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광 광주·전남병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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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광 광주·전남병원회장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6.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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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부족 근본원인은 잘못된 보험수가

“지방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없어 응급구조사를 활용했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없어 어느 병원에서는 일반인을 데리고 병원을 운영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와 정부에서는 내용도 모르고 계속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라고 하니 답답하다.”

류재광 광주·전남병원회장(목포한국병원장)은 병원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 병원의 간호인력 부족에 대한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간호사를 몇 명 고용하지 않고 병원들이 돈만 받으려고 하니 간호사를 고용하는 만큼 수가를 주겠다는 간호등급제의 취지는 좋았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간호사는 몰리고 시골에는 간호사가 없어 이제는 간호등급제를 폐지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가뜩이나 부족한 간호인력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고 간호인력을 포함한 의료인력 부족현상이 발생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 잘못된 의료보험 수가(저수가)에 있다고 진단했다.

류 회장은 “일본은 시골의 병원을 살리기 위해 똑같은 맹장수술도 시골병원에 더 많은 수가를 주는 등 차등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논에 물이 골고루 하도록 국가가 제도를 만들어서 운영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100병상당 직원이 100명이면, 일본은 300명, 미국은 800명이지만 그만큼 충분한 수가를 주기 때문에 병원 운영이 가능한 반면 우리나라는 수가는 낮게 주면서 오히려 직원 숫자만 늘리려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문제 해결 방안으로 류 회장은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것과 입원료 수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료 구성에 간호사 부분이 25%, 의사는 30%, 관리료가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입원료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간호협회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간호협회의 협조 없이는 아무리 병원이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외쳐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류 회장은 “간호협회와 이야기를 해보면 간호사들의 대우가 열악하다고 이야기 한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간호협회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원 위주의 정책만을 펼치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병원 관련 정책은 없고 수가를 다 의원에만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회장은 “국민이 제일 필요로 하는 곳은 의원이 아니라 병원이다”며 “메르스나 대형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국민들은 병원에 가지 의원에는 가지 않지만 의사의 70%가 의원에 있다 보니 보건복지부가 의원만을 상대로 모든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의료 취약지역 지원과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 뱉었다.

류 회장은 “서울이나 대도시에 사는 사람과 농촌, 섬에 사는 사람 모두 똑같은 비율의 의료 보험료와 세금을 내고 있지만 서울이나 대도시의 경우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반면 시골은 똑같은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들여 서울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똑같지는 않아도 최소한 국가가 나서 의료 취약 지역을 책임져야 하는데 복지부나 정부가 이런 점에 중점을 두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의료원을 공공의료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는 공공의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류 회장은 “40∼50년 전에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에 의료원이 만들어졌다”며 “그러나 이제는 전체 의료원 중 의료취약지인 군(郡)단위에 있는 의료원은 몇 개 되지도 않고 거의 대부분이 시(市)단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병원이 넘쳐나는 시 단위에서 의료원이 종합병원과 경쟁을 하고 지자체와 정부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내가 낸 세금을 가지고 우리와 경쟁을 하는 의료원에 기자재를 사주고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목포의료원이 우리와 달리 공공의료를 위해서 돈 없는 사람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게 아니라 똑같이 치료를 하고 있다. 오히려 행려환자나, 의료급여 환자는 우리 같은 지역 병원이 더 많이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료가 아닌 것을 공공의료라고 칭하고 지역거점 공공의료원이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현재 목포한국병원과 같은 병원들이 실질적인 지역거점병원인 만큼 지역거점병원을 공공형지역거점병원과 도시형지역거점병원으로 나눠서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미 복지부에 건의를 한 상태라고 류 회장은 밝혔다.

류 회장은 병원협회가 병원장들의 모임이 아닌 병원인들의 협회로 만들어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15만 명의 병원인들을 위한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급변하는 의료제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병원회와 병원협회가 공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지역협의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간호등급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완하는 것과 7등급을 폐지해 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하니 병원협회에서 조율해 결과를 가져오라 하지만 각 직역간의 생각이 달라 합의가 되지 않는다”며 “지역에는 중소병원과 대학병원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만큼 병원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더라도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병원회가 중심이 되고 지역협의회가 병원협회 내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광주·전남병원회장으로 취임한 류 회장은 “그동안 지역병원 전체를 접촉하며 회원수 확대에 노력한 결과 현재 약 60여개의 병원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 병원들의 단합을 이끌어 내는 것과병원들의 애로사항을 확인해 이를 병원협회와 복지부에 건의하고 그 해결방안을 찾아 안내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지역 병원장들에게 필요한 정책 등을 빠르게 알려주고 관련 단체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병원회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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