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공공의료 제공, 손실은 병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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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공공의료 제공, 손실은 병원 몫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3.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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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정책 개선, 제도적 지원 필요
국립대병원장협의회는 의학 등에 관한 교육·연구·진료를 통해 의학발전을 도모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구성됐다.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장들이 2개월에 한 번씩 모여 국립대병원 발전 및 관련 정책, 공동 관심사항 등에 대해 협의한다. 지난해 6월 국립대병원장협의회장에 선출돼 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윤택림 회장(전남대학교 병원장)으로부터 병원계 현안과 미래 의료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국립대학교병원장협의회 차원에서의 의료 현안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으로서 공익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독립법인으로서 경영의 효율화를 도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국립대병원들이 교육·연구를 바탕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건의료 발전에 기여하고, 메르스 사태 등 국가 차원의 질병 발생 땐 질병 퇴치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빈약해 각종 정책 및 제도 시행에 따른 모든 재정적 손실을 국립대병원이 그대로 안아야하는 열악한 상황 때문에 누적적자 및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래의료를 위한 교육·연구에 대한 투자와 민간 의료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양질의 공공의료 서비스 제공 등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립대학병원 그리고 많은 공공의료 관계자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과 토론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 관심과 상호협력이 절실하다.

이밖에도 다른 병원들과도 마찬가지로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근무시간 단축 및 수련환경 개선, 호스피탈리스트제도 도입,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시, 제3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선택진료제도 폐지에 따른 의료질 평가 등에도 부담감을 갖고 있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출범했다.

전공의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본연의 업무인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주시길 바란다. 아울러 수련병원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해 정부의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가교역할도 함께 해줘야 한다.

전공의특별법 시행과 전공의수련환경평가위원회 출범에 대해 전반적으로 의료진들이 전공의 수련환경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전공의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출범해 여러 가지 기준을 만들고 각각 병원들의 효과적인 방안을 공유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서서히 전공의의 근무여건이 개선되리라 기대한다.

반면 전공의특별법이 현실과 거리가 있는 부분이 많다는 의견도 의료계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부실한 수련교육이 되지 않으면서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무엇보다도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서는 의료계 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개선점은 무엇인가?

전공의 특별법의 취지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통해 우수한 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궁극적으로 국민보건향상을 도모하는데 있다. 특별법은 수련 시간을 4주 평균 80시간(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많은 병원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PA제도와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등이 몇몇 병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시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고 한시적인 해결책 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병원차원의 노력과 정부의 예산지원, 제도적 뒷받침 등을 통해 병원에서 전문의의 수도 늘고 역할도 확대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이 강화된다. 이에 대한 문제는 없나?

복지부는 지난 2월10일 제3기(2018~2020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에 대한 규칙을 발표했다. 예전보다 기준이 더 까다로워져 상급종합병원 지정신청을 검토 중인 병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감염병 치료를 위한 음압격리병실 구비가 의무화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300병상 당 1개 및 추가 100병상 당 1개의 음압병상을 설치해야 한다’라는 조항도 있다.

비록 유예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2018년 12월31일까지는 완료돼야 한다. 국가지정병상에 준하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1실에 약 2억원 정도의 시설비가 투자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병원의 재정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또한, 병문안 문화개선 체계 확립을 위해 병문안객 통제시설 및 보안인력을 구비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도록 규정화 했는데, 재정 부담이 되는 인력 배치는 차치하더라도, 우리병원처럼 병원시설이 여러 동으로 분리된 경우 슬라이딩 도어와 같은 병문안객 통제시설을 일률적으로 설치하기 어렵다. 농촌 지역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면회객을 통제하는 일이 쉽지않은 것도 문제다.

#지정 기준 강화에 대한 병원들의 의견은 어떤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서울, 경기지역을 보면 중증도, 의료질 평가를 강화하는 지정기준은 결과적으로 대형병원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평가 기준의 벽을 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이외에도 의료정책 방향이 서울의 빅5병원 등 대형병원에 편향돼 있다는 지적도 많다. 중증도 환자구성 비율도 대형병원은 전문진료질병군 35%를 훌쩍 넘겼지만 우리병원처럼 암센터 등으로 특화해 분원을 운영하는 경우 중증환자의 비율이 어느 한 곳으로 집중되기 마련이고 상대적으로 어느 한 곳은 전문진료질병군 기준(21%)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현재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문제점은 크게 4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낮은 의료수가 정책으로 별도의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사회경제 상황 및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의료정책이 각 지역의 의료소비 수준 및 규모, 인력, 지역여건 등과 관계없이 획일화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중복평가가 많고, 평가결과에 따른 지원금 등의 격차가 심해 수도권과 지방 의료기관간의 경쟁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 국민건강증진보다는 보건의료서비스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우수평가결과 획득을 목표로 하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비록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들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간호인력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내 의료계에선 임금격차, 복지, 사회적 인식 등 다양한 원인으로 간호사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이러한 현상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야간근무 전담간호사 및 모성보호법 강화 등의 여러 가지 복지혜택을 현실성 있게 제공해야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미래의료가 어떻게 변화될지 전망해 달라

미래의료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 조심스럽게 예견해 본다면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료패턴, 표준진료 알고리즘 등이 정착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인들은 기존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최신 의료현장에서는 전인적 치유와 돌봄의 관점에서 의료가 재조명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역할에 따라 미래의료의 방향도 설정될 것이다.

#국립대병원장협의회의 중점 사업계획과 추진방향은?

지난해 국립대병원장협의회는 △사학연금 적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기준 건의 △전공의 포괄임금제 논의 △겸직교원 교육·연구·학생지도경비 건의 △전기요금 개선 건의 등 공동 현안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했다.

올해는 낮은 의료수가, 의료 인력의 부족, 지역의료수준 불균형, 불합리한 정부 의료정책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국립대병원에 대한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관련기관과의 지속적인 협의 등 대화와 협력을 통한 활력 넘치는 협의회로 이끌어 갈 것이다.

#병원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한병원협회가 국내 병원을 대표해 각종 의료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전략 수립과 대안제시 등으로 병원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더욱 앞장 서 줄 것을 바란다. 병원이 국민 건강지킴이로서 사명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명실상부한 병원 대표기관으로 거듭나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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