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경험평가 기관·지역별 차이 고려돼야
상태바
환자경험평가 기관·지역별 차이 고려돼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3.16 12: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원들, 개인정보 문제될까 전전긍긍
오는 7월 본격 시행하는 환자경험평가에 대한 병원현장에서의 우려점이 제기됐다. 조사시점부터 조사업체, 조사대상, 환자정보 제출 등 운영부분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게 병원 담당자의 공통된 지적이다.

3월15일 병원협회 1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자경험평가 간담회에 참석한 병원 담당자들은 한목소리로 지금과 같은 방식의 평가는 오히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예비평가 결과 평균 10%를 상회하는 전화조사에 신뢰성이 떨어지고 응답률을 채울 때까지 환자 개인정보에 속하는 전화번호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요구해 업무 과부하가 걸릴 정도라고 밝혔다.

지방의 한 병원담당자는 환자경험평가 문항에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문항을 가지고 병원환자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문항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무슨 말인지를 되물어 당황스러웠다는 것이다.

예비평가 결과 평균 점수를 상회하는 병원의 거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지방병원은 단 1곳만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져 지역별·기관별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는 똑같은 비용을 내고 병원을 이용하는데 있어 지방병원보다는 수도권 병원을 더 선호할 수 있고, 병원 규모 면에서도 환자들의 개인차가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 시점과 환자의 질환, 상태, 연령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됐다. 심평원은 퇴원 48시간에서 8주(56일) 이내에 조사하겠다는 계획으로 오는 7월에 시작하는 조사에서는 올해 1/4분기 현황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퇴원이후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퇴원이후 빠른 시점에서 이루어져야 만이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는 오히려 관심도 없어지고 응답률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료 예후가 좋은 환자들의 경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만 반면 예후가 좋지 못한 환자들은 부정적인 응답을 할 수도 있다.

또 연령이 높은 환자들은 대부분 의료진들이 환자 보호자와의 의사소통을 하는 상황에서 환자 본인이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도 어렵기 때문에 환자경험평가에서 환자 보호자를 배제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환자의 전화번호와 같은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무엇보다도 환자 중 상당수가 전화번호를 포함한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평원에서는 환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법적 검토 결과 정보주체(환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지만 병원 실무자들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병원 담당자는 “우선 심평원이 의료기관에 자료제출 요청을 하는 게 문제가 없는 것이지도 판단하기 쉽지 않고, 병원이 심평원에 자료를 제출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픈 환자에게 일일이 환자경험평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일일이 정보제공 동의를 받는 것도 고충이다.

이미 실시한 예비평가를 위해 해당 병원들은 개인정보 제공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일이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부하는 환자들이 많았고 환자 전화번호의 상당수도 환자가 아닌 보호자의 전화번호를 게재하기 때문에 심평원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까지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환자 본인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 자체를 외부에 알리기를 꺼려하고 정보제공에 동의한 환자도 평가를 위한 전화를 받고 병원에 항의할 경우도 병원은 부담이 된다고 했다.

이외에도 병상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환자 수 역시 문제다. 500병상 이상부터 999병상은 150명, 1천병상 이상 1처499병상까지는 200명, 1천5백병상 이상은 250명이라는 샘플은 각 병원별로 1%미만 환자를 평가하는 것으로 타당성이 결여돼 보인다.

한 병원 관계자는 “500병상 정도 되는 병원에서는 일주일에 환자 2명정도 밖에 퇴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제대로 된 표본 구성이 될지 의문시 된다”고 말했다.

전문조사업체도 문제다. 많은 인원을 단기간에 조사하기 위해서는 전화조사업체의 전문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병원 담당자들은 “심평원에서 잘 판단해 업체를 선정해 진행하겠지만 하나의 업체가 전체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여러 업체가 진행할 경우 그에 대한 편차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병원 담당자들은 환자경험평가를 급하게 추진하기 보단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방송을 비롯한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들에게 환자경험평가를 인식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환자의 개인정보 제공 등으로 인한 병원과 환자간의 분쟁의 소지를 막고 과중한 행정업무를 줄일 수 있는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병원협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종합하고 검토해 최대한 병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심평원과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