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해결 위해선 재원 마련 선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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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해결 위해선 재원 마련 선결 돼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6.12.1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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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괄수가제 등 관리방안 신중한 접근 필요
국민 의료비 부담의 주요 원인중 하나인 비급여 진료비 관리 방안에 대해 공급자들은 충분한 재원 마련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은 12월13일 오후 2시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대강당에서 최근 발표한 ‘종합병원급 이상 비급여 진료 발생유형 구성과 현황’ 연구결과와 ‘외국의 비급여관리 사례’를 바탕으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대안들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 서남규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비연구센터장은 그동안 명확한 기준 없이 법정비급여, 임의비급여로만 구분했던 비급여를 발생유형별로 △항목비급여(의학적비급여①) △기준초과비급여(의학적비급여②) △법정비급여 △합의비급여 △미분류비급여 등 5가지로 유형화 했다.

서 센터장은 이러한 분석결과를 통해 종합병원급 이상 비급여 진료비는 상당부분 의학적비급여(54.7%)라며 급여확대를 통한 해소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각 유형별로 △단계적 급여화, 급여기준 마련 △급여기준 개선, 중복검사 규제 △가격공개 등을 통한 가격관리 △항목정비 가격 관리 △급여/규제 여부 결정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어진 또 다른 발제에서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율 정체의 원인을 의료기관의 비급여 증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애초부터 저부담·저급여 정책으로 출발했지만 비급여까지 포함하면 결과적으로 본인부담률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지속적으로 급여를 확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보장율은 상대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낮은 수가로 인해 원가 보전이 어려운 의료기관들이 비급여에서 원가 보다 높은 가격으로 이득을 보고 손실을 막는 풍선효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장성 강화가 풍선효과를 만들게 된 것은 급여와 비급여의 손실 때문에 새로운 비급여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김 교수는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포괄하는 신포괄수가제 △의학적 비급여의 완전한 해소 △비급여 포괄 본인부담금 상한제 △새로운 비급여 발생 억제(혼합진료 금지, 비급여 진료 사전동의 제도, 신의료시술기관 승인제) △일차의료의 보장성 강화 등을 대책으로 제안했다.

특히 보장성 강화와 의료체계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입원은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하고 외래는 건강보험급여 확대를 통한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공급자 단체는 비급여 진료비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 했지만 한정된 재원에서 실현되기는 어려운 대안이라고 밝혔다.

조한호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건강보험 보장율 제약의 주된 요인은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일관되게 유지해온 저부담 정책”이라며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규모가 한정될 수 밖에 없고 그 안에서 급여 원칙과 범위를 정하게 돼 보장율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비급여만 관리하면 건강보험 보장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의료공급행태만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보장율을 높일 수 없는 것이 비급여 진료비 증가문제인지 아니면 비급여를 유발할 수 밖에 없는 원가 이하의 건강보험 수가가 문제인지 또는 부담에 비해 급여수준이 낮은 것은 아닌지 여러 측면에서 원인 분석을 제안했다.

조 위원장은 “병원은 원가이하의 건강보험 수가와 임금인상률 및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낮은 환산지수 인상률에 의사 및 간호사 인력난, 각종 평가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경영상 위기에 처해 있다”며 “현재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비급여와 의료외 수입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의학적 비급여 관리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의 기본 원칙에 대한 재정립과 합의가 선행돼야 하고 신의료기술 신청시 급여와 비급여를 판단하는 전문평가위원회의 결정 절차 등도 비급여의 증가에 기여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 검토도 요구했다.

민간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민간보험사들이 보험상품 판매시 비급여로 보험금을 받기 위한 방법 등을 안내하고 가입을 유도하고 있어 비급여 진료비 증가에 민간보험사의 상품판매 관행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모든 의료를 급여화하는 관점은 지양돼야 한다”며 “필수의료와 선택의료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구분 체계를 마련하고 건강보험과 민간보험간의 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윤 교수가 대책으로 제안한 보험급여 구조 및 지불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보험자와 의료공급자의 신뢰가 확보된 이후에나 추가적 검토 및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포괄수가제에 대해서도 조 위원장은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마저도 진료수익만으로 현상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급여 관리를 위한 신포괄 수가제 도입 등을 검토하기는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서 “비급여 관리 방안 검토는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비급여 관리 등에 대해 정부나 보험자 등의 강행 구조는 가입자와 공급자간의 갈등만을 조장할 수 있어 건강보험 급여 구조를 개혁하는 원칙은 여러 방안에서 예상될 수 있는 문제점과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비급여 관리는 의료계의 입장에서는 언젠가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먼저 듣고 정책을 세울 때는 공급자와 충분히 이야기를 해야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급여 항목 및 가격을 의료기관에 공개하라는 것도 우려했다.

김 이사는 “의료계 입장에서는 비급여 공개도 좋고 다 좋지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한지가 문제”라며 “정확한 기준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신포괄수가제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태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신포괄수가제가 효과가 있다고 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효과를 알 수 없다”며 “전체 의료비 관리 측면에서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면이 있어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역시 “신포괄수가제가 과연 환자에게 맞는 지 잘 모르겠다”며 “의학적 문제에 있어서 행위료수가제를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비급여를 줄일 수 있는 것도 문제지만 결국은 비용이 문제라며 급여화를 위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어떤 비급여가 존재하고 그 메커니즘을 밝혀낸 이번 연구결과가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서기관은 “비급여 문제가 많은 제도와 연계되어 있어 해결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 “실태조사를 통해 어떤 비급여가 있고 어떤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지를 알게 된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서기관은 비급여 안에서도 다양한 제도가 해결돼야 하는 만큼 오늘 토론에서 나온 의견들을 잘 수렴하여 비급여 관리 방안과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데 심사숙고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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