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공의 수련비용 지원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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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공의 수련비용 지원 논의하자
  • 병원신문
  • 승인 2017.03.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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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말 국회를 통과한 이 법률은 수련시간 제한규정을 제외하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적용에 들어간 것이다. 수련시간 제한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수련병원들은 올해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에 따른 인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인력 찾기에 분주하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해법은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껏 정부가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한 입원환자를 전담하는 전문의, 즉 호스피탈리스트는  지원률이 저조해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에 규정된 대로 수련시간이 제한되면 4천명이 넘는 의사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큰 상급종합병원들조차 모집인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어 내년부터 수련시간 제한이 적용되면 지방에 소재한 수련병원이나 중소 수련병원들은 거의 재앙수준에 가까운 의료공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대체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공백도 큰 문제지만,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 미래의료를 이끌어갈 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수련병원에 비용이 크게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규제만 가하고 있을 뿐, 다른 나라처럼 정부차원의 지원은 전무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미국을 비롯, 일본이나 캐나다, 영국, 호주같은 나라들은 정부예산으로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에게 제공하는 월 5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지원하고 있는게 고작이다.

우리나라가 수련제도를 본따 온 미국은 1965년까지는 우리나라처럼 수련병원에게 수련비용을 전가했으나 전공의 수련교육을 통해 질적으로 우수한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이 사회적 공헌도가 크다는 방향으로 인식이 전환돼 메디케어에서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인건비와 같은 수련비용의 약 70%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1985년부터는 COBRA(Consolidated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법안이 제정돼 전공의 수에 따라 일정비용이 수련병원에 지원되고 있다.

미국의 메디케어는 특히 전공의 급여와 수당, 지도전문의 급여, 교육적 행정비용같은 직접비용 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프로그램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환자치료비용같은 간접비용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2010년을 기준으로 직접지원에 30억 달러, 간접지원에 65억 달러를 지출했다. 11만명 가량의 전공의가 있으니 전공의 한명당 직접비용으로 14만3천 달러씩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에서 수련병원에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호주는 전공의 급여와 전공의 수련 관리감독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3년마다 수련환경 및 시설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전공의 급여와 같은 직접비용과 수련교육비용 등의 간접비는 보건부에서 부담하고 지도전문의 인건비는 교육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의과대학 졸업후 2년간 임상수련과정을 거쳐야 하는 초기연수와 후기연수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는 일본은 초기연수의에게는 100% 국가에서 지원하고 후기연수의에 대해서는 지자체별로 부분지원하고 있다. 수련병원에 대해서도 지도전문의 교육과 시설 및 환경 정비를 위해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과 다른 나라의 차이점이라면 미국은 보험자가 수련교육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다른 나라는 정부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권 일부에서 수련교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수련병원에게 전가하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해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한 정부차원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재 수련병원들의 경영여건이나 재무구조로는 전공의 수련교육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의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에 대한 서울대병원의 대국민조사에서 74.4%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에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할 것이다.

전공의 수련은 미래의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교육훈련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수련비용을 수련병원 부담으로 전가해 왔다. 그러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으로 늘어난 수련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진 만큼 정부나 보험자가 수련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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