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간호인력난 초래, 속도조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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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간호인력난 초래, 속도조절 필요”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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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대구큰사랑요양병원장 기본 원칙 지키며 환자 돌볼 수 있는 정책 필요성 강조
▲ 김지현 병원장
“초기 형태의 노인요양병원에 봉직의로 근무하면서 집중관리가 필요한 노인환자들의 경우 조금씩만 신경을 더 써도 상태가 크게 호전되는 걸 보면서 노인요양병원 운영에 관심을 가졌고, 결국 2007년 개원해 벌써 10년의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개원 당시 진 빚을 어느 정도 갚아나가던 중 2011년 이후 인건비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간호사 급여가 1.8배나 올랐지만 그보다 더 줘도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김지현 대구큰사랑요양병원장은 2월18일 병원장실에 들어선 기자를 보자마자 간호사 인력난을 해소할 묘안이 없겠느냐며 반색을 했다.

김 병원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간호사 인력난이 심화된 가장 큰 배경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정책변화를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했다. 활동간호사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간호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 시행되며 간호사들이 대형병원으로 진공청소기처럼 빨려들어가고 중소병원들은 인력난에 쩔쩔 매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는 것.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의무이사이기도 한 김지현 병원장은 “지난 10년간 병원장인 제가 새벽에도 콜을 받아 수시로 병원에 나오고, 온가족이 허드렛일 등 병원 내 갖은 뒤치다꺼리를 다 하면서 간신히 운영해 나가고 있다”며 “협회 일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도 인건비가 부담돼 자리를 많이 못 비우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을 받고 처음 시작해 열심히 노력, 빚을 어느 정도 갚았지만 그 이후 수익이 오르는 속도보다 인건비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지자 ‘이러다가 병원 문을 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규모의 경제라도 실현해보려 증축을 하기로 결정, 120병상 규모에서 현재 284병상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구시내 도심에서 2번째 큰 노인요양병원이지만 병상가동률이 96%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경영진을 비롯한 전직원이 ‘기본’과 ‘원칙’을 지켜온 덕택이라고 말했다. 이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병원의 명성을 알리고 신뢰를 쌓는 데는 성공했지만 역설적으로 인력 채용과 수익성에는 ‘독’이 되고 있다고 김지현 병원장은 푸념했다.

“이 병원은 원칙대로 일을 해야 하는 곳이어서 버티기 힘든다는 소문이 나면서 직원 채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른 곳보다 월급을 더 많이 주지만 이직률은 오히려 더 높습니다. 심지어 ‘이런 병원 처음 봤다’며 나가는 의사도 있었습니다. 중환자 비중이 높은 저희 병원 특성 상 비용도 더 많이 들고 직원들의 불만도 많아 한 때는 돌보기 쉬운 환자만 받을까 하는 유혹도 느꼈지만 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린 중증 환자를 보면 어느새 그 마음이 사라지고 말아 이런 상태로 10년째 굴러가고 있습니다.”

김지현 병원장은 “환자군과 입지에 따라 병원의 역할이 달라진다는 것을 지난 10년간 병원 경영 경험을 통해 느꼈다”며 “정책 당국은 물론이고 운영자, 심지어 의료계 내에서도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이 모두 다르지만 각급 병원들이 기본에 충실하면 적은 비용으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병원에만 가면 환자 상태가 좋아진다고 하니 다들 뭔가 ‘멋진’ 요령이 있을 게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멋진’ 비법은 없다”며 “치료를 특별히 잘 해서 욕창이 낫고 환자 상태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성실하고 꼼꼼하게, 그리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 저절로 나아지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액수가제 하에서 기본에 충실하자면 많은 손길과 소모품, 절차 등 비용과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해 때로는 손해도 감수해야 하지만 ‘할 것은 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가면서 ‘보람’을 댓가로 얻고 있다는 것.

환자 치료에 있어서 뛰어난 의료기술이나 첨단장비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환자를 대하면서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더 좋은 치료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지난 10년간 깨닫게 됐다고 김지현 병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정책을 만들든 경영을 하든, 가장 소중한 가치는 바로 ‘관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으며 환자와 가족, 병원의 상황을 디테일하게 알고 나면 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더 좋은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자는 물론 병원계 리더들, 지역에서 환자 진료에 매진하시는 많은 병원장님들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병원장은 또 “정부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간병에 대해 수가를 부여하고 전문 간병인들이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면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부족한 간호사에게 간병을 맡기기보다 간호사는 의료에 집중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하거나 나무라면 겉으로는 멀쩡해보여도 속으로 더 곪는 경우가 많다”며 “관심을 갖고 헤아리면 정부와 병원, 환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현 병원장은 “지방 소재 종합병원 대부분이 간호 최하등급이라는 것을 알고 정부가 2차의료기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의료공급자로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힘 없는 곳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걸 느끼고 좌절감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봇수술, 인공지능(AI) 의사 등은 멋진 의료의 미래상을 제시하지만 당장 더 많은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기본적인 의료”라며 “인구고령화로 더 많은 노인요양 환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요양병원 운영방향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병원장은 이밖에 의료기관인증평가의 경우도 환자와 병원을 위한 인증이 아니라 인증원을 위한 인증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현실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인증기준을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 큰사랑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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