 이동을 못하다는 경우도 생긴다.

게다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조류독감 확산이 우려되면서 의료기관이 조류독감 전파 매개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문병문화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에 한 대학병원이 ‘새로운 문병문화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여 병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원장 박상근)은 지난 10월4일 천사데이를 맞아 내원객들에게 무료 혈압, 혈당 검사를 제공하면서 문병문화를 바꾸자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며 홍보했다.

또한 캠페인에 참여하겠다는 내원객 1천여명에게 서명을 받기도 했다.

온갖 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방문자의 건강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고, 또한 환자에게는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이유다.

상계백병원 간호부에서도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문병문화를 만들자’는 캠페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방문객의 출입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박상근 원장은 “병원을 직접 찾기보다는 카드나 위로 전화로 대체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전국 병원에서도 이 운동에 동참하여 병실을 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계백병원은 만 6세 이하 어린이는 감염의 우려가 있고 환자의 안정에 방해됨로 병동출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지정된 시간에만 면회를 허용할 예정이다.

문병문화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사회적 여론이 필요하며 대한병원협회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지침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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