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장애는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거나 심하게 변하고 활동량, 의욕 등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조증과 그 반대 상태인 우울증의 양극이 반복되는 정신장애다. 미국정신건강의학회의 진단기준인 ‘DSM-5’에 따라 제1형(조증+우울증)과 제2형(경조증+우울증)으로 분류한다.
인하대병원 김지현 교수(제1저자)와 경북대병원 장성만 교수(교신저자) 등 국내 7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공동연구팀은 미국 등 서구권에서 통상 2~3% 정도를 보이는 양극성 장애 유병률이 유독 한국에서는 0.2~0.3%로 극히 낮게 보고된 결과에 주목했다.
이 연구는 2011년 전국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일환으로 시행돼 3천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 가능한 사람이 한국 전체 인구의 4.3%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서구권 국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현 교수는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벼운 양극성 기분장애라 할지라도 예후와 기능저하, 자살 등의 위험성은 제1형이나 2형에 못지않게 심각하지만 진단에서 배제돼 향후 증상이 심해지거나 다른 정신장애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의 임상 현장 및 국가 정신보건정책에서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 문제가 과소평가돼 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김지현 교수는 “이전에는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았던 가벼운 증상이나 위험 인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거나, 최소한 예방적 조치가 필요한 상태로 보는 것이 최근 의학계의 추세”라며 “최근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의 직전 단계도 질병으로 간주하고 있어 기분장애 등 정신장애에 있어서도 기존 진단기준보다 넓은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정동장애학회(ISAD) 공식학회지 정동장애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16년 10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