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 혼란 예고된 정신보건법 재개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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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 혼란 예고된 정신보건법 재개정 촉구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7.01.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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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법 대책 TFT위원회 성명서
오는 5월30일부터 시행 예정인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법 대책 TFT 위원회는 1월6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의 개정 정신보건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벌어질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조속한 법의 재개정을 촉구했다.

이번 개정법의 취지는 △정신질환자의 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의 강화 △수용위주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 △전국민 대산 정신건강의 증진과 정신질환자 대상 복지 서비스의 확보 등이다.

그러나 학회는 인권보호라는 절대 가치를 담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문의 의견 수렴없는 졸속 심의에 의해 통과한 점과 실행을 위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학회는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새로 추가된 비자의 입원 관련 조항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오히려 적시의 치료를 어렵게 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와 그 가족에게 피해를 줄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비자의 입원 2주 이내에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일치된 소견을 제출하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

이는 종래의 비자의 입원 과정과 달리 환자의 자유권 제한을 전문가 개인에게 일임하지 않고, 국가가 관여함으로써 비자의 입원 과정에서의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의미다.

그러나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확보는 전무하고 국공립의료기관 전문의 10-20명의 충원만 논의되고 있으며, 이런 대책만으로 매년 17만 건에 이르는 입원 심사를 한다는 것은 실행 불가능하다는게 학회 입장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2차 진단 전문의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민간병원 동원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지역별 진단의사제도 시행계획’ 수립 지침을 내린바 있다.

이는 환자의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취지와 완전히 역행하는 모순이다.

학회는 이미 과다한 진료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민간병원 의사들이 2주라는 법정 시한 이내에 2차 진단을 해낼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학회는 이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인권보호라는 개정법안의 취지가 왜곡됨은 물론 법 시행과 동시에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퇴원해야 하는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개정 법안에는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선언적 내용만 있을 뿐, 실질적인 정신건강증진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촉진을 위한 대책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저비용 정신의료서비스에 만족한 나머지 지역정신보건체계에 대한 투자는 등한시한 채로, 정신보건인력들이 정신건강증진이라는 명목으로 실질적 서비스가 아닌 전시성 사업에만 동원되어 서비스체계가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담겨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 이러한 편견을 바탕으로 상상하기 힘든 저비용의 수가체계, 그러한 수가체계에 맞춰진 정신보건법상 정신의료기관의 인적, 물적 요건에 있다고 했다.

구조적 환경이 정신의료서비스의 적정 제공이 아닌 최소 제공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소비자인 정신질환자의 치료에 대한 거부감과 일반 대중의 편견이 계속 확대 재생산 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정부가 관리와 규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올바른 정책적 접근은 소비자 욕구에 맞춘 정신보건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유도해 환자의 치료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를 통해 정신질환과 정신의료에 대한 편견을 감소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했다.  

학회는 “현대정신보건의 가장 큰 화두는 환자의 인권보장과 더불어, 치료권의 보장을 통한 사회안전의 확보”라며 “환자의 인권보장과 사회 안전의 두 측면을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의 입원요건 강화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인권 보호와 적절한 치료가 동시에 실현되는 법과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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